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피격 총알' 포착한 NYT사진기자 "피가 보였다, 계속 찍었다"
트럼프 머리 왼편으로 궤적 선명하게 담겨
"그의 얼굴에 피가 보였다. 계속 사진을 찍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피격 현장에서 총알 궤적이 담긴 사진 등을 직접 촬영한 뉴욕타임스(NYT) 소속 베테랑 사진기자가 당시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NYT에 따르면 전날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유세 중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머리 왼편으로 총알 궤적이 선명하게 담긴 사진은 NYT 소속 백악관 담당 사진기자인 더그 밀스 기자에 의해 포착됐다. 밀스 기자는 로널드 레이건 이후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의 사진을 담당해온 베테랑 사진 기자다.
피격 당시 그는 현장 풀사진 일원으로 연설 중인 트럼프 전 대통령 바로 앞에 자리해있었다. 총소리를 잘 알지 못한다는 밀스 기자는 "그(트럼프)가 연단 뒤로 주저앉는 것을 보고 뭔가 잘못된 것을 알았다"면서 "내게는 (당시 총성이) 모터사이클의 소음이나 농기구처럼 들렸다. 총을 쏜 것이라고 바로 생각하진 않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큰 소리가 들린 직후 비밀경호국(SS) 요원들이 무대 위에 몰려오고 나서야 '세상에. 그가 총에 맞았구나' 알아챘다는 것이다. 밀스 기자는 "많은 혼란, 비명이 들렸다. '뒤로 물러가라'라는 소리를 들었고, 누군가가 '능동 사격'이라고 외치는 것도 들었다"고 당시 혼란을 설명했다. 또한 "그(트럼프)가 일어섰을 때, 그는 완전히 화난 것처럼 보였다. 핏기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창백했고, 얼굴 옆쪽에 피가 묻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40년 이상 전·현직 미국 대통령들의 현장 취재 사진을 찍어온 밀스 기자는 직후 본능적으로 가장 가까운 계단을 찾았다. 밀스 기자는 "그쪽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밀고 밀치고 고함을 질렀다"면서 "나는 그 모든 것을 무시하고 역사의 순간을 포착하려고 노력했다. 그게 우리가 하는 일이다. 그날 풀 사진기자로 참석했던 모든 이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내 본능이 포토저널리즘 DNA로 뛰어들었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 측 참모진이 '더그, 엎드려'라고 소리를 질렀던 순간도 있다. 내가 총에 맞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왜 그런지 모르겠다. 나는 그냥 내 일을 계속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주의 집회에 나온 무고한 인물이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이 정말 안타깝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더 크게 다치지 않은 것은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습격당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타고 현장을 떠난 직후, SS와 경찰들은 밀스 기자를 비롯한 현장 취재진에게 "이곳은 범죄 현장이니, 다 나가라"라면서 무대 옆 텐트로 안내했다. 밀스 기자는 텐트에서 트럼프 캠프 측 사람들이 화가 난 채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보고서야 현실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고 한다. 곧바로 밀스 기자는 NYT 보도국으로 사진을 보냈다. 에디터와 통화를 하고 자신이 무사함을 알린 후 아내와 딸들에게도 문자를 보냈다. 그는 당시 현장 주차장이 빠져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완전히 막혀있었다며 밤 10시30분까지 차 안에 앉아 작업을 정리했다고 전했다.
다만 피습 현장에서 자신이 찍은 사진들이 이만큼 큰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곤 처음에는 생각하지 못했다. 에디터와의 첫 통화에서 "그(트럼프)가 말하고, 갑자기 귀에 손을 뻗는 장면이 전부"라고 보고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밀스 기자는 "(처음엔) 큰 그림으로 생각하지 않았었다"면서 "어젯밤 8~9시쯤에야 '역사를 기록한 이미지가 있구나' 생각했다. 그 자리에서 그 장면을 포착한 것에, 나와 내 동료들이 다치지 않은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내가 무엇을 포착했는지 (처음엔) 몰랐다"면서 "노트북에 옮겼을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머리 뒤로 날아가는 총알이 포착돼있었는데, 바로 앞 프레임에도, 그 뒤에도 없었다. 딱 그 한 장이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연방수사국(FBI) 출신인 한 요원은 밀스 기자가 포착한 이 사진을 두고 "발사체로 인한 공기의 이동을 보여준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밀스 기자는 이 사진 외에도 피습 당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피를 흘리며 공중으로 주먹을 치켜드는 모습 등도 찍었다. 당시 그는 초당 최대 30프레임으로 찍을 수 있는 소니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하고 있었다.
베테랑 사진 기자인 밀스 기자는 진보성향 매체인 NYT 소속임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호하는 사진기자로 꼽혀온 인물이다. 과거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 때,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걷는 모습을 찍어 백악관으로 파일을 보내달라고 특별히 요청했던 인물도 밀스 기자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밀스 기자가 찍은 취임식 사진을 보고 고맙다고 따로 인사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밀스 기자는 NYT 이직 전 AP통신에 몸담았을 당시 AP 소속 사진 기자 론 에드먼즈와 함께 일하기도 했다. 지난달 사망한 에드먼즈는 1981년 호텔 밖에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를 담은 사진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인물이다. 밀스 기자는 이번 사진 촬영 후 에드먼즈의 사진을 떠올렸냐는 NYT의 마지막 질문에 "에드먼즈는 내 멘토였다. 레이건 전 대통령이 총에 맞은 날 그는 그 자리에 있었고, 우리는 그 일에 대해 여러 번 대화를 한 적이 있다"면서 "그의 말 중 하나는 '총성이 울렸을 때, 나는 앞으로 갔지, 뒤로 가지 않았다'라는 것이다. 어제 내가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가 '이런 일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한 걸 기억한다"면서 "슬프게도 역사는 반복됐다"고 덧붙였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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