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도 쿠팡도 “안 사요”…1조 홈플러스 수퍼 매각 왜 어렵나

김경미 2024. 7. 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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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모델이 지난달 새단장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북가좌점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홈플러스


매물로 나온 홈플러스의 기업형 수퍼마켓(SSM)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실속 없는 인수설로 속앓이 중이다. 지난달 중국 알리익스프레스에 이어 주말새 쿠팡, 농협까지 인수 후보로 거론됐지만 해당 업체들이 잇따라 이를 부인하면서다. 유통업계 불황과 맞물려 산다고 나서는 기업이 없는데다 노조는 매각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새 주인 찾기는 당분간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팔고 싶은 MBK


14일 농협중앙회는 서울 내 지역농협 한 곳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일부 점포를 인수하기로 했다는 보도에 대해 “추진 중인 것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1일엔 쿠팡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설이 나오자 쿠팡이 즉각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부인했고, 지난달에는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가 “인수합병 논의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문을 냈다.

현재 홈플러스의 대주주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다. 지난 2015년 MBK는 테스코로부터 7조2000억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내년 홈플러스 인수 10주년을 앞두고 재매각을 추진하던 MBK는 우선 수퍼마켓 부문만 분할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초 모건스탠리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했다.

2004년 출범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전국 310여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GS더프레시(GS리테일), 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 롯데슈퍼(롯데쇼핑) 등과 경쟁하고 있다. 매장 대부분(235개)이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고 경기 지역에 자체 냉장 물류센터 두 곳을 가지고 있어 퀵커머스에 강점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살 곳 없는 유통가


조주연 홈플러스 사장이 지난 4월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진행된 ‘2024 홈플러스 경영보고회’에서 홈플러스의 올해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홈플러스
투자업계가 예상하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몸값은 8000억~1조원이다. 문제는 경기 불황과 소비 침체로 유통 업황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살만한 기업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최근 유통업계는 실적 악화가 지속되자 희망 퇴직을 받고 손실 사업을 정리하는 등 조직 슬림화에 집중하고 있다.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업계 전반이 비용 감축에 골몰하고 있기 때문에 인수에 선뜻 나설 기업이 나오기가 쉽지 않다. 최근 11번가 인수 의향을 밝혔던 오아시스가 매각 가격 등에서 SK스퀘어 측과 입장차를 좁히는 데 실패한 사례도 있어 유통업계에서 인수합병(M&A)이 성사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노사 갈등은 계속


노조의 반발도 걸림돌이다. 홈플러스 노조는 다음 달 22일 서울 청진동 MBK 본사 앞에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할 매각 반대 결의대회를 열 계획이다.

노조 측은 “수퍼마켓 사업만 분리한다면 홈플러스의 경쟁력이 상실될 것”이라며 “MBK가 인수 당시 생긴 차입금을 갚기 위해 영업이익을 내도 순손실을 이어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영업손실 199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적자 폭을 줄였지만 당기순손실은 전년보다 1284억원 늘어난 5742억원을 기록했다.

홈플러스는 노조가 왜곡된 정보로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전사의 사업역량과 재무구조가 혁신적으로 개선되고 기업가치가 제고될 것”이라며 “고용 안정을 전제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매각 대금을 사용할 계획이며 대주주의 투자 회수 목적이 절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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