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증오·혐오 정치로 반쪽난 미국

뉴욕=권해영 2024. 7. 15.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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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테러는 끔찍한 일이다. 민주당과 공화당 사이의 극적인 증오, 정치적으로 양분된 미국의 현실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골이 깊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 하루 뒤인 14일(현지시간) 트럼프타워에서 만난 한 미국인은 전날 발생한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집회 현장에서 만난 다른 지지자들도 대부분 "정치인에 대한 테러 행위는 근절돼야 한다"며 이번 총격 사건을 강력히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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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로 이익 보려는 정치인 책임
대립 치닫는 韓 정치권에도 경종

"트럼프 테러는 끔찍한 일이다. 민주당과 공화당 사이의 극적인 증오, 정치적으로 양분된 미국의 현실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골이 깊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 하루 뒤인 14일(현지시간) 트럼프타워에서 만난 한 미국인은 전날 발생한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자신을 공화당 지지자라고 밝힌 그는 "이 나라는 완전히 분열돼 있다"며 "자신이 동의하지 않는 정치적 견해에 테러범들이 폭력적인 방식으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연신 "끔찍하다(Horrible)"는 말을 반복했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집회 현장에서 만난 다른 지지자들도 대부분 "정치인에 대한 테러 행위는 근절돼야 한다"며 이번 총격 사건을 강력히 규탄했다.

전날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당시 영상을 보며 여러 차례 가슴을 쓸어내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귀를 스친 총알이 몇 ㎝만 더 가까이 그의 얼굴 쪽으로 갔다면 총알이 머리에 관통하는 참극이 빚어질 수도 있었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큰 혼란에 빠질 뻔했다.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총격범에 대한 배후를 놓고 확인되지 않은 각종 음모론이 퍼지며, 역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 강성 지지층의 보복 테러로 이어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미국 사회 일각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출정식인 공화당 전당대회를 이틀 앞두고 벌어진 이번 총격 사건을 놓고 곪을 대로 곪은 미국 정치판의 염증이 터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이미 미국 정치는 양극단으로 분열된 지 오래다. 공화·민주당 모두 협력과 합의보다는 대립과 반대의 정치에 익숙하다. 지난해 공화당은 민주당과 협력해 임시 예산안을 통과시키려 한다는 이유로 같은 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을 당내 강경파 주도로 탄핵했다. 하원의장 해임은 234년 미 의회 역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또한 서로를 최악의 대통령이라 평가하며 막말과 네거티브 공세를 펴고 있다. 정치인들 사이에서 관용과 존중, 타협이 사라진 마당이니, 지지자들도 양극단으로 갈라져 서로를 향한 불신과 증오만 키우고 있다.

이번에 테러범에게 피격당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동, 분열의 정치에 능한 인물이란 것은 역설적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동안 '갈라치기'와 선동으로 표를 얻어 온 대표적인 정치인이다. 백인과 유색인종, 네이티브 미국인과 이민자, 남성과 여성, 미국과 미국이 아닌 세계로 편을 가르며 지지층에 호소해 왔다. 여기에 광적인 팬덤 정치를 기반으로 폭력을 부추기는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2020년 대선 패배를 뒤집기 위해 지지자들에게 폭동을 부추긴 1·6 의회 난입 사태는 증오와 분열, 팬덤의 정치가 모두 합쳐져 민주주의를 파괴한 결정적인 사건이었다.

어떤 이유로든 정치인에 대한 물리적인 테러는 용납할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총격 사건에서 드러난 미국 민주주의의 붕괴를 조장한 건 분열의 정치로 이익을 보려는 정치인들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점이 역설적이다. 미국 정치권에서도 자성론이 일고 있다.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은 민주·공화당 사이에 대립의 정치가 심화하고 있다며 극단의 언행과 대립을 줄여야 한다고 호소했다.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한 갈라치기와 분열, 불신, 대립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들고 결국 극단적인 정치 테러로 표출될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총격 테러는 통합보다는 분열, 신뢰보다는 불신, 협력보다는 대립으로 가득 찬 우리나라 정치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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