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가 평생 취미"라는 60대, 이상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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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숙 기자]
나는 '평생 학생'이다. 아이들이 좀 크고 나서 내 나이 마흔 다 되어 대학원에 갔고, 그 후 영어학원을 시작해서 22년째 하고 있다. 지난 50대에는 사이버외대에 다니며 한국어 교사 자격증을 땄고, 60대인 지금은 매일 아침 외국어 공부로 하루를 시작한다.
"공부는 평생 싫증 나지 않는 취미야."
그 말을 하면, 학원의 내 학생들은 "에이, 선생님이 그러니까 선생님이죠" 하면서 동의하지 않는다.
작년부터 다시 사이버외대에 시간제 학생이 되어 스페인어를 두 과목씩 듣는다. 우리 부부는 몇 년 후 은퇴하면 스페인에서 한달살이 할 꿈을 갖고 있다.
▲ 스페인 바르셀로나 가우디 건축물 중 일부(자료사진). |
ⓒ 픽사베이 |
나는 졸업생이라서 장학금 혜택도 받는다. 사이버대학은 1학점당 8만 원이다. 나는 두 과목 6학점을 하니 48만 원인데, 졸업생은 입학금도 안 받고, 40% 감면이라 한 학기에 28만 8천 원을 낸다. 계산하자면 학원비보다도 싼 셈이다.
하지만 사이버외대는 대학이기에 공부와 시험이 절대 만만치 않다. 제대로 공부하고 시험도 집중적으로 정리해서 봐야 한다. 그렇게 1년 공부하고 나니, 쉬운 스페인어 문장은 이제 어느 정도는 읽을 수 있어 신난다.
작년 2학기엔 1학년 과목인 '기초 스페인어 문법 I'과 '기초 스페인어 회화 I' 올해 1학기엔 '기초 스페인어 읽기 I'과 '기초 스페인어 쓰기 I'을 들었고, 다음 학기엔 문법 II와 회화 II를 들을 예정이다. 아마도 2026년 1학기까지 만 3년 12과목을 해야 초급 정도 끝날 것이다.
이 정도면, 일을 하면서 외국어 공부를 매일 한 시간씩이라도 규칙적으로 하고 싶은 나같은 사람에게는 딱 알맞다.
▲ 사이버대학의 순위 한국기업연구소가 매긴 국내 사이버대학의 평판 순위 |
ⓒ 한국기업평판연구소 |
▲ 사이버대학교의 시간제 학생모집 여부 각 학교별 외국어 강의여부와 시간제 학생 모집 여부 |
ⓒ 한영숙 |
하지만, 외국어 과목을 나처럼 시간제로 들을 수 있는 학교는 경희, 한양, 한국외대 세 학교뿐이다. 스페인어는 한국외대에서만 유일하게 개설되어 있다.
<50대에 시작한 4개 외국어 도전기>, <나는 페루에서 비로소 자유로워졌다> 등을 쓴 김원곤씨는 지난 2003년 4개 국어 공부를 시작하고, 2019년 서울의대에서 정년퇴임 후에 '4개국 어학연수'에 도전했다.
그는 페루에서 스페인어를, 툴루즈에서 프랑스어, 도쿄에서 일본어, 중국어는 중국이 어학연수에 나이 제한을 두고 있어 대만에서 공부했단다. 그냥 연수 정도가 아니라, 각 언어에서 최고 등급을 받는 것이 목표였다. 그는 책을 통해 말하고 있다.
"나이가 많아서든 다른 이유에서든 도전을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필자의 경험이 자극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나는 김원곤씨처럼 그렇게 4개국 어학연수를 떠날 정도로 과감하게 공부는 하고 있지는 못하다. 하지만, 매일 한 시간씩 꾸준히 하면 스페인을 방문하는 날에는 글을 읽을 수 있고, 사소한 대화는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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