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슈퍼배드4’ 역대급 변칙개봉..“이런 양아치 짓 본 적 없다” [전형화의 직필]
전형화 2024. 7. 15. 12:11
역대급 변칙개봉이다. 미국 애니메이션 ‘슈퍼배드4’가 공식 개봉을 앞두고 한국영화 사상 유례 없는 대규모 유료시사회를 실시해 시장질서를 망가뜨리려 하고 있다.
15일 영화계에 따르면 오는 24일 개봉하는 ‘슈퍼배드4’는 개봉 직전 주 주말인 20일과 21일 대규모 유료시사회를 강행한다. 개봉을 앞두고 마케팅의 일환으로 유료시사회를 하는 경우는 종종 있으나, 이럴 경우 특정 사이트에서 일일 2회차 정도에 총 좌석규모를 500~1000석 이하로 제한하기 마련이다. 이런 경우에도 변칙개봉이란 지적을 받지만, ‘슈퍼배드4’는 그야말로 역대급이다.
유니버설픽쳐스가 배급하는 ‘슈퍼배드4’는 20일과 21일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의 전국 거의 모든 사이트에서 2D 상영관 뿐 아니라 4DX 등 특별관에서 오전부터 오후까지 거의 전회차 유료로 상영할 계획이다.
애니메이션 관객들이 많이 몰리는 주말에 멀티플렉스 3사에서 이처럼 대규모로 유료 시사회를 여는 건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이는 사실상 개봉이나 다름없다.
이에 대해 ‘슈퍼배드4’ 홍보사 측은 “북미 개봉일하고 차이가 있어서 리뷰도 많이 나오고, 일찍 보고 싶다는 분도 많아서 먼저 (유료시사회를)진행해보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다른 영화들도)여러 방식으로 유료상영회를 많이 하고 있다. 무대 인사를 당겨서 하고, 그런 일환으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슈퍼배드4’가 이처럼 개봉일을 사실상 앞당기면서, 현재 상영 중인 영화들의 피해가 대거 예상된다. ‘슈퍼배드4’가 주말 극장가에 상영횟차와 스크린을 대거 확보하면, 상영 중인 한국영화들은 상대적으로 상영횟차와 스크린수가 줄어들 수 밖에 없게 된다. 이미 765만명을 넘어서 장기 흥행 체제에 돌입한 ‘인사이드 아웃2’도 마찬가지다.
135만명을 넘어 이번 주말이 손익분기점 돌파에 고비인 ‘탈주’와 손익분기점을 넘어 흥행 체제에 돌입한 ‘핸섬가이즈’, 164만명을 넘어 꾸준한 흥행으로 관객을 모으고 있는 ‘하이재킹’, 이선균의 유작인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등 측은 이 같은 ‘슈퍼배드4’ 측의 변칙개봉에 상당한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상영관 확보를 위해 제작자와 감독이 삭발까지 하며 발로 뛰고 있던 ‘하이재킹’ 측은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한 관계자는 “이렇게 변칙개봉을 할거면 뭐 하러 개봉일을 잡고 애써 마케팅을 하고 무대인사를 하느냐”고 분노했다.
손익분기점 돌파가 코 앞인 영화 제작사 대표는 “유료시사회가 있긴 했지만 이런 양아치 짓은 본 적이 없다”고 허탈해했다. 상영 중인 한 영화 제작자 대표는 “극장과 배급사가 야합을 해서 영화 생태계를 망가뜨리고 있다”며 “영화제작가협회에서 영화진흥위원회측에 정식으로 이번 사안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다”고 전했다.
‘슈퍼배드4’의 이 같은 변칙개봉은 극장과 배급사인 유니버설픽쳐스의 협업이지만, 양측은 서로에게 폭탄을 넘기고 있다. ‘슈퍼배드4’ 측은 “(스크린수와 상영횟차 등은)온전히 극장에 의해서 정리되는 부분”이라며 “배급사에서 어쩔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이에 대해 한 멀티플렉스 측은 “이번 유료시사회는 배급사의 요청”이라고 선을 그었다.
누가 먼저 요청했든, 극장들은 15일부터 일찌감치 이번 주말 ‘슈퍼배드4’ 예매를 오픈하고 있다. 영화 생태계가 망가지든 말든, 돈벌이에 급급한 모양새다.
멀티플렉스 3사는 최근 한국영화 제작자와 프로듀서, 배우, 감독 등 영화 관련 단체들로부터 극장요금은 올렸는데 반해 객단가는 오히려 줄어들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를 당했다. 극장요금을 올렸을 때 극장이 내건 명분은 각 영화단체들에게 고른 이익이 돌아간다는 것이었는 데 실제로 돌아오는 건 예전보다 비슷하거나 더 적어졌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극장들은 별 눈치를 보지 않고 역대급 유료시사회를 강행해 변칙개봉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어려운 상황이라고 규칙을 위반해도 되는 건 아니다. 규칙 속에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번 ‘슈퍼배드4’ 변칙 개봉은 한국영화계와 상생을 꾀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던 극장들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로 기억될 듯 하다.
전형화 기자 brofir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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