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지로 돌아선 큰 손들…"정치계의 반 고흐" 평가도

조슬기나 2024. 7. 15.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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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세 중 피격당하자 빌 애크먼, 일론 머스크 등 그간 유보적 입장을 나타내온 억만장자 큰 손들마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공개 지지를 선언하며 노선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귀에 총상을 입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자신의 귀를 스스로 자른 '불멸의 화가' 반 고흐에 빗댄 발언도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3일 (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열린 선거 집회서 유세를 하던 중 총격 사건이 발생해 긴급하게 대피를 하고 있는 모습.[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레딧]

14일(현지시간)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발생한 총격 직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그의 빠른 회복을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다른 게시물에서는 "미국에 이토록 강한(tough) 후보가 있었던 것은 시어도어 루즈벨트가 마지막이었다"면서 1912년 연설 도중 총에 맞았던 루즈벨트 전 대통령에 빗댔다. 당시 진보당 후보로 3선에 도전했던 루즈벨트 전 대통령은 주머니 안의 두꺼운 연설문과 안경케이스 덕분에 목숨을 건졌고, 총격에도 불구하고 "이정도로는 불 무스(루즈벨트)를 죽이지 못한다(but it takes more than that to kill a Bull Moose)"고 90분 연설을 이어가며 강인함을 보여줬었다.

그간 머스크 CEO는 민주당 소속인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점점 더 우호적 행보를 보여왔었다. 하지만 총격 직후 트윗처럼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명확하게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변호사 출신의 '젊은 보수'인 JD밴스 상원의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가 돼야 한다는 한 트윗에는 "당신 말이 맞다"고 답했다.

피격 사건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것은 머스크 CEO만이 아니다. 월가의 헤지펀드 거물로 불리는 빌 애크먼 퍼싱 스퀘어 캐피털 매니지먼트 회장 역시 당일 밤 X에 긴 게시물을 올리며 지지를 선언했다.

애크먼 회장은 게시글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기로 결심한 것은 이전이지만 지금까지는 지지를 표명할 정도의 다급함을 느끼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또한 "트럼프 지지 의사를 밝히면 나를 아는 바이든 지지자들은 내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서도 "나는 이 결정을 신중하고 합리적으로, 가능한 많은 경험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내렸음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WSJ는 "두 사람의 지지 선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로 돌아갔다"면서 "소셜미디어와 재계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막대한 자금을 가진 이들을 끌어들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머스크 CEO의 지지 선언 게시물이 폭력을 비판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게시물보다 리트윗이 많다면서 "두 사람의 변화는 단 몇 년 만에 비즈니스, 기술 분야의 정치적 지형이 얼마나 크게 변했는지 보여준다"고 짚었다.

재계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회복을 기원하고 정치적 폭력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팀 쿡 애플 CEO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면서 "이런 폭력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창업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으 충격 속에서 엄청난 우아함과 용기를 보여줬다"고 언급했다. 세일즈포스의 마크 베니오프 CEO는 "미국에는 이러한 정치적 폭력이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역시 비슷한 논조의 게시물을 올렸다. 다만 이들은 머스크 CEO나 애크먼 회장처럼 공개 지지를 선언하지는 않았다.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 캐피털 CEO는 X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제 부인할 수 없는 미국 정치계의 반 고흐"라고 밝혔다. 귀에 총상을 입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자신의 귀를 스스로 자른 반 고흐에 비유해 이번 피습 사건이 2024 대선 캠페인에서 주요 전환점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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