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흘리며 주먹들던 트럼프인데…총알로 천성이 바뀔까?
암살 시도서 생존한 뒤 '변화'한 지도자들
레이건·대처 등…정치 인생 아예 바뀌기도
유세 중 피격당했다가 간신히 위기를 모면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곧 개최될 공화당 대회 연설에서 '화합' 리더십을 선보이기로 했다. 연설문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공격하는 문구를 대거 삭제하고, 대신 미국의 단합을 호소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연설이 실제로 이뤄진다면, 지금까지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여준 모습과는 차별화된 행보다. 일각에선 죽음의 문턱에서 겨우 살아난 경험이 그의 심정을 '변화'했을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악시오스, 워싱턴 이그재미너 등 미국 정론지들은 15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대회 연설을 앞두고 연설문 대거 수정에 나섰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전당대회는 이날부터 오는 18일까지 위스콘신에서 열리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공화당 공식 대선 후보로 지명될 예정이다.
다만 연설의 내용과 톤은 대거 바뀐다. 악시오스 등은 원래 이 연설문은 바이든 대통령을 맹렬히 질타하는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제 해당 내용은 대부분 수정되며, 대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의 화합'에 더 집중할 예정이다.
이런 행보는 기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 스타일과는 상반된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과의 첫 대선 토론회에서도 그는 분열적이고 기만적인 언사로 현지 미디어계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일각에서는 '죽음에 근접한 경험'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더 성숙하게 변화시켰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한다. 실제로 생명의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한 뒤 새로운 모습으로 복귀한 지도자들도 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1981년 연설 중 피격당해 심각한 상처를 입고 병원으로 급송된 바 있다. 그는 두 시간에 걸친 수술 끝에 겨우 살아났다. 탄환이 심장에서 12㎝ 떨어진 폐에 박혔기에 생존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사건 이후 레이건 전 대통령의 국무 스타일은 완전히 변했다. 특히 이런 변화는 외교 정책에서 두드러졌다. 그는 공산주의와의 대결, 핵전쟁 위험을 종식하겠다는 목표에 그 어느 때보다도 열정을 쏟게 됐다고 한다.
이에 대해 미 ABC 뉴스는 "(피격에서) 생존한 뒤 레이건은 자신이 신께 선택받았다고 생각하게 됐다"며 "총알에서 살아남은 것처럼 핵전쟁과 냉전의 위협도 끝낼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을 가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가렛 대처 전 영국 총리 또한 비슷한 시기 목숨을 잃을 뻔했다. 대처 전 총리가 묵기로 한 1984년 영국 브라이턴시의 그랜드 브라이턴 호텔에서 시한폭탄 테러가 벌어진 것이다. 테러범은 아일랜드 공화국군 임시파(IRA)로 알려졌다. 폭발의 여파로 보수당 각료 수십명이 사망했지만, 대처 전 총리는 단 몇 시간 뒤 곧바로 보수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준비된 연설을 했다.
연설은 테러 이전에 기획된 내용에서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대처 전 총리는 "비록 충격받은 상태이지만, 우리 모두 이 자리에 결의에 찬 모습으로 여기 모여 있다"며 "이번 공격의 실패는 테러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모든 시도가 실패할 것이라는 신호이기도 하다"라고 반격하기까지 했다.
다만 대처 전 총리도 단 한 부분에선 한 걸음 물러섰다. 원래 연설 내용은 당시 야당인 노동당에 대한 강력한 질타가 예정돼 있었다. 초기 연설문엔 노동당 정치인들을 "내부의 적(Enemy within)"이라고 지칭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연설에서 대처 전 총리는 이 부분만큼은 생략하고 넘어갔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워싱턴 이그재미너와의 인터뷰에서 "원래 목요일 예정됐던 연설은 엄청났을 것"이라면서도 "이런 일(피격)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놀라운 연설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제는 완전히 다른 연설"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연설은 미국, 그리고 세계를 하나로 모을 기회다. 연설은 (이전과) 크게 다를 거다. 이틀 전과는 크게 다를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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