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공익재단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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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과 공익법인(공익재단)이 다양한 목적과 이유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총수 일가와 공익재단이 입길에 오른 두 사건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지난해 공익법인 결산 공시를 보면 LG복지재단은 LG 지주사가 출연한 310억원과 33년 전 설립 당시 구자경 명예회장(2억원), 금성사(4억원), 럭키(4억원)가 각출한 자금을 원천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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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과 공익법인(공익재단)이 다양한 목적과 이유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총수 일가와 공익재단이 입길에 오른 두 사건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의 장녀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이사가 재단에 주식을 기부하려다 이사회 반대에 부딪혀 무기한 보류한 일이 대표적이다. 해프닝으로 덮기엔 개인의 이익을 앞세워서는 곤란한 공익재단의 태생적 본질이 마음에 걸린다. 구 대표는 남편이자 LG가 맏사위인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를 통해 미공개 호재성 정보를 입수하고 코스닥 상장사 주식을 사들인 혐의로 금융감독원 조사를 받고 있다. 시민단체 고발로 서울남부지검에도 진정서가 들어간 사안이다. 결과에 따라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는데, 구 대표는 범죄 수익 경계선에 있는 주식이야 털어내면 그만이라는 순진한 생각을 한 것으로 보인다. 불법적 수익임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다면, 공범으로 묶일 수 있는 판례가 여럿인데도 LG복지재단 이사진을 함께 책임져야 할 상황으로 내몬 셈이다. 구 대표는 선대회장 별세 후 논란의 핵심에 있는 남편과 함께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상대로 상속 재산 분할 소송을 낸 장본인으로 세간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기도 하다. 오해 살 행동은 자제해야 할 때다.
LG복지재단이 창립 이래 구설에 휘말린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기억한다. 고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은 기업의 이윤을 주변 이웃과 나누고 어려운 이들과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자며 1991년에 LG복지재단을 만들었다. 전 국민이 알 만큼 대명사로 굳어진 ‘LG 의인상’을 발굴하는 재단으로도 유명하다. LG 의인상은 아버지에 이어 LG복지재단 2대 이사장을 지낸 구 선대회장의 뜻에 따라 2015년 제정된 상으로, 구 대표에게도 아버지의 유지를 이어받을 책무가 있다. 어떠한 경우라도 소중한 무형 자산을 훼손하는 행위가 있어선 안 된다는 생각이다.
구 대표가 LG복지재단을 독립적으로 운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점도 유감이다. LG복지재단은 올해 들어 LG그룹 산하 4개 공익재단이 모여 있는 LG마포빌딩에서 짐을 챙겨 나와 경기도 평택으로 근거지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와 총무 등 경영지원 인력을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머지 3개 공익재단에서는 불편을 호소한다.
LG복지재단뿐 아니라 모든 공익재단은 사유물이 아니다. 지난해 공익법인 결산 공시를 보면 LG복지재단은 LG 지주사가 출연한 310억원과 33년 전 설립 당시 구자경 명예회장(2억원), 금성사(4억원), 럭키(4억원)가 각출한 자금을 원천으로 돌아간다. 지난해에는 계열사 LG화학이 12억6000만원을 기부했으니, LG그룹의 공동 자산임이 분명하다. 재벌가의 딸 몫으로 공익재단이 존재하는 게 아니라면 공익재단 대표로서 투명한 공익경영을 하지 않는다면 ‘경영인 구연경’의 다음 행보는 기대하기 힘들다.
효성그룹에서도 공익재단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형제의 난’으로 가족과 의절한 고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의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단빛재단’을 만들어 상속 재산 전액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깜짝 발표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공익재단 설립 시 상속세 감면 혜택을 염두에 둔, 결국 ‘돈’ 때문이 아니냐는 여론이 일면서 진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일련의 사건을 보자니 공익재단의 존재 이유를 되새길 필요성을 느낀다. 사회 전체를 위해 출연한 재산을 개인 소유로 삼지 말자고 만든 것이 공익재단이다. 사유화 대상으로 여긴다면 유감스럽다.
김혜원 산업1부 차장 ki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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