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총격범 왕따…사격 실력 꽝이었다" 고교 동창들 증언
미 수사 당국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저격한 백인 남성 토마스 매튜 크룩스(20)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아직 범행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부 매체들은 지인들의 증언을 통해 그가 과거 괴롭힘을 당했으며 사격에 관심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다만 한편에선 그가 특별한 정치적 견해를 드러내지 않던 평범한 학생이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14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우리는 아직 (크룩스의) 동기, 의견, 소속을 모른다"며 "그가 도움이나 지원을 받았는지, 아니면 다른 사람과 소통했는지도 모른다. 법 집행 당국이 지금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사건을 "잠재적인 국내 테러 행위로 보고 있다"며 "크룩스의 단독 범행인듯하지만 더 많은 수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와 CNN 등에 따르면 크룩스의 SNS 활동을 조사한 FBI는 그가 체스와 비디오게임을 좋아했으며, 코딩을 배우고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범행 동기를 유추할 수 있는 '선언문' 등의 글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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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룩스는 왕따…사격팀 못 들어갔다"
그의 주변인들은 현지 매체를 통해 크룩스가 베델 파크 고등학교 재학 시절 괴롭힘을 당했다고 말했다. 고교 동창 제이슨 콜러는 AP통신에 크룩스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했고, 점심시간에 혼자 앉아 있었다"고 말했다.
콜러에 따르면 크룩스는 종종 군복이나 사냥복을 입은 채 교실에 나타나 급우들의 놀림을 받았다. 또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뒤에도 한참 동안 의료용 마스크를 쓰고 다녔다. 콜러는 "크룩스는 거의 매일 괴롭힘을 당했다"며 '왕따'였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지인은 크룩스가 평범한 학생이었다고 했다. 크룩스와 가까운 사이였다는 초등학교 동창 제임슨 마이어스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누구에게도 나쁜 말을 한 적이 없는 좋은 아이였다"며 "그가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해 본 적 없다"고 했다. 크룩스가 고교 3학년 때 수학·과학 분야 우수상을 받아 지역 언론에 실렸던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고교 시절 크룩스가 사격에 관심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마이어스는 크룩스가 고교 1학년 때 학교 사격팀에 들어가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고, 이후 졸업할 때까지 다시 지원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크룩스 모교의 사격팀 주장 프레드릭 마크도 AP통신에 "크룩스가 사격팀에 지원했지만 사격 실력이 나빠서 탈락했다"고 말했다. 뉴욕포스트는 동창 제임스 머피의 말을 인용해 "크룩스가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잘 못 쏴서 팀에 들어가지 못해 첫날 그만뒀다"고 보도했다.
CBS방송는 크룩스가 최소 1년 동안 지역 사격 클럽인 클레어튼 스포츠맨 클럽에 다녔다고 보도했다. 2000명 이상의 회원이 가입하고 있는 사격 클럽으로 약 170m 길이의 소총 사격장이 있다. 클럽 대표 빌 셀리토는 CBS에 "크룩스가 클럽 회원이 맞다"고 밝혔다.
AP통신은 "크룩스가 있었던 옥상은 트럼프가 연설하던 곳에서 150m도 채 되지 않은 거리로, 웬만한 명사수라면 충분히 명중시킬 수 있는 거리"라고 보도했다. 매체는 "미 육군 신병이 사격 자격을 갖추려면 M-16 소총으로 사람 크기의 표적을 명중해야 하는 거리"라고 덧붙였다.
총기 유튜버 티 입고 父 총 들고 범행
크룩스의 부모는 둘 다 사회복지사로, 아버지는 공화당원, 어머니는 민주당원으로 등록돼있다. 크룩스는 주 유권자 데이터베이스에 공화당원으로 등록했는데, 과거 민주당 팩(PAC·정치활동위원회)에 15달러를 기부했던 이력도 있어 실제 정치 성향과 달랐을 가능성도 있다.
2022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크룩스는 이후 후 지역 요양원에서 영양보조원으로 근무했다. 요양원 관계자는 “크룩스가 사건에 연루됐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받았다”며 “크룩스가 채용될 때 신원 조회를 했다”고 말했다. CNN에 따르면 크룩스가 범행에 사용했던 AR 계열 소총은 크룩스의 아버지가 구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FBI 관계자는 "크룩스가 아버지의 허락 없이 총을 가져갔는지는 아직 모른다"고 밝혔다.
AP 통신은 "크룩스의 시신 사진을 분석한 결과, 총기 유튜브 채널인 '데몰리션 랜치'의 티셔츠를 입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데몰리션 랜치는 인간 마네킹 등 표적을 향해 권총과 돌격소총을 쏘는 영상을 주로 게시하는 채널이다. 데몰리션 랜치를 제작하는 매트 카리커는 SNS에 크룩스의 시신 사진과 함께 "대체 뭐야(What the hell)"라고 썼다.
장윤서 기자 chang.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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