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주의 무너뜨릴 증오의 정치테러 중단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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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대통령 어제 선거 유세 도중 피격
진영 가르는 분열·대결·폭력의 악순환 근절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어제 펜실베이니아 피츠버그 인근 버틀러 카운티에서 총격을 당했다. 11월 대통령 선거에 공화당 후보로 출마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출정식 성격의 행사 유세 도중 토머스 매슈 크룩스라는 20세 청년의 총격에 피격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탄환에 오른쪽 귀를 맞아 출혈이 있었지만, 치료 뒤 전용기로 뉴저지 뉴어크로 이동했고, 15일의 공화당 전당대회에는 참석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다행이지만 21세기 훤한 대낮에, 그것도 선진 민주국가인 미국에서 유력 대통령 후보가 유세 중 총격당한 사건에 세계 각국은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미국에선 링컨 대통령을 비롯해 4명의 현직 대통령이 흉탄에 목숨을 잃었다. 대통령 후보로 나선 민주당의 로버트 F 케네디 후보는 당내 경선 도중에 암살되기도 했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가 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미국이 지금 역대 최악의 진영 간 분열로 ‘총만 안 든 내전 상태(civil war)’로까지 불리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범인이 현장에서 사살돼 아직 범죄 동기나 배후가 밝혀지진 않았지만,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 과정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 자체가 미국 민주주의의 중대한 위기일 수밖에 없다. 자신과 뜻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치인을 증오하며 폭력과 테러 본성을 표출하는 건 민주주의의 존립 자체를 무너뜨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떤 이유에서건 그 같은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
문제는 이런 분위기가 미국에 한정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올 들어 슬로바키아 총리가 피격되고, 덴마크 총리가 폭행당하며 정치 테러가 도처에서 확산해 왔다. 2022년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도 사제 총탄에 사망했다. 한국 역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등 정치인을 향한 공격은 여와 야를 가리지 않았다. 정치인을 향한 테러들의 동기를 일률적으로 재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편가르기를 통한 지지층의 결집이나, 표를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포퓰리즘이 이 같은 증오의 악순환을 불러오는 토양이 된 건 아닌지 정치를 하는 모든 이들 역시 성찰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여야는 어제 사건을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정치 테러”로 규탄하며 한목소리를 냈다. 이해와 화합으로 사회를 통합할 책무가 있다고도 했다. 말로만 그치지는 않길 기대한다.
정부의 대응 타이밍이 적절했는지도 점검이 필요하다.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는 7시간이 지난 뒤, 미국 시간으로 자정이 넘어 쾌유를 빈다는 입장을 냈다. 일본 등 대부분의 국가는 사건 직후 성명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해 위로의 뜻을 전했다. 이번 사건으로 트럼프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70%로 상승했다는 여론조사(폴리마켓)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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