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좋은 경험" 이후 10년, 홍명보는 "도전을 응원해달라"고 말했다

김희준 기자 2024. 7. 15.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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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홍명보 감독은 10년 동안 대표팀에 대한 생각이 크게 변하지 않은 듯하다.


15일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서 홍명보 대표팀 신임 감독의 첫 공식 인터뷰가 열렸다. 지난 10일 울산HD 감독으로서 대표팀 부임 입장을 밝혔던 홍 감독은 이날 대표팀 감독으로서 처음으로 부임과 관련한 의견을 내놨다. 곧바로 외국인 코치 선임을 위해 유럽으로 출국해 따로 취임 기자회견조차 치르지 않았다.


홍 감독은 지난 7일 대표팀 감독으로 전격 내정됐다. 사퇴한 정해성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을 대신해 권한을 위임받은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5일까지 외국인 감독 면접을 보고 오는 길이었기에 국내 감독 선임은 더욱 의아한 선택이었다. 이어 11일 울산에서 물러나며 공식 절차가 마무리됐고 13일 축구협회 이사회 서면결의를 통한 승인으로 공식 대표팀 감독이 됐다.


의문점이 많은 감독 선임 과정에 축구팬들은 물론 박주호, 이영표, 박지성, 이동국, 조원희 등 수많은 축구인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박지성은 '홍 감독 선임 번복'이나 '정몽규 회장 사퇴' 등 전례 없이 강력한 문장들을 나열하며 축구협회가 반성의 시간을 가지고 대표팀 감독 선임을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홍 감독은 감독 선임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는 상황에 대해 "대한민국 국가대표 축구팀을 어떻게 하면 강하고 좋은 팀으로 만들어 가는지가 머릿속에서 가장 중요하게 자리잡고 있다. 많은 분들의 걱정과 기대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제 인생 마지막 도전에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셨으면 감사하겠다"고 이야기했다.


홍명보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 서형권 기자

현재 대표팀 상황을 보면 '도전'이라는 키워드는 다소 맞지 않다. 대표팀은 2022 카타르 월드컵을 끝으로 파울루 벤투 감독이 물러난 뒤 2023년 2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했다. 이미 해외에서도 지도자 경력이 마감된 감독을 데려온 결과는 처참했다. 2023 카타르 아시안컵 4강은 겉보기에 괜찮은 듯 보이나 그 속에는 감독 선임 프로세스 실종, 대표팀 전술 파괴, 선수단 불화 등 대표팀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가 모두 있었다.


이번 감독 선임 과정에서도 클린스만 감독 때와 마찬가지로 감독 선임 프로세스가 실종됐다. 홍 감독 선임을 위해 이 이사는 별다른 면접 절차 없이 집 앞에서 읍소했다고 자인했다. 그만큼 상황이 급박했는지 돌아보면 다비트 바그너 감독과 같이 한국행에 진지하게 열의를 드러낸 감독이 있었다는 점에서 굳이 홍 감독에게 매달릴 필요가 없었음을 알 수 있다.


홍 감독이 무너져가는 대표팀을 쇄신하겠다는 의미에서 도전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굳이 인생 마지막이라는 수사를 앞에 붙인 이유와 이 도전을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며 자신의 도전을 대표팀과 동치시키는 문장을 쓴 점이 의아하다.


홍 감독은 10년 전에도 모호한 단어 사용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1무 2패로 실패를 맛본 뒤 "아직 젊고 촉망되는 선수들이 월드컵에서 좋은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당시에도 경기장 안팎에서 논란이 일었던 터라 최악의 경기력을 보여준 대표팀에 좋은 경험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브라질 월드컵 해설위원이었던 이영표가 "월드컵은 경험하는 무대가 아닌 증명하는 대회"라고 일갈할 정도였다.


홍명보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 서형권 기자

다시금 축구협회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시점에서, 홍 감독이 한 개인의 도전을 응원해달라는 발언은 실언에 가깝다. 지금 대표팀을 이끌어야 할 사람은 개인의 도전을 위하는 사람이 아닌 대표팀을 쇄신시키기 위해 확고한 철학을 갖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홍 감독은 대표팀 내정 이후 두 번의 인터뷰에서 한 번도 자신의 축구 철학을 명료하게 밝힌 바가 없다. "우리 만의 문화를 만든다"는 발언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홍 감독은 약 일주일 동안 외국인 코칭스태프 선임을 위해 유럽으로 향한다. 경우에 따라 유럽파 일부를 만나는 일정도 가능하다. 귀국 후에는 국내 코치를 더해 최종적으로 코칭스태프 인선을 마칠 계획이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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