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덕현 요즘 뭐 봐?] ‘낮과 밤이 다른 그녀’, 이정은과 정은지의 2인1역 변신 판타지

김은구 2024. 7. 15.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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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낮과 밤이 다른 그녀'(사진=삼화네트웍스, SLL 제공)

변신 모티브만큼 오래된 스테디셀러 스토리가 있을까. 일찍이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가 라틴어로 쓴 서사시 ‘변신이야기’가 있었고, 어느 날 아침에 깨어나 보니 벌레가 돼 있는 자신을 발견한 카프카의 ‘변신’이 있었으며, 우리네 민담과 설화에도 인간으로 변신하는 여우의 이야기 ‘구미호’가 있었다. 이러한 변신 모티브는 시대의 갈증과 욕망에 따라 그 변신의 목적이 달라지는데 최근 우리네 드라마에는 서로 다른 존재의 삶의 방식에 대한 이해와 공감 같은 ‘소통’이 주목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서로 다른 계급과 삶을 영혼체인지라는 판타지로 이해해가는 과정을 다룬 김은숙 작가의 ‘시크릿 가든’이 단적인 사례다. 또 이러한 변신은 이를 통한 문제해결 과정을 담기도 하는데 최근 소개됐던 ‘조폭인 내가 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 같은 작품이 그것이다. 조폭의 영혼이 학교폭력 피해자에게 들어감으로써 그 변신 모티브를 통해 청소년들의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가는 과정을 담았다. 

JTBC 토일드라마 ‘낮과 밤이 다른 그녀’도 큰 틀에서 보면 이러한 변신 모티브를 통한 문제해결을 그리는 작품이다. 어느 날 갑자기 신비한 고양이를 마주한 후, 낮이면 50대로 변하고 밤이 되면 20대로 돌아오게 된 주인공이 겪는 사건을 다뤘다. 20대 취준생 이미진(정은지)이 연거푸 공무원 시험에 낙방하고 사기까지 당한 후 50대 임순(이정은)으로 변신하는 과정은 일종의 인물의 ‘추락기’처럼 그려진다. 더 이상 바닥으로 떨어질 수 없는 절망의 끝자락에 놓이게 되는 것. 누군가와 이렇다 할 연애 한번 해보지도 못한 채 50대의 몸으로 변하게 된 이미진은 그래서 이 변신을 ‘저주’로 여기게 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상황은 이미진에게 또 다른 ‘기회’로 작용한다. 50대 임순이 되어 서한시 ‘시니어 인턴’ 채용에 합격한 것. 드디어 취준생 처지를 벗어나 공무원이 된 그는 우여곡절 끝에 검찰청에 발령받아 그 곳으로 오게 된 검사 계지웅(최진혁)과 연쇄실종사건을 수사하게 된다. 

50대의 몸이지만 20대의 능력치(이를 테면 MZ세대의 언어에 능통하다거나 컴퓨터가 능숙하고 게임 만렙이라거나)는 임순이 사회생활에서 맹활약할 수 있는 판타지를 만들어낸다. 물론 낮과 밤이 달라지는 이미진에게 계지웅이나 그 곳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일하게 된 고원(백서후) 같은 아이돌과의 로맨스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것 또한 드라마는 설렘 가득한 판타지로 채워 넣는다. 밤에는 20대 이미진이 돼 계지웅과 사건을 함께 수사하며 관계를 진전시키고, 낮에는 50대의 몸을 가진 임순이지만 그가 변신하는 존재라는 걸 알게 된 고원과의 설레는 관계가 만들어진다. 즉 일과 사랑 모두에 있어 이 변신은 저주가 아니라 기회로 작용하게 되는 셈이다. 

‘낮과 밤이 다른 그녀’는 로맨틱 코미디가 메인 장르로 먼저 발랄하고 유쾌한 코미디가 도드라진 작품이다. 상황마다 인물들이 펼쳐내는 코미디적 요소들은 마치 시트콤에 가까울 정도로 웃음의 밀도가 높다. 여기에 달달한 멜로가 더해지는데, 최근에는 극에 긴장감을 더하기 위해 트렌드처럼 채워지곤 하는 범죄스릴러의 요소가 계지웅 검사의 사건 추적과 맞물려 자연스럽게 연결돼 있다. 웃음과 설렘 그리고 적당한 긴장과 대결까지 갖춘 다채로운 맛을 지닌 작품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판타지 설정이나 복합장르 간의 균형감만큼 이 작품에서 중요하게 보이는 건, 변신 모티브를 통해 건드리고 있는 세대 정서다. 20대의 취업 현실이 말해주는 치열한 경쟁사회가 만들어내는 청춘들의 좌절이 한 축을 차지한다면, 50대의 재취업 현실에 담긴 중장년들의 쓸쓸함이 다른 한 축을 차지한다. 그래서 이미진과 임순을 오가는 판타지 속에서 이들이 펼쳐내는 활약들은 청년부터 중장년까지의 정서를 아우르는 위로와 공감의 이야기를 담게 된다.

최고 시청률이 8%(닐슨코리아)를 넘기며 화제성 또한 급상승하고 있는 이유는 이처럼 세대공감의 서사를 통해 그 수용세대의 폭 또한 높여놓은 작품의 내적 성과라고 볼 수 있지만, 이를 구현해낸 정은지와 이정은의 2인1역 연기의 공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특히 20대의 마인드를 가진 50대를 너무나 귀엽게 소화해낸 이정은의 빛나는 연기는 이 작품 성공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박수 받아 마땅하다 여겨진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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