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김설 작가의 '난생처음 독서 모임'<1>

조인경 2024. 7.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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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가장 흔하게 언급되지만 어쩌면 가장 보기 드문 취미가 바로 '독서'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독서모임이란 게 생기는 걸까? 혼자 읽기도 버거운 데 굳이 함께 모여 책을 읽는 이유가 뭘까? 거기에 가면 뭐가 그렇게 좋을까? <오늘도 나는 너의 눈치를 살핀다> <사생활들> <다행한 불행>의 저자이자 7년째 독서모임을 운영하고 있는 김설 작가가 좋은 책과 독서모임,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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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가장 흔하게 언급되지만 어쩌면 가장 보기 드문 취미가 바로 '독서'다. 물론 독서가 취미라고 해도 모두가 독서모임에 나가는 건 아니다. 혼자서 책을 읽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많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독서모임이란 게 생기는 걸까? 혼자 읽기도 버거운 데 굳이 함께 모여 책을 읽는 이유가 뭘까? 거기에 가면 뭐가 그렇게 좋을까? <오늘도 나는 너의 눈치를 살핀다> <사생활들> <다행한 불행>의 저자이자 7년째 독서모임을 운영하고 있는 김설 작가가 좋은 책과 독서모임,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을 읽는 것만으론 모자라 모임을 만들어 함께 읽는 사람들, 거기서 만들어지는 반짝이고 신비로운 순간들을 기록했다. 글자 수 1053자.

나는 가까운 친구에게도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책을 꺼내는 순간 이방인이 되는 경험을 한 이후부터였던 것 같다. 심지어 "너 책도 읽어? 의외네?"라는 말도 들었다. 차라리 스마트폰을 보든가 술을 마시며 상사의 뒷담화에 동참하는 것이 이런저런 화를 면하는 길이었다. 어쨌든 당시에는 책 읽는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야. 내 죽음을 가족도 대신해줄 수 없고 내 밥을 누가 대신 먹어줄 수 없고 내 똥을 누가 대신 싸줄 수도 없어, 세상은 혼자 살아가야 해. 나는 이런 말을 무슨 좌우명처럼 떠드는 사람이었다. 책을 읽으면서는 특히 외로움이라는 걸 느껴보지 못했기 때문에 더 쉽게 말했다. 혼자 있는 법을 배우고 싶다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는데 그때는 그 말이 너무나 이상했다. 그걸 배워야 하는 사람도 있구나 싶어서. 책은 당연히 혼자 읽었고 그래야 즐거웠다.

그런데 무슨 영문인지 갑자기 외로웠다. 처음 느껴보는 낯선 외로움이었다. 어느 날 도서관에 갔더니 나와 비슷한 외로움을 얼굴에 묻힌 사람들이 많았다. 소설이 꽂힌 서가를 돌아다니다가 같은 라인에 선 사람과 마주치면 괜스레 말을 걸어보고 싶었다. 요즘 무슨 책 읽으세요? 혹시 책 이야기를 할 사람이 필요하신가요? 일본 소설을 좋아하시나요? 아니면 프랑스? 오스카 와일드를 좋아하시나요? 이 동네 사시면 저랑 함께 독서모임 할래요? 참 뜬금없는 변화였고 내가 그렇게 달라진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러면서도 사람이 나이가 들면 참 이상하게도 변하는구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나는 원래 책 모임을 좋아하지 않았다. 책 읽을 시간도 부족한데 그 시간에 다른 책을 더 읽는 게 낫지 모여서 무슨 할 이야기가 그렇게 많다고 정기적으로 만나기까지 하나. 책을 읽은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하면 책에 관해 쓴 책을 찾아 읽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왔다 갔다 하는 걸 번거롭게 여겼고 소란스러운 것도 싫었다. 그런데 자꾸 마음에 변화가 생겼다. 책에 진심이 사람들만 모아 독서모임을 한다면? 돈이 전혀 들지 않는 모임이라면? 모임은 얼른 끝내고 술이나 먹고 놀자는 사람들만 아니면 괜찮을 것 같았다.

-김설, <난생처음 독서 모임>, 티라미수 더북, 1만5000원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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