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운임 14주 만에 꺾였지만…수출기업 46% "다시 오를 것"
고공 상승하던 글로벌 해운 운임이 14주 만에 하향세로 돌아섰다. 중국발(發) 물량 밀어내기가 잦아들면서 컨테이너선 공급이 다소 안정화된 영향이다. 하지만 수출업계에선 불안정한 국제 정세와 하반기 성수기 영향 등으로 여전히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14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컨테이너선 운임 상황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2일 기준으로 전주 대비 59.84포인트 떨어진 3674.86포인트을 기록했다. 해당 지수가 하향세로 전환된 것은 지난 3월 29일 이후 14주 만이다. 당시 1730.98포인트였던 지수는 2배 넘게 치솟은 상태다. 약 1년 전인 지난해 7월 14일(979.11포인트)과 비교하면 275%나 급등해있다.
운임이 급등한 것은 후티 예멘 반군의 선박 공격으로 홍해를 통하는 항로가 막힌 ’홍해 사태’ 장기화와 미국 정부의 대중 제재에 따른 중국발 밀어내기 물량 급증 등이 주요 원인이다. 여기에 선박 구하기도 어려워지면서 한국 수출기업들은 웃돈을 주고도 제때 물량을 실어나르지 못하는 상황까지 처하게 됐다. 프랑스 해운시장 조사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세계 유휴선박 비율은 0.4%(컨테이너선 기준)로, 코로나 당시인 2022년 2월 이후 최저점을 기록했다.
멈출 줄 모르던 운임 상승세가 소폭이나마 꺾인 것은 5~6월 집중됐던 중국발 밀어내기가 다소 소강상태에 접어들었고, 글로벌 선사들이 추가 선박을 투입한 영향 등으로 분석된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업계 동향을 들어보면 5월과 비교해 컨테이너선 예약 차는 속도가 느려졌고, 운임도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며 “이미 지난주부터 둔화세가 나타나는 등 긍정적인 시그널이 엿보이고 있었다”이라고 밝혔다.
만일 이대로 하향세가 이어진다면 정부의 3단계 비상대응 계획도 실행되지 않게 된다. 정부는 SFCI 기준으로 2700포인트부터 2단계, 3900포인트부터 3단계로 분류해 대응한다. 이미 2단계에 돌입한 만큼 정부는 지난달 경제관계차관회의를 통해 임시 선박과 신조 컨테이선을 긴급 투입하기로 결정했고, 3단계에 들어설 경우 예비비 편성을 통한 물류비 지원 확대가 이뤄진다.
다만 수출업계에선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는 분위기다. 여전히 홍해 리스크는 해소되지 않은 상태고, 특히 하반기는 여름 휴가철,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 등 이벤트로 물동량이 많은 성수기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무역협회가 무역업체 573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응답 기업의 절반가량인 46.2%는 올해 4분기까지 운임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고, 28.4%는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83.3%는 ‘현재 수출입 물류 애로를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상사 관계자는 “이미 미주 노선 운임은 1FEU(길이 12m 컨테이너)당 2000~3000달러에서 최근 1만 달러 수준까지 불어난 상태다. 꺾였다고 해도 아직 현장에서 체감하긴 어려운 수준”이라며 “중국발 밀어내기가 잠잠해지더라도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 한 수출 기업들의 어려움은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제조사 관계자도 “선박은 버스·택시 요금과 달라서 한 번에 떨어지기 어렵다. 당장은 고운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런 사태가 올 때마다 수출 중소기업들은 큰 타격을 입고 혁신 씨앗이 꺾여버리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중소기업 선적 공간을 확보하고, 중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을 고려해 수출 바우처 지원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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