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남편' 주제로 출간 제안받은 아내, 이 부부의 사연

김형욱 2024. 7. 15.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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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지로는 대형 마트 부점장이다.

더군다나 찰리는 히요리와 유지로 부부가 키우는 올빼미의 이름.

 일본 현지 개봉 2년 만에 한국에 상륙한 영화 <내 아내가 숨기고 있는 것> 은 부부가 함께 보면 큰일 날 것 같지만 꼭 함께 봐야 하는 작품이다.

 유지로와 히요리 부부는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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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영화 리뷰] <내 아내가 숨기고 있는 것>

[김형욱 기자]

 영화 <내 아내가 숨기고 있는 것> 포스터.
ⓒ 디오시네마
 
유지로는 대형 마트 부점장이다. 일상에서의 잡학다식, 일에서의 주인의식, 그리고 친절함으로 중무장해 직장 생활을 순탄하게 이어가고 있다. 후배가 손님맞이에 힘들어하면 도와주고, 내부 결재도 무리 없이 처리하며, 심지어 후배가 결혼할 때 축사를 점장님 아닌 부점장 유지로에게 부탁할 정도다. 한마디로 실력과 신망이 두터운 인물이다. 

어느 날 회사 동료가 알려주길 '남편 데스노트'라는 험담 커뮤니티가 있는데 '찰리'라는 아이디를 쓰고 있는 이의 글이 가장 인기가 많다고 했다. 글을 들여다보니 다름 아닌 유지로의 이야기다. 즉 '찰리'는 유지로의 아내 히요리였던 것이다. 더군다나 찰리는 히요리와 유지로 부부가 키우는 올빼미의 이름. 유지로에겐 그야말로 청천병력이다.

그런 와중에 회사의 여자 후배가 유지로에게 접근한다. 그에게 관심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그 모습을 히요리가 목격하고 '남편 데스노트'에 올린다. '남편 데스노트'를 눈팅하던 유지로는 폭발하고 마는데.

한편 출판사에서 히요리에게 출간을 제안한다. 일본 사회의 '나쁜 남편들'에게 경종을 울리자는 취지였다. 폭발한 유지로와 고민하는 히요리, 과연 이 부부의 앞날은 어떤 식으로 전개될까?

서로 다른 곳을 보는 부부의 속내
 
 영화 <내 아내가 숨기고 있는 것>의 한 장면.
ⓒ 디오시네마
 
일본 현지 개봉 2년 만에 한국에 상륙한 영화 <내 아내가 숨기고 있는 것>은 부부가 함께 보면 큰일 날 것 같지만 꼭 함께 봐야 하는 작품이다. 부부가 따로 또 같이 스스로를 성찰해볼 수 있는 기회다. 결혼하면 자연스레 부부가 된다고 생각하지만, 아니 당연할 테지만 잘못해도 한참 잘못 생각하고 있다.

결혼은 부부가 첫발을 내디딜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해 줄 뿐이다. 진정한 부부가 되는 건 웬만한 노력으로는 요원한 일이다. 결혼이라는 형식도 세월이라는 방식도 부부가 부부일 수 있게 하는 데 절대적인 요인이 될 수 없다. 서로 간의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결혼 생활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영화에서 유지로는 스스로를 두고 결혼 생활을 굉장히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내한테 자상하거니와 회사에서 나름 잘 나가니 돈도 쏠쏠하게 벌어온다. 히요리가 유지로에게 항상 상냥하다는(상냥해 보이는) 것도 한몫한다. 유지로가 잘하고 있다는 반증이랄까. 그런데 알고 보니 그건 다분히 유지로의 시선일 뿐 히요리의 시선은 아니다. 정작 히요리의 시선으로 보면 유지로는 위선자다.

그들은 결혼 7년 차지만 아이가 없다. 알고 보니 일전에 유산한 적이 있었는데, 히요리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 속앓이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유지로와 히요리 부부는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을까. 왜 겉과 속이 다른 부부가 되었을까. 유산이 이들 부부에게 어떻게 작용한 걸까. 

단순히 한 부부의 문제가 아니다?
 
 영화 <내 아내가 숨기고 있는 것>의 한 장면.
ⓒ 디오시네마
영화는 종국엔 일본 영화 특유의 극적인 상황에서 직접적인 대사로 교훈을 주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하지만 부부관계뿐 아니라 이혼, 여성 동성커플 등의 소재가 주제를 피력하는데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측면에서 그동안의 일본 영화와는 결이 다르다. 

특히 영화는 부부 문제를 시스템의 문제로 손쉽게 치환시켜 버리지 말고 오롯이 스스로를, 즉 객체로서의 부부를 들여다보라고 조언한다. 사람이 모두 다 객체이자 주체이듯, 부부도 마찬가지로 다른 데로 눈을 돌릴 게 아니라 아내와 남편이 서로를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여러모로 뜻깊은 영화로 남을 것 같다. 머지않아 결혼 10년 차에 접어들 우리 부부가 두고두고 보면서 바이블로 삼아도 좋지 않을까 싶다. 이런 영화가 극장 아닌 안방극장으로 직행한 이유가 뭘까 궁금할 정도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과 https://contents.premium.naver.com/singenv/themovie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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