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기계와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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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이 수리되는 가전제품은 로봇 청소기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단지 스스로 움직인다는 사실만으로도 인간은 로봇 청소기에게 정을 주고, 그로 인해 다른 가전제품처럼 고장 나면 버리는 게 아니라 다시 고쳐 쓴다는 것이다.
무생물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인간 존재들을 외계인이 본다면 얼마나 귀엽고 우스울까? 기계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것은 너무나 인간적인 행위이지만 호명된 사물들은 단지 이름을 가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소중하고 대체 불가능한 대상으로 전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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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이 수리되는 가전제품은 로봇 청소기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단지 스스로 움직인다는 사실만으로도 인간은 로봇 청소기에게 정을 주고, 그로 인해 다른 가전제품처럼 고장 나면 버리는 게 아니라 다시 고쳐 쓴다는 것이다. 우리 집에도 로봇 청소기가 하나 있는데 ‘선돌이’라는 이름이 있다. 형제들이 ‘선’자 돌림이기 때문이다. 온 집안 식구들이 선돌이가 청소를 잘하면 기특해하기도 하고 고마워하기도 한다. 어제는 친구 한 명이 이십 년 운전한 차를 폐차시키고 왔다며 씁쓸한 얼굴로 말했다. 새 차를 사게 되어 좋기도 하겠지만 오랜 시간 함께한 추억이 담긴 차를 폐차할 때 단순히 후련하기만 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친구의 차 이름은 ‘파이어볼트’였다.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해리가 타고 다니는 빗자루 이름이다. 또 다른 친구는 자신의 노트북 이름을 ‘애기’라고 짓고 애지중지 다룬다. 작업을 할 때면 ‘애기 안녕’ 하면서 노트북을 연다.
최근에는 좋은 문서 프로그램이 많이 출시된 모양이지만 나는 오직 한컴오피스 2014 버전으로만 글을 쓸 수 있다. 스마트폰에 메모도 자주 하지만 완결성 있는 글은 오직 한글 프로그램으로만 쓸 수 있다는 점에서 내가 이 프로그램을 길들인 것이 아니라 이 프로그램에 내가 길들여졌다는 생각을 한다. 다른 세련되고 멋진 프로그램들을 사용해 보려고 여러 번 시도했지만 매번 실패했다.
무생물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인간 존재들을 외계인이 본다면 얼마나 귀엽고 우스울까? 기계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것은 너무나 인간적인 행위이지만 호명된 사물들은 단지 이름을 가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소중하고 대체 불가능한 대상으로 전환된다. 얼마간의 인간성을 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인간은 끊임없이 단어들을 발명해 왔을 것이다. 대답 없는 사물들에게 이름을 붙이고 마음을 주어 왔을 것이다. 그 행위가 우리의 언어를 이루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말에는 근원적으로 사랑이 있다.
김선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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