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본 갭 투자는 범죄” vs “이게 왜 사기?”…부동산 커뮤니티 ‘발칵’
“‘새로운 임차인 구해지면 줘야지’ 말하지 않았다면 거짓말한 것…계획했다면 사기”
“사기의 성립 요건 없는데…미래지향적 투자를 사기로 몰아가는 건 아닌 듯”
최근 우리나라에서 '전세사기'가 급증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정치권에선 피해자 지원을 위한 전세사기특별법을 띄우며 대응에 나섰지만,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은 여전한 상황이다. 정부 역시 전세사기 근절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전국 곳곳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주택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액(gap)이 적은 집을 고른 후, 주택 매입 전후로 바로 전세 세입자를 구하는 행위인 이른바 '갭 투자'가 전세사기의 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일부 사람들은 다음 세입자를 받아야 전세금을 돌려줄 수 있는 '무자본 갭 투자'에 대해 사기이자 범죄라는 입장이고, 다른 이들은 미래지향적인 투자를 전부 '사기'로 몰면 안 된다고 반박, 논쟁이 뜨겁다.
1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최대의 부동산 커뮤니티인 '부동산 스터디'에는 '갭 투자가 사기인 이유'라는 제하의 게시물이 최근 게재됐다.
해당 글을 작성한 네티즌 A씨는 "어이없는 글을 보고, 갭 투자에 대해서 잠깐 썰을 풀어본다"며 "내가 전세보증금을 안고 집을 샀는데,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돈이 새로운 세입자에게서 받아서 주는 방법밖에 없다면? 만일 새로운 세입자가 없으면 집을 팔아야만 돈을 돌려줄 수 있다면? 이것이 사기죄에서 변제능력이 없는 것으로 범죄라는 것이다. 그래서 갭 투자(문재인 정부 시절)를 처음 접했을 때 이거 사기인데? 전세보증금 돌려줄 능력도 안 되는데 전세보증금안고 집을 산다고? 이런 생각을 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갭 투자는 누가 시작했는가? ①원고는 2016. 4. 23경 피고가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에 월 3만원의 유료회원으로 가입한 점 ②피고는 회원들에게 소형 아파트 등 매매금액과 임대차보증금의 차이가 크지 않아 투자금액이 적은 부동산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방식의(소위 '갭 투자') 투자를 권유하고, 회원들로부터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 및 임대차 계약의 체결 등에 관한 권한을 포괄적으로 위임 받아 부동산의 위치, 인근 상업시설, 교통, 편의시설 등을 고려하여 부동산을 물색하여 회원들 명의로 부동산을 매수해주고, 해당 부동산의 임대차 계약 체결 및 유지·보수 등 관리를 하는 방식으로 컨설팅 업무를 하여 온 점"이라는 내용이 담긴 수원지방법원의 판결문 일부를 인용했다.
그러면서 "이런 부동산 투자로 돈을 번 사람들이 더 돈을 벌기 위해 사람들을 끌어 들인다"면서 "그러다 보니 점점 여러 사람들에게 퍼진다. 한 두 명의 미꾸라지가 물을 휘졌는다고 흙탕물이 되는 것이 아님. 미꾸라지가 점점 많아 진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A씨는 또 "갭 투자는 정상 거래다? 이른바 '갭 투자'는 민사법상 허용되는 거래 방식인 점, 임대차 보증금의 액수는 시장의 거래가격 및 당사자의 선택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되는 것인 점, 임차인이 임대차보증금 중 일부를 돌려받지 못할 수 있는 위험은 임대차 계약관계에 내재된 위험에 해당하는 점 등에 비춰볼 때, 임차인이 종국적으로 임대차보증금 중 일부를 회수하지 못하게 됐다 하더라도 임대차 보증금을 지급받은 행위를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내용도 인용했다. 그는 "이게 변호인이 주장한 내용"이라며 "'세입자가 위험을 안고 들어왔으니 (전세금을) 못 받아도 사기는 아니다'라는 내용이다. 세입자들은 이런 위험 알고 들어갔나"라고 반문했다.
글 작성자는 이어 "현재 문제되는 것은 모든 갭 투자가 아닌 비정상적인 무자본 갭 투자?"라고 공개 질의하며 "주택임대차 등의 임차인에게는 임대차 관계 종료 시에 임대차 보증금을 반환받는 것이 매우 큰 관심사이자 그 반환을 받지 못할 위험 유무가 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부동산에 관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는 임차인으로서는 임대인에게 임대차 계약기간이 종료되는 시점에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할 의사 및 능력이 있음을 신뢰해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면서 "여기에서 '임대차 보증금의 반환'은 '임의적인 이행'을 의미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A씨는 "당해 부동산에 관한 경매 절차에서 임대차 보증금에 상당하는 금액을 배당받는 것은 위와 같은 원칙적인 변제 방식인 '임의적인 이행'이 불가능하게 됐을 경우에 '강제 집행' 단계에서 사용하게 되는 임대차 보증금을 변제받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자 보루"라며 "즉 임대차 목적물인 부동산은 임대차 보증금 반환 채무의 담보 역할을 하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통상적인 임차인으로서는 임대인이 자신의 자력으로 임대차 보증금을 반환할 것임을 믿고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지, 처음부터 임대차 목적물인 부동산의 경매대금에서 임대차 보증금 상당액을 배당받을 것을 예정하고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갭 투자가 사기라는 취지의 자신의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사기죄는 범죄 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이후 사정 변경이 있는 경우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며 "전세 계약 체결 당시에 지급 능력의 유무를 판단해야 하는데, 그것이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와야만 변제할 수 있거나, 경매가 돼야만 변제할 수 있었다면 사기죄에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A씨는 "그런데 이게 채무불이행과 경계선에 있는 행위다. 그래서 채무불이행을 사기죄로 인정하는 법을 만들어야 경계선이 없어진다. 민주당이 좋아하는 법인데 그걸 안 한다"며 "일단 사회적 이슈가 되니 선별적으로 전세 계약당시 무리하게 자기 자본 없이 갭 투자를 여러 개 한 경우만 처벌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짚었다.
끝으로 그는 "이게 하급심에서 판례가 나오고 있지만, 위에서 본 것처럼 변호사들이 일반적인 갭 투자를 근거로 무죄를 주장할 것이다. 그러면 누군가는 대법원까지 갈 것이고 그러면 대법원에서 사기죄의 명확한 경계선을 그어줄 것"이라면서 "그러나 근본적으로 새로운 세입자로 보증금을 돌려주는 갭 투자는 사기다. 나쁜 짓"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해당 게시물을 두고, '부동산 스터디' 회원들은 갑론을박을 벌였다.
네티즌들은 "그게(갭 투자가) 왜 사기냐. 전세 기간 지나면 주거효용을 계속 누리고. 여차 하면 팔아서 주면 되지. 사기가 뭔지 몰라?", "이게 왜 사기지. 사기의 성립 요건이 없는데. 미래지향적인 요소로 투자를 사기로 몰아가는 건 아닌 듯", "네? 사기? 자본주의나 사회 시스템에 대한 기본 이해가 전혀 없네. 그냥 집주인 나쁜 놈, 돈 안 주는 놈 이런 프레임에 갇혀있다. 전세로 이자·월세 지불 없이 사는 건 당연하고? 돈 빌려주고 그 대가로 전세권을 세입자가 가지는 것임. 그럼 못 받을 리스크는 사금융에서 님이 알아서 하는 것임. 과거에는 떼어먹히는 건 물론이고 경매 넘어가면 땡전 한 푼 못 받고 쫓겨나는 일이 비일비재했음. 1989년부터 세입자 보호와 확정일자 제도가 생겨서 최소한 선순위로 보호해준 거지…돈 빌려줬는데 무조건 선순위 보장인 거지. 채권 중에서 시니어 같은 거지. 나라에서 경매 넘어가서 돈 한 푼도 못 받고 쫓겨나는 일 막아주니 돈 빌려주고 싸게 거주하는 세입자들이 집 빌려주는 사람한테 사기래ㅋㅋ 나라가 뭐 하나하나 어떻게 다 커버 쳐주나. 니들이 사적으로 계약한 걸 어디 하인 집사 고용했냐? 쥐꼬리만 한 세금으로 공무원들 집사처럼 해주길 바람? 전세 살면 취·등록세, 재산세, 종부세 아무것도 안 내지. 은행에서 돈 빌려서 집 사. 집사면 돼지ㅋ 뭘 사기 같은 소리하고 다녀. 대출받기 싫고 집값 떨어지는 거 싫고 집이 비싼 거 같고 리스크는 안지면서 헛소리만 하고 다니는…진짜 헛소리하는 동물들 너무 늘어나고 있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대부분의 네티즌들은 해당 게시물을 작성한 A씨의 주장에 반대하는 입장을 피력했다. 갭 투자를 사기로 몰면 안 된다는 취지다.
이에 A씨는 댓글창을 통해 장문의 반박글을 남겼다. 그는 "'임대차 계약기간이 종료되는 시점에 임대차 보증금을 반환할 의사 및 능력이 있음을 신뢰하여 계약' 이 문구가 판례 문구다. 임대인이 '새로운 세입자 구하기 전에는 세입자 보증금 못 돌려준다'고 말했다면 거짓이 없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없는 것은 명확하다. 아무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아서 사기인 것"이라는 입장을 남겼다.
또 A씨는 "임대보증금 안고 사면서 '보증금 돌려주려는 방식이 새로운 임차인 구해지면 줘야지'라고 계획했다면 사기라는 것이다. '집을 담보로 변제하겠다', '새로운 임차인을 구해서 주겠다' 이 방법밖에는 줄 수 없다면. 누가 임차인이 그런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맡길까. 처음부터 그 방법밖에 없다면 전세가율이 매매가에 근접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제가 처음에 갭 투자가 사기라고 생각했을 때도 나는 전세금을 은행에서 대출이 안 되면 못 갚겠는데 세입자가 안 구해지면 못 주겠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게 범죄가 되면 갭 투자하는 사람도 높은 전세금을 받을 생각을 못한다. '은행에서 집을 담보로 대출받아 보증금을 줘야지', '새로운 세입자를 구해서 줘야지' 이 모든 게 위험을 강제로 임차인에게 넘기는 행위이고. 이것을 말하지 않았다면 거짓말 한 것이다. 일단 최근 몇 년 사이에 하급심 전세사기 판례가 나오기 시작했다. 대법원에서 명확하게 선을 그어줄 것이다. 다만 법으로 채무불이행 사기죄를 만들면 된다"고 거듭 주장했다.
권준영기자 kjykj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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