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에게 밀려 살길 찾았던 소년, 스페인 유로 우승 주역으로… 올모와 쿠쿠렐라의 화려한 컴백

김정용 기자 2024. 7. 15.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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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 올모(스페인).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유로 2024 결승전에서 풀타임을 소화하며 우승에 기여한 다니 올모와 마르크 쿠쿠렐라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이승우와 동갑인 26세고, 한때 바르셀로나 유소년 동료였다. 이들은 바르셀로나 1군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복잡한 경력을 쌓고 나서야 스페인 대표 주전으로 돌아왔다.


15일(한국시간) 독일 베를린의 올림피아슈타디온에서 유로 2024 결승전을 치른 스페인이 잉글랜드에 2-1 승리를 거뒀다. 후반 2분 니코 윌리엄스의 선제골, 28분 콜 파머의 동점골로 두 팀이 한 골씩 주고받았다. 41분 스페인의 교체투입 공격수 미켈 오야르사발의 결승골로 스페인이 승리했다.


스페인이 유로 역대 최다우승국으로 올라섰다. 그동안 독일과 더불어 3회 우승이었는데, 이번에 4회 우승을 달성했다. 1964, 2998, 2012년에 이어 네 번째 우승이다.


올모와 쿠쿠렐라는 이번 우승팀 스페인에서 기대 이상의 경쟁력을 보여준 선수들이다. 올모는 원래 교체투입되는 멤버였지만 주전 미드필더 페드리가 일찍 부상으로 빠지면서 주전 공격형 미드필더로 입지가 뛰어올랐다. 그리고 무려 3골 2도움을 몰아치며 우승에 큰 공을 세웠다. 토너먼트 16강, 8강, 4강에서 모두 득점했고 특히 8강에서 연장전 끝에 독일 꺾을 때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쿠쿠렐라는 대회 전까지 입지가 애매했고, 레프트백 경쟁자가 지난 시즌 세계 최고 활약을 한 알렉스 그리말도라 경쟁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루이스 데라푸엔테 감독은 쿠쿠렐라를 택했다. 쿠쿠렐라는 공수 양면에서 준수한 활약을 대회 내내 보여줬다. 그리고 결승전에서 오야르사발의 결승골을 이끌어내는 결정적인 땅볼 패스 어시스트로 역사에 남았다.


쿠쿠렐라는 최근 2년을 놓고 볼 때 첼시에서 기대 이하였지만, 사실 지난 시즌 막판에는 첼시의 전술 변경과 상승세의 중추로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이런 흐름을 파악하지 못한 선수 출신 해설자 게리 네빌은 "스페인은 쿠쿠렐라를 쓰는 한 우승하지 못한다"고 말했다가 창피를 당했다. 쿠쿠렐라는 우승 후 네빌의 발언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인용하며 "고마워요 게리"라고 조롱했다.


이들은 바르셀로나 유소년팀 시절 동료지만 1군에서 자리잡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올모는 16세 때 바르셀로나 유소년팀을 떠났다. 이는 다른 팀의 스카우트를 받은 게 아니라, 당시 유소년팀에서 경쟁하던 한국인 이승우와 장결희에게 밀렸기 때문이다. 당시 유소년팀 지도자들의 증언을 통해 독일 일간지 '빌트' 등이 여러 번 보도한 내용이다.


출장기회를 우선시하며 크로아티아의 디나모자그레브로 향한 올모의 선택은 스페인 유소년팀에 충격을 안겼다. 하지만 올모의 계산대로 주전 기회가 빠르게 찾아왔다. 그리고 2019-2020시즌 디나모자그레브 소속으로 스페인 대표팀에 데뷔하면서 빅 리그 선수가 아닌데 발탁되는 드문 케이스가 됐고, 이후 독일의 RB라이프치히로 이적해 빅 리그 경력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맨체스터시티 이적설이 제기된다.


쿠쿠렐라는 유소년 시절 이승우 등과 유독 친했고, 이승우가 한 방송에서 "내가 오버래핑 하라고 하면 올라갔다. 왼쪽에서 호흡을 맞추던 사이였는데 내가 워낙 잘했으니까"라고 말할 정도로 허물 없고 또 호흡을 자주 맞추던 사이였다. 쿠쿠렐라가 2군과 임대를 통해 괜찮은 기량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바르셀로나는 1군 발탁 대신 판매를 택했다. 이후 헤타페, 브라이턴앤드호브앨비언을 거치면서 급성장한 쿠쿠렐라는 2년 전 첼시로 이적해 지금에 이르렀다.


유로 2024 우승 세리머니 중인 알바로 모라타(가운데)와 로드리(가운데 오른쪽) 등 스페인 선수들. 게티이미지코리아

스페인은 이번 대회 특급 신성으로 떠오른 라민 야말과 니코 윌리엄스, 빅 클럽에서 화려하게 빛나고 있던 전성기 스타 로드리, 이제 노장 반열에 든 다니 카르바할과 알바로 모라타 등 신구조화가 잘 된 팀이었다. 그 중에서도 엘리트 코스를 밟지 못했지만 잠깐 다른 길로 돌아와 결국 스페인 대표가 된 올모와 쿠쿠렐라는 다소 빈약할 수 있었던 20대 중반 전성기 나이 선수의 자리를 잘 채우면서 우승에 한 몫을 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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