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읽다]과학외교,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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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미국 과학 외교(Science Diplomacy) 최고책임자가 방한했다.
국무부 제니퍼 리틀존(Jennifer Littlejohn) 해양·국제환경·과학 담당 차관보 대행이다.
국무부 해양·국제환경·과학국 X(옛 트위터)에는 리틀존 차관보 대행이 한국의 과기 분야 정부출연연구소들을 방문한 모습이 연이어 공개됐다.
외교부는 김 경제외교조정관이 리틀존 차관보 대행과 우주 분야 및 인공지능(AI), 양자 등 한미 간 과학기술 분야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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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과기정통부 만남 후 韓과 결이 다른 발표
상대 의도 알아야 과학외교 목적 이룰 수 있어
지난주 미국 과학 외교(Science Diplomacy) 최고책임자가 방한했다. 국무부 제니퍼 리틀존(Jennifer Littlejohn) 해양·국제환경·과학 담당 차관보 대행이다. 리틀존 차관보 대행의 방한 목적은 외교부와 미 국무부가 11~12일간 진행한 제4차 한미 환경협력위원회(ECC) 및 환경협의회(EAC) 참석이었다. 외교부는 회의 종료 후 회의 결과와 공동성명을 상세하게 공개했다. 외교부는 김희상 경제외교조정관과 리틀존 차관보 대행이 만났다는 사실도 소개했다. 같은 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황성훈 국제협력관과 리틀존 차관보 대행이 만나 한미 정부 간 과학기술 협력 현황을 점검하고 향후 계획을 논의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미국 측의 발표는 우리와는 결이 달랐다. 국무부 해양·국제환경·과학국 X(옛 트위터)에는 리틀존 차관보 대행이 한국의 과기 분야 정부출연연구소들을 방문한 모습이 연이어 공개됐다. 리틀존 차관보 대행은 방한 기간 중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을 방문했다. 리틀존 대행은 이호성 표준연 원장, 김성훈 항우연 부원장, 윤시우 핵융합연구원 부원장과 회담하거나 함께 시설을 견학하며 한국의 과학수준을 파악했다. 과기정통부나 해당 출연연들은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심지어 방문한 이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 출연연도 있었다.
이과정에서 국무부도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 자신들이 만난 과기정통부 담당자의 직책과 이름을 X에 엉뚱하게 적었다가 아시아경제의 지적후 삭제하는 해프닝이 벌어진 것이다.
해프닝과는 별도로 리틀존 차관보 대행의 방한에서 미측이 우리 과학 분야를 바라보는 시선을 어렵지 않게 추정해 볼 수 있다. 그가 방문한 출연연은 우주, 핵융합, 양자관련 연구소들이다. 해당 분야에 대해 언급한 건 과기정통부가 아니라 오히려 외교부였다. 외교부는 김 경제외교조정관이 리틀존 차관보 대행과 우주 분야 및 인공지능(AI), 양자 등 한미 간 과학기술 분야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공개했다. 반면 미 국무부는 김 조정관과의 만남에 대해서는 경제와 환경 분야에 대한 협력을 강조했다.
국무부는 오히려 과기부와의 만남에서 핵융합, 슈퍼컴퓨터를 통한 연구, 물리를 논의했다고 했다. 이에 반해 과기정통부는 미측과 바이오, 반도체를 거론했음을 밝혔다. 서로의 관심이 엇갈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의 과학외교는 국무부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미국은 오랜 경험을 통해 과학외교도 철저히 국익 위주로 이뤄진다. 반면 우리는 과학외교의 중요성이 부각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대응이 미숙하다. 부처 간 갈등도 남아 있다. 우주 분야와 관련해 외교부와 과기정통부가 주도권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중요한 건 부처간 주도권 경쟁이 아니다. 국익을 위해 과학 외교 경쟁에서 상대편에게 뒤지지 않는 지식과 정보력과 협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최근 한인과학자대회를 위해 귀국한 서은숙 메릴랜드대 교수는 "과학자가 외교를 말한다면 이상하지만 외교는 정치만이 아니라 과학에서도 꼭 필요하다. 국제협력을 위해서는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협상도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우리는 리틀존 차관보 대행이 방한 중 무엇을 파악하려 한 것인지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아닐까. 이런 식의 과학 외교가 국익을 지킬 수 있을까.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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