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우먼톡]품격의 힘, 어디에서 나오는가
지도층 도덕성·포용 스며들어야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최근 구글 검색 데이터분석 결과 전 세계인들이 가장 이민 가고 싶은 나라 1위로 캐나다가 뽑혔다 한다. 그 뒤를 이어 호주, 뉴질랜드, 스페인, 영국, 포르투갈, 독일, 프랑스, 스위스 등 서방 국가들이 있고 10위 내 비서방 국가로서는 일본이 유일하게 6위에 이름을 올렸다. 왜 이 나라들에 가서 살고 싶을까? 미국처럼 더 부유한 나라도 러시아나 중국처럼 힘센 나라도 명함을 내밀지 못한 건 왜일까? 나라가 갖는 품격의 힘이 아닐까 싶다.
품격이란 무엇이며 품격 있는 삶이 왜 중요할까? 품격의 정의는 됨됨이, 인격적 가치나 행동, 고상함과 존엄성이라고 사전에 풀이되어 있다. 품격은 형이상학적이거나 우리의 일상과 괴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품격은 우리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우리 삶의 질을 좌우하게 된다. 품격 있는 사람들과 어울리면 기분이 유쾌하고 품격 있는 사회에서 생활하면 더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된다.
품격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 첫째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배려이다. 우리 사회는 서로 배려하는 품격 있는 사회인가? 우리는 매일 눈을 뜨자마자 품격의 결핍으로 고통을 받고 있지 않은가? 복작대는 출근길에서 확 밀치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가는 사람, 뒤에 사람이 따라오든지 말든지 뒷사람 코앞으로 문을 탁 닫고 가는 사람,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고 있으면 문지기라 생각하는지 계속해서 쑥쑥 들어오는 사람들은 그러려니 참고 지나갈 수 있는 수준이다. 우리 연립주택 재활용 쓰레기통에 간간이 강아지 산책시키는 행인들이 지나가면서 개똥을 투척하고 모른 척 가는데 이건 무슨 심보인지? 아무리 예쁘게 치장한 강아지를 데리고 있더라도 이런 심성으로는 결코 품격 있는 주인은 될 수가 없다.
둘째, 품격은 어리석은 욕심을 버릴 때 나오는 것이기도 하다. 지인이 최근 입주한 서울에서도 이름난 멋진 커뮤니티 시설을 자랑하는 고급아파트에선 체력단련실에 다이슨 드라이어를 배치해 두었는데 일주일 만에 다 없어졌다는 웃고픈 일이 벌어졌다 한다. 아무리 고급아파트에 살아도 공짜로 좋은 것을 챙겨가고 싶은 욕심은 어쩔 수 없었던 모양이다. 99개 가진 자가 하나 더 가져 100개 채우고 싶은 물욕, 나의 허물을 덮고 우러름 받고 싶은 명예욕, 다른 사람을 통제하고 싶은 권력욕을 절제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인간의 품격이 살아난다. 공자가 설파한 모두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 나를 부끄러워하는 마음, 남에게 겸손한 마음, 옳고 그름을 가리는 마음이 바로 품격의 요체이다.
개인이 모여서 사회가 되고 국가가 되지만 사회와 국가의 품격은 국민 개인의 책임이 아니다. 한 나라가 축적해온 문화와 예술의 수준, 지도층의 품격과 도덕성,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위한 법치, 소수를 배척하거나 소외시키지 않는 포용과 박애의 수준에 따라 한 나라의 품격이 드러난다. 그리고 국가의 품격이 개인의 품격과 삶의 질에도 스며들게 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와 나라의 품격이 세계 10대 경제 대국에 걸 맞는다고 말하기 힘들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욕설, 호통과 망언이 일상화된 정치인들, 소수를 힘으로 누르고 협치는 찾아보기 힘든 정치판, 특정인들을 위한 방탄이 민생보다 더 중요한 우리 사회는 품격을 아예 잊어버린 것 같다. 지도자가 품격을 던져버릴 때 국민도 지도자에 대한 존경심을 버린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지도자가 국민에게 존경받지 못하는 나라는 미래가 없다. 어떤 지도자를 뽑느냐 하는 것이 자유민주 국가에서 국민의 책임인 것도 사실이다. 리더십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면 품격 있는 펠로우십의 함양해서 품격 있는 지도자를 구별하여 무대에 세워야 하겠다. 품격 있는 나라와 품격 있는 삶을 우리 아이들 세대에게 남겨주고 싶은 것이 간절한 소망이다.
박은하 전 주영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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