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유로2024 우승... '암흑시대' 끝냈다
[박시인 기자]
▲ 스페인 대표 오야르사발이 골을 넣은 후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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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의 긴 암흑기를 딛고 '무적함대' 스페인이 유로 2024에서 최정상에 올랐다.
스페인은 15일 오전 4시(한국시간) 독일 베를린의 올림피아 슈타디온에서 열린 유로 2024 결승전에서 잉글랜드에 2-1로 승리했다.
이로써 스페인은 1964, 2008, 2012년에 이어 유로 통산 최다인 4회 우승을 달성했다. 잉글랜드는 2회 연속 유로 결승에 올랐지만 이번에도 준우승에 머물렀다.
윌리엄스-오야르사발 연속골
스페인은 4-2-3-1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원톱은 알바로 모라타, 2선은 니코 윌리엄스-다니 올모-라민 야말이 포진하고, 중원은 파비안 루이스-로드리가 책임졌다. 수비는 마크 쿠쿠렐라-로뱅 르 노르망-에므리크 라포르트-다니 카르바할, 골문은 우나이 시몬이 지켰다.
잉글랜드도 4-2-3-1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최전방은 해리 케인, 2선은 주드 벨링엄-필 포든-부카요 사카, 중원은 데클란 라이스-코비 마이누, 수비는 루크 쇼-마크 게히-존 스톤스-카일 워커, 골문은 조던 픽포드가 지켰다.
전반 초반부터 스페인이 점유율에서 우위를 가져가는 형태의 흐름이었다. 결승전이 가져다주는 긴장감은 상당히 컸다. 앞선 경기들에 비해 다소 터치가 불안하거나 패스 미스가 나왔다.
전반 11분 코너킥 상황에서 로드리의 헤더 패스에 이은 르 로느망의 바이시클 슈팅이 골문을 크게 벗어났다. 전반 27분 파비안 루이스의 중거리 슈팅은 게히 다리에 맞고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잉글랜드는 전반 내내 수비에 좀 더 집중하며 스페인의 공세를 차단했다. 라이스와 스톤스의 커버링이 돋보였다. 하지만 전방으로 나아가며 마지막 슈팅 창출에는 매우 어려움을 겪었다.
양 팀 통틀어 첫 유효 슈팅은 전반 추가시간은 45분에 나왔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파 포스트에 있던 포든의 논스톱 슈팅이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스페인은 전반전 동안 66%의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별다른 효율을 챙기지 못한 채 후반을 기약해야 했다.
스페인에겐 큰 악재가 찾아왔다. 후반 시작하자마자 전반 막판 부상을 당한 로드리 대신 마틴 수비멘디가 들어왔다. 그럼에도 스페인은 후반 2분 별다른 흔들림 없이 선제골을 만들어냈다. 카르바할이 원터치 패스를 밀어줬고, 야말이 오른쪽에서 중앙으로 끌고 나오며 왼쪽 공간을 향해 패스했다. 박스 안으로 침투한 윌리엄스가 깔끔하게 왼발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스페인은 강한 전방 압박으로 잉글랜드를 괴롭혔다. 후반 3분 윌리엄스의 패스를 받은 올모가 터닝슛으로 연결했지만 골문을 벗어났다. 후반 10분 야말이 찔러준 패스를 수비 뒷 공간으로 침투한 모라타가 골키퍼와의 일대일 상황에서 슈팅했지만 정확하게 골문 안으로 향하지 못했다. 1분뒤에는 박스 아크 정면에서 윌리엄스의 슈팅이 골대 왼쪽으로 향했다.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후반 16분 주장이자 에이스인 케인을 불러들이고, 4강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올리 왓킨스를 투입했다.
후반 18분 벨링엄이 자신에게 압박하는 2명을 따돌리는 감각적인 터치로 벗겨낸 뒤 왼발슛을 시도했지만 골문을 크게 빗나갔다.
스페인은 다시 분위기를 바꿨다. 후반 19분 야말의 날카로운 왼발슛이 픽포드 골키퍼에게 막혔다. 루이스 데 라 푸엔테 감독은 후반 23분 교체를 감행했다. 모라타 대신 미켈 오야르사발이 들어갔다. 후반 24분 박스 밖에서 파비안 루이스의 중거리슛은 골문 위로 떠올랐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후반 25분 마이누 대신 콜 파머를 투입하며 공격적인 승부수를 던졌다. 용병술은 통했다. 후반 28분 오른쪽에서 사카가 패스했고, 벨링엄이 뒷쪽으로 원터치 패스를 내줬다. 이어 파머가 왼발 중거리 슈팅을 성공시켰다.
스페인은 다시 안정을 찾은 뒤 공격에 나섰다. 후반 36분 세밀한 패스 워크를 통해 마지막 야말의 결정적인 왼발슛 기회가 나왔지만 픽포드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로 이어졌다. 후반 38분 르 노르망 대신 나초 페르난데스가 들어갔다. 마침내 스페인도 한 골을 터뜨렸다. 올모의 패스를 오야르사발이 원터치로 왼쪽 공간을 향해 전달했다. 오버래핑을 시도한 쿠쿠렐라가 왼발로 낮게 크로스했고, 오야르사발이 마무리지었다.
후반 44분 잉글랜드는 포든 대신 아이반 토니, 스페인은 야말 대신 미켈 메리노를 투입했다. 잉글랜드는 결정적인 찬스를 무산시켰다. 후반 44분 파머의 코너킥을 라이스가 헤더로 연결한 공이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이어 흘러나온 공을 게히가 헤더로 밀어넣었으나 골 라인 앞에서 올모가 머리로 막아냈다. 결국 마지막까지 잘 지켜낸 스페인이 2-1로 승리를 거뒀다.
새로운 전성시대 열린 스페인
스페인은 유로 2008, 2010 남아공 월드컵, 유로 2012에서 연달아 제패하며 최고의 전성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이후 스페인의 성적은 실망스러웠다. 이러한 흐름이 10년이 넘도록 지속됐다.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일본, 모로코에게 패하며, 16강 탈락에 머문 것이다. 결국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물러나고 데 라 푸엔테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스페인 연령별 대표팀을 오랫동안 역임한 그는 2019 UEFA 유로 U-21 챔피언십 우승, 2020 도쿄 올림픽 은메달 등 큰 성과를 남기며 A대표팀으로 승격했다. 현재 스쿼드에 있는 다수의 선수들을 지도해본 경험과 연령별 대표팀부터 이어진 연속성은 데 라 푸엔테 감독의 장점이었다.
사실 이번 유로 2024를 앞두고 스페인은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하지만 대회 첫경기부터 승승장구한 스페인은 전승을 거두며 결승에 올랐다. 선수 개개인에 의존하기보단 여러 명이 고르게 득점 레이스에 참여했으며, 데 라 푸엔테 감독의 유연한 전술 운용이 빛났다.
무엇보다 스페인이 전성기 시절과 비교해 큰 차이점이라면 전문 윙어 야말(2007년생), 윌리엄스(2002년생)의 존재감이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 모두 나이가 매우 어리다. 파괴력 넘치는 드리블 돌파로 기회를 만들고, 중요한 순간마다 골과 도움을 올리며 공격을 이끌었다.
야말과 윌리엄스는 결승전에서도 빛났다. 두 선수가 선제골을 합작했다. 특히 야말은 1골 4도움으로 유로 어시스트 왕에 올랐으며, 대회 영 플레이어 상을 수상했다. 중요한 경기들에서 공격 포인트를 올릴만큼 순도가 높았다. 앞선 프랑스와의 4강전에서는 유로 역대 최연소 득점을 기록하며 역사를 써낸 바 있다.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담당하며 빌드업을 책임진 로드리는 대회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후반에는 데 라 푸엔테 감독의 용병술이 적중했다. 이번 대회 후반 조커로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오야르사발이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렸다. 스페인의 암흑기가 드디어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슈팅수 14-9, 점유율 63%-37%에서 보여지듯 스페인은 90분 내내 경기를 지배했다.
스페인은 우승할 자격이 충분했다. 7전 전승, 15득점 4실점으로 완벽한 공수 밸런스를 선보였다. 12년 만에 정상에 등극한 스페인은 통산 4회 우승으로 독일(3회)을 제치고 단독 1위로 올라섰다.
유로 2024 결승전
(올림피아 슈타디온, 독일 베를린 - 2024년 7월 15일)
스페인 2 - 윌리엄스(도움:야말) 47' 오야르사발(도움:쿠쿠렐라) 86'
잉글랜드 1 - 파머(도움:벨링엄)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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