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7330] “태권도 덕분에 암과의 싸움에서 이겼다”
김희웅 2024. 7. 15. 05:33
[운동이 답이다⑨] 인천 부평구 '할머니 태권도단'
"새로운 인생 열어준 고마운 운동"
뇌 노화 늦춰줘 치매 예방 효과
"새로운 인생 열어준 고마운 운동"
뇌 노화 늦춰줘 치매 예방 효과
“손 좀 펴봐요.”
70대 할머니가 내지른 주먹은 2~30대 남성 못지않은 파워를 자랑했다. 꾸준한 운동이 팔팔한 기력을 유지하는 비결이었다.
과거 영국 BBC에서도 조명한 인천시 부평구 ‘할머니 태권도단’은 여전히 성황리에 운영 중이다. 현재는 이름과 달리 60대 이상 할머니, 할아버지로 구성돼 있다.
지난달 본지가 방문한 태권도장 국도태권도에는 “어이!”하는 쩌렁쩌렁한 기합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일주일에 두 번씩 운동하는 할머니 태권도단의 기세는 웬만한 젊은이 저리 가라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절도 있는 품새와 발차기는 힘이 넘쳤다.
본지와 인터뷰에 임한 윤경숙(75) 씨와 김영범(68) 씨는 대화를 시작하자, 태권도의 긍정적인 효과를 늘어놓기에 바빴다. 이들에게 태권도는 새로운 인생을 열어준 고마운 운동이라고 했다.
20년도 넘게 태권도와 사랑에 빠진 윤경숙 씨는 과거 간암·대장암 투병 생활을 했다. 항암 치료를 하면서도 태권도에 매진한 윤 씨는 “운동하면서 암을 이겨냈다. 당시 암 수술을 해서 35kg까지 빠졌다가 지금은 50kg이다. 태권도의 효과”라고 자부했다. 윤 씨는 항암 치료 중에도 꾸준히 태권도를 수련했고, 간암 4기를 극복했다.
암과의 싸움에서 이긴 윤경숙 씨는 현재 인천 가좌동 시장에서 과일 장사를 한다. 그는 “운동 끝나고 과일 장사를 하러 간다. 내가 6~8kg 되는 수박을 번쩍번쩍 들면 사람들이 깜짝깜짝 놀란다”고 전했다. 윤 씨는 장사와 운동을 병행하기 힘들지 않냐는 물음에 단박에 고개를 저었다.
1년 반 전 할머니 태권도단에 입단한 김영범 씨는 이성인 할머니들과 함께 운동하는 게 “긴가민가했다”고 떠올렸다. 그러나 금세 태권도에 빠진 그는 “태권도를 과격하게 할 수 있지만, 자기 체력에 맞게끔 조절하면서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냥 걷는 것은 아무 생각 없이 하지 않는가. 태권도는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 태권도는 뇌 노화를 늦추고 뇌를 건강하게 하는 운동이라는 얘기”라며 치매 예방 효과를 말했다.
운동은 신체 단련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사고를 하게 한다.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이기도 하다. 김영범 씨는 “은행에 꼭 가서 일을 보는 노인들이 많지 않은가. 여기 있는 분들은 모두 핸드폰으로 금융 거래를 한다”면서 “운동하는 사람들은 유연한 생각을 하게 된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런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짚었다.
태권도는 두 어르신과 손주를 잇는 매개체 역할도 했다. 윤경숙 씨의 손주들은 할머니의 영향을 받아 여러 운동을 즐기는 만능 스포츠인으로 자랐고, 평소에도 스포츠에 관한 대화를 막힘없이 한다고 했다. 김영범 씨도 “보통 부모가 운동하면 자식들도 어떤 운동이든 따라 한다”고 전했다.
끝없이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한 김영범 씨는 “땅속에 들어가기 전까지 태권도를 할 것”이라며 웃었다. 윤경숙 씨도 “100살이 돼도, 내 힘닿는 데까지 태권도를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인천=김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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