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살렸다, 그의 당선이 신의 뜻"…美 퍼지는 '트럼프 찬송가'
총격 사건을 겪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두고 지지자들은 “트럼프는 신의 택함과 가호를 받은 자”라며 “그의 당선이 곧 신의 뜻”이라는 주장을 펼치며 결집하고 있다. 미국 내 일부 교회들도 “신이 트럼프의 생명을 보호했고, 이는 그가 대통령이 돼야 하는 이유”며 트럼프 당선 당위론에 가세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폴리티코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전날 펜실베이니아 유세에서 발생한 암살 시도가 트럼프에 대한 새로운 찬양과 찬사를 촉발하며 당선 당위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미국 전역의 대다수 대형 교회가 “트럼프의 생명을 구한 이는 하나님”이라고 강조하며, 트럼프를 ‘신의 보호와 후원을 받는 정치 지도자’로 묘사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美 교회 "하나님이 트럼프 구했다"
일요일이었던 이날, 1만 명 이상의 성도를 이끌고 있는 잭 히브스 목사는 예배 시간에 펜실베이니아 총격 사건을 보도한 폭스뉴스 영상을 보여주며 “트럼프가 어떻게 살아날 수 있었는가”에 대해 설교했다. 그는 “이것(트럼프가 살아난 일)은 사람이 한 일이 아니다”면서 “신이 하늘에서 트럼프가 이스라엘의 가장 친한 친구임을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조지아주(州)의 젠테젠 프랭클린 목사도 설교 시간에 구약성경의 예언을 언급하면서 “트럼프는 사명자”라고 강조했다. 그는 예배 중 기도에서 “당신(하나님)은 트럼프의 생명을 보호했다. 당신은 목적이 없는 것을 보호하지 않는다”며 “미국을 강하고 강력하게 유지해 달라”고 했다. 이는 트럼프의 선거 구호인 ‘마가(MAGA, Make America Great Again)’를 연상시키는 문구다.
상당수 목사들은 트럼프가 총알에 찰과상을 입기 직전 고개를 돌린 장면에 주목하며 ‘신(神) 개입설’을 강조하고 있다. 하베스트 크리스챤 펠로십의 그레그 로리 목사, 기독교 음악가이자 설교가인 숀 퓩트는 모두 이 순간을 “기적의 타이밍”이라고 언급했다. 퓩트는 소셜미디어에 “트럼프가 갑작스럽게 고개를 돌리는 방식이 매우 갑작스럽다”면서 당시 장면에 비둘기 이모티콘을 결합한 이미지를 게재했다. 기독교에서 비둘기는 인류에 대한 신의 충실함을 상징한다고 폴리티코는 설명했다.
이에 대해 사우스 침례교 신학대학원의 앤드류 워커 교수는 “트럼프 생존에 대한 종파마다 다르다”면서 “근본주의, 부흥주의, 오순절주의 종파에서 ‘트럼프가 신의 선택을 받았다’는 믿음에 더 투철하다”고 전했다. 또한 ‘신이 트럼프를 보호했다’는 이들의 믿음은 ‘(신의 보호를 받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확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공화당 "트럼프에 대한 형사 고발 취하해야"
공화당에서도 이번 사건을 ‘신의 뜻’과 연결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 트럼프의 러닝메이트 후보 중 한 명인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플로리다)은 “신이 트럼프를 보호했다”고 말했고, 버니 모레노 공화당 상원의원(오하이오주)는 “트럼프는 미국의 전설”이라고 강조했다. 마이크 존슨 공화당 하원의장은 “트럼프는 막을 수 없는 존재”라고 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이 사건을 트럼프의 법적 문제와도 연관지으며 “트럼프에 대한 모든 연방 형사 고발을 즉시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트럼프는 올 초 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뉴욕 형사법원에서 34건의 형사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에서 부분적인 기소 면제를 받았지만, 현재 3건의 또다른 형사 재판을 앞둔 상태다. 마이크 리 공화당 상원의원(유타주)는 “트럼프에 대한 형사 고발 철회는, (총격 사건으로 인해) 모든 미국인이 입은 상처를 치유하고 우리가 어떻게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돌아볼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당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은 TV 토론회 참패와 사퇴 압박을 극복하고 침체된 선거 캠프의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트럼프를 겨냥한 네거티브 공세를 확대해왔다. 하지만 이번 총격 사건으로 바이든 선거 캠프에선 트럼프를 공격하는 내용의 TV 광고를 전면 중지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와의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바이든 캠프의 선거 운동이 언제, 어떻게 재개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고 CNN은 전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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