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어차피 대통령은 트럼프"…영웅 치켜세우며 똘똘 뭉친 지지자들

뉴욕=권해영 2024. 7. 15. 04:5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지지자, 총격 하루 뒤 트럼프타워 결집
지지층 결속, 중도층 동정론 확산
승리 무게추 트럼프로 기우나
트럼프, 예정대로 전당대회 참석해 대세 굳히기

"프레지던트 트럼프(President Trump, 트럼프 대통령)! 프레지던트 트럼프!"

14일(현지시간) 정오께 뉴욕 맨해튼 트럼프타워 앞.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날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야외 유세에서 총격으로 오른쪽 귀를 다치자, 하루 뒤인 이날 트럼프타워 주변에는 뉴욕 경찰들이 배치돼 삼엄한 경계를 섰다. 경찰의 경계 태세 강화 속에 트럼프타워 앞에도 이른 시간부터 수십 명의 지지자들이 모여들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캠페인 구호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문구가 적힌 모자를 쓴 지지자들은 성조기와 MAGA가 쓰여진 깃발을 흔들며 트럼프를 연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날 펜실베이니아주 야외 유세에서 총격으로 귀를 다친 다음 날인 14일(현지시간) 오후 뉴욕 맨해튼 트럼프타워 앞에서 경찰의 삼엄한 경계 속에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여 들어 "프레지던트 트럼프(President Trump, 트럼프 대통령)"를 외치며 지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날 펜실베이니아주 야외 유세에서 총격으로 귀를 다친 다음 날인 14일(현지시간) 오후 뉴욕 맨해튼 트럼프타워 앞에서 경찰의 삼엄한 경계 속에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여 들어 "프레지던트 트럼프(President Trump, 트럼프 대통령)"를 외치며 지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이날 집회에 참석한 조 라일리 씨는 "트럼프 지지 의사를 표명하기 위해 아침부터 이곳을 찾았다"며 "불법적으로 트럼프를 법정에 세우려는 반(反)트럼프 세력의 시도는 여러 차례 실패했고, 무력으로 트럼프를 쓰러뜨리려 한 그들의 시도 역시 실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트럼프는 압도적인 표 차이로 승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총격 사건 발생으로 그의 지지층이 강하게 결집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3일 오후 6시10분께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야외 유세 도중 총격범이 쏜 총알에 오른쪽 귀를 스치며 부상을 당했다. 총격범인 20세 백인 남성 토머스 매슈 크룩스는 즉시 사살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자신을 둘러싼 각종 소송이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지지층 사이에선 그가 정치 테러의 희생양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여기에 전날 총격 사건으로 물리적 테러까지 더해지며 지지층이 똘똘 뭉치는 모습이다. 피격 직후 경호원에게 둘러싸여 대피하면서도 성조기 뒤로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의연함과 건재함을 과시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모습을 담은 사진 한 장을 놓고 '영웅적'이라는 평가가 쏟아지는 가운데 워싱턴 정가 안팎에서는 대선 판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TV 토론 참패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는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지지층은 물론 중도층 표까지 몰리며 대선 승리의 무게추가 그에게 기울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트럼프타워 앞에서도 강성 지지층의 강한 결속력이 확인됐다. 하이라이트는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차량 퍼레이드였다. 오후 12시50분께 성조기와 트럼프, MAGA 등의 문구가 적힌 깃발들로 장식한 차량 행렬은 웅장한 음악과 함께 등장해 트럼프타워 앞에 멈춰 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순식간에 차량 앞으로 모여들었고, 이들은 한 데 섞여 연신 "트럼프"를 외치며 마치 축제 같은 분위기를 이어갔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과 관광객, 취재진이 뒤섞인 가운데 거리에서는 "프레지던트 트럼프!", "갓 블레스 트럼프(God Bless Trump, 트럼프에게 신의 축복이 있기를)!" 등의 외침이 쏟아져 나왔다. "프레지던트 트럼프"를 외치는 지지자 한 명에게 이번 총격 사건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확률이 높아졌다고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방금 이겼다(He just won)"고 답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날 펜실베이니아주 야외 유세에서 총격으로 귀를 다친 다음 날인 14일(현지시간) 오후 뉴욕 맨해튼 트럼프타워 앞에서 경찰의 삼엄한 경계 속에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여 들어 "프레지던트 트럼프(President Trump, 트럼프 대통령)"를 외치며 지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날 펜실베이니아주 야외 유세에서 총격으로 귀를 다친 다음 날인 14일(현지시간) 오후 뉴욕 맨해튼 트럼프타워 앞에서 경찰의 삼엄한 경계 속에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여 들어 "프레지던트 트럼프(President Trump, 트럼프 대통령)"를 외치며 지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날 펜실베이니아주 야외 유세에서 총격으로 귀를 다친 다음 날인 14일(현지시간) 오후 뉴욕 맨해튼 트럼프타워 앞에서 경찰의 삼엄한 경계 속에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여 들어 "프레지던트 트럼프(President Trump, 트럼프 대통령)"를 외치며 지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트럼프타워에 있는 기념품 매장에서 만난 타일러 씨는 "어제 일은 정말 끔찍했다"면서 "어차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어제 일로 더 많은 지지자가 속속 모여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정치 문제로 양극단으로 분열된 미국 사회의 문제를 노출했다는 우려도 내비쳤다. 그는 "공화당과 민주당 사이에 존재하는 극단적인 증오와 분열의 단적인 예가 바로 전날 테러 사건"이라며 "정치적 견해 차이가 있더라도 어제 같은 일은 완전히 불필요한 일이었다. 바이든, 트럼프 모두에게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라고 힘줘 말했다.

워싱턴 정가는 이번 사건이 몰고 올 정치적 파장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에겐 당내 사퇴론을 물리치고 업무에 복귀할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생사 위기를 넘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에 주력하기 어려워졌다. 공화당 일각에서 비밀경호국을 산하에 둔 국토안보부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경호 강화 요청을 묵살했다는 음모론을 주장하며 이번 사건의 책임을 바이든 행정부로 돌리려 하는 점도 부담이다.

반면 공화당 내에서는 선거 승리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데릭 밴 오든 연방하원의원(공화당·위스콘신)은 총격 사건 직후 "트럼프가 공격에서 살아남았다"며 "그는 막 대선에서 이겼다"고 말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번 총격 사건은 이미 격동적인 선거에 충격을 더하고 있다"며 "공화당 내에서는 트럼프에 대한 총격 사건이 백악관으로 가는 길을 쉽게 만들 것으로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머리 위로 성조기가 나부끼는 가운데 그가 주먹을 치켜든 사진이 널리 퍼지고 있다"며 "선거까지 4개월이 안 남은 시점에서 승리에 대한 트럼프 캠프의 기대감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가운데 총격으로 귀를 다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5일부터 18일까지 이어지는 공화당 전당대회에 예정대로 참석해 '트럼프 대세론'을 공고히 할 계획이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되고 마지막 날인 18일 후보 수락 연설을 한다. 러닝 메이트인 부통령 후보도 공개된다. 공화당 경선 과정에서 마지막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경쟁했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도 개막 하루 전날 연사로 참여하기로 확정됐다. 이번 총격 사건 후 공화당 통합을 이뤄 지지층을 강하게 결집시키는 한편 중도 유권자로 지지층의 외연을 확대하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