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케듀오 오열' 잉글랜드 놀리려다 갑자기 얻어맞은 한국, 64년 최장 무관 불명예

손흥민, 해리 케인, 마우리치오 포체티노 감독(왼쪽부터, 이상 당시 토트넘홋스퍼).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잉글랜드보다 더 오랜 기간 무관에 머무른 나라는 한국이었다.

15일(한국시간)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우승을 경험했던 국가 중 무관 기간이 가장 오래 지속되는 나라 목록을 발표했다. 이번 유로 우승에 실패한 잉글랜드가 58년으로 4위에 오른 가운데 1위는 64년 동안 우승하지 못한 한국이었다.

잉글랜드가 또다시 무관에 머물렀다. 15일 독일 베를린의 올림피아슈타디온 베를린에서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4 결승전을 치른 잉글랜드가 스페인에 1-2로 패했다.

잉글랜드는 지난 대회 아픔을 씻길 원했다. 잉글랜드는 유로 2020에서도 결승에 올라 자국 축구 성지와 같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결승전을 치렀지만 이탈리아에 승부차기 끝에 무너지며 고개를 숙였다. 당시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승부차기 키커로 당시 19세였던 부카요 사카를 세우는 등 잘못된 키커 선정으로 비판받았다.

이번에는 경기력 자체로 현지 매체의 질타를 받았다. 잉글랜드는 4강 네덜란드와 경기 정도를 제외하면 경기력으로 호평받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해리 케인, 주드 벨링엄, 필 포든, 사카, 데클란 라이스, 카일 워커 등 전 포지션에 걸쳐 훌륭한 선수들을 다수 보유했음에도 이들을 제대로 엮어내는 데 실패했고 우승 후보라는 이름값에 어울리지 않는 경기력으로 일관했다.

케인은 무관을 탈출할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이번 시즌 토트넘홋스퍼에서 바이에른뮌헨으로 이적하며 무관 탈출을 노렸으나 DFL 슈퍼컵 준우승, 독일 분데스리가 3위, DFB 포칼(독일 FA컵) 3라운드 탈락, UEFA 챔피언스리그(UCL) 4강 등 모든 대회에서 우승에 미치지 못했다. 스스로는 분데스리가 득점왕, UCL 득점왕, 유로 득점왕을 모두 차지했으나 소속팀이 무관에 그치며 '무관의 신'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칭호도 획득했다.

잉글랜드도 축구 종가라는 이름값에 걸맞지 않은 무관 역사를 이어갔다. 잉글랜드는 자국에서 열린 1966 월드컵에서 우승한 이래 단 한 번도 우승컵을 들어올린 적이 없다. 해당 월드컵에서도 결승전에서 '유령골' 논란이 피어오르는 등 약간의 행운이 따랐다. 잉글랜드는 이 우승 이후 결승 문턱조차 밟지 못하다가 유로 2020에서야 다시 결승 무대에 올랐다. 잉글랜드가 유로 2020과 2024에서 모두 준우승에 머물면서 잉글랜드 무관 기간은 58년으로 늘어났다.

해리 케인(잉글랜드). 게티이미지코리아

해리 케인(왼쪽), 손흥민(오른쪽). 서형권 기자

그런데 잉글랜드의 무관 역사를 되돌아보다 뜬금없이 한국이 얻어맞았다. '스카이스포츠'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우승을 경험했던 국가 중 가장 오랫동안 무관에 머물렀던 나라가 한국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1960 아시안컵에서 우승한 이후 아직까지 메이저 대회 우승이 없다. 올해 열린 아시안컵에서도 64년 만의 우승을 노렸지만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무능 속에 대표팀 역사에 또 다른 아픔을 추가했을 뿐이었다. 한국의 64년 무관 기록은 잉글랜드는 물론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62년, 아시아/유럽의 이스라엘이 가진 60년을 뛰어넘는 세계 최장 기록이다. 아시아의 호랑이라는 별명에 걸맞지 않은 불명예다.

공교롭게도 토트넘에서 영혼의 듀오로 불렸던 손흥민과 케인이 소속팀은 물론 국가대표로서도 무관 아픔을 겪는다는 사실이 드러난 목록이었다. 잉글랜드와 대한민국은 각 대륙에서 수위급 국가로 꼽힘에도 우승을 좀처럼 하지 못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현지에서는 이미 토트넘 팬들이 잉글랜드 준우승에 대한 자조적인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우승 경험국 중 최장 기간 무관 지속 국가]

1위: 대한민국(64년)

2위: 에티오피아(62년)

3위: 이스라엘(60년)

4위: 잉글랜드(58년)

5위: 수단/콩고민주공화국(50년)

사진= 영국 '스카이스포츠' 캡처,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