[르포]"총탄 이긴 '방탄사나이' 온다'…보안 강화 속 트럼프 '열기'

강태화, 김한솔 2024. 7. 15.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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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주 야외 유세 중 총격을 받고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무대에서 내려가며 지지자들에게 주먹을 들어 올리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 개최를 하루 앞둔 14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다리는 지지자들로 가득 찼다. 이들에게 트럼프와 전날 발생한 암살 미수 사건에 묻자 으레 “총을 맞고도 일어난 남자다”, “신이 함께하고 있다. 선거는 이미 끝났다”는 답이 돌아왔다.


전당대회가 예정된 ‘파이서브 포럼’ 일대는 이날 양쪽 진입로 두 곳을 제외하고 2m짜리 철제 펜스와 차단벽으로 완전히 봉쇄됐다. 전날 발생한 암살 미수 사건의 여파였다. 행사장 앞을 지키던 주경찰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 때문에 경호가 더 강화됐다”며 “본 행사가 시작되는 15일부터는 봉쇄되는 도로가 더 늘어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RNC)가 열리는 위스콘신주 밀워키 피서브 포럼 외부를 뉴저지주에서 파견된 경찰이 순찰하고 있다. 공화당 전당대회(RNC)는 15일부터 18일까지 밀워키에서 열리며, 트럼프는 마지막 날 전당대회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EPA=연합뉴스


전당대회가 열리는 위스콘신의 주법은 총기 소지를 허용한다. 금속 탐지기 등을 거쳐 입장해야 하는 행사장 내로 무기 반입은 할 수 없지만, 펜스 밖에서는 트럼프에 대한 암살 미수에 쓰인 AR-15 소총을 비롯한 화기로 무장한 채 돌아다녀도 제지할 방법이 없다. 최근 밀워키시는 고무 페인트볼을 탄환으로 쓰는 총기류 휴대를 금지하는 조례를 통과시켰는데, 때문에 전당대회장 인근에서 고무 페인트볼 총은 휴대가 안 되고, 살상용 무기는 허용되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미국 공화당의 전당대회 전날인 14일(현지시간) ) 위스콘신주 밀워키 ‘파이서브 포럼’ 일대는 곳곳이 통제됐다. 특히 전날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미수 사건 이후 경계는 급격히 강화됐다. 강태화 특파원

위스콘신주 정부는 당초 계획보다 경호 수위를 급하게 끌어올렸지만, 행사장 주변에서 만난 한 경찰관은 “긴급 투입되긴 했는데 총기 휴대자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잘 모르겠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통제 구역이 확대된 가운데 트럼프의 지지자들은 암살 미수로 인한 부상에도 불구하고 이날 오후 밀워키에 도착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에 흥분된 모습이었다. 남부 플로리다에서 전당대회 참석을 위해 왔다는 스티브 그레이브는 “너무나도 충격적이었지만 트럼프는 총을 맞고도 벌떡 일어나 ‘싸우자’고 외쳤다”며 “트럼프는 미국인과 세계를 위해 일을 해야 할 확실한 전사”라고 말했다.

미국 공화당의 전당대회 전날인 14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 ‘파이서브 포럼’ 일대는 곳곳이 통제됐다. 특히 전날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미수 사건 이후 경계는 급격히 강화됐다. 대의원이 투숙하는 호텔에도 '당이 배포한 투명한 가방 외에는 반입이 불가능하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강태화 특파원


행사장 인근에서 만난 신디 톰슨도 “같은 일이 바이든에게 일어났다면 그는 다시 일어나지 못했을 것”이라며 “암살 미수 사건은 벌어져서는 안 될 일이지만, 이번 일은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가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 공화당 지지자 중에서도 트럼프가 이번 저격 사건을 계기로 통합의 리더십을 보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 일부 극단주의자들이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암살 시도와 관련한 음모설에 경계심을 드러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발생한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 시도 사건 이후 뉴저지 주 경찰이 공화당 전당대회(RNC)가 열리는 피서브 포럼의 외부를 순찰하고 있다. 공화당 전당대회(RNC)는 7월 15일부터 18일까지 밀워키에서 열리며, 트럼프는 마지막 날 전당대회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EPA=연합뉴스

트럼프가 부통령 후보로 공화당의 유일한 흑인 상원의원인 팀 스콧을 지명하기 바란다고 밝힌 시민 데이비드 스미스는 “극단적 대립과 폭력이 발생한 상황에서 트럼프가 흑인 사회를 포용하는 메시지를 낸다면 더 큰 호응을 얻을 것”이라고 했다. 사라 브랜든은 “20살짜리 아마추어 저격수를 누군가 사주했다는 것 자체가 사리에 맞지 않는다”며 “민주당과 바이든이 트럼프 암살을 배후에 있다는 주장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고 결코 해서는 안 될 말”이라고 강조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RNC)가 열리는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여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대선 후보를 공식 선출하는 공화당의 전당대회가 열리는 위스콘신은 오는 11월 대선의 대표적 경합주(Swing state)로 꼽힌다. 최근 9번의 대선에서 공화당이 승리를 거둔 것은 단 한 번에 불과하다. 한 번의 예외가 트럼프가 당선됐던 2016년 대선이었다.

공화당의 입장에서 ‘적진’이나 다름없는 위스콘신에서 승기를 잡을 경우 전체 대선에서 한층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지난달 27일 열렸던 TV토론 이후 주요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한 현재 위스콘신의 지지율은 트럼프 47.2%, 바이든 44.6%로 2016년 선거 때보다 큰 표차로 트럼프가 우위를 보이고 있다.

다만 전당대회장 주변에 펜스가 설치되며 교통·통행이 제한되자 곳곳에서 경호 요원들을 향해 “집으로도 못 가게 할 거냐”며 강하게 항의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대부분은 스스로 민주당 지지자라고 밝힌 이들로, 트럼프 피격 사건과 대선 전망에 관해 묻자 “공화당 지지자들에게 물어보라”며 손사래를 쳤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 미첼 국제공항에 도착해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전당대회가 열리는 밀워키로 향하며 “우리가 단결해 미국인으로서의 진정한 품성을 보여주고, 강하고 결단력 있게 악의 승리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암살 미수로 인한 부상을 고려해 당초 이틀 연기하려던 계획을 철회하고 예정대로 전당대회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이미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며 대선 후보직을 사실상 확정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는 18일 당의 후보 지명을 수락한 뒤 수락 연설을 할 예정이다. 앞서 17일엔 러닝메이트로 뛸 부통령 후보를 발표할 예정이다.

밀워키=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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