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증오 정치, 왜곡된 팬덤이 낳은 트럼프 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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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말에 펜실베이니아주 유세 도중 총격을 당하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총격범의 범행 동기를 더 조사해봐야겠지만, 미국 사회에서 팽배해진 극단적인 증오 정치와 자신의 의사를 폭력적인 방식으로 표출하는 민주주의 붕괴 현상이 이번 테러를 초래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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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목적 지지·반대하는 팬덤 팽배
‘적대적 정치’ 韓정치권도 자성해야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말에 펜실베이니아주 유세 도중 총격을 당하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총알이 귀를 관통해 자칫 목숨도 위험할 뻔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미 사법당국은 이번 총격을 트럼프에 대한 암살 시도로 규정했다. 총격범의 범행 동기를 더 조사해봐야겠지만, 미국 사회에서 팽배해진 극단적인 증오 정치와 자신의 의사를 폭력적인 방식으로 표출하는 민주주의 붕괴 현상이 이번 테러를 초래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올해 대선을 앞둔 미국에선 그동안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자들 간에 극심한 대립이 이어져 왔다. 특히 양당 정치인들이 앞장서 상대 진영을 악마화하는 방식으로 지지층을 결집해 왔고,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도 예외가 아니었다. 경제적 양극화로 인한 갈등과 이민자 정책을 둘러싼 대립이 격해지면서 정치인들의 상대에 대한 독기 품은 말은 지지자들의 분노를 키우는 데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아니면 안 된다는 극단적인 팬덤 현상도 문제였다. 정치인들은 증오와 분노를 조장해 이득을 얻으려 했고, 지지자들은 거기에 취해 더 극단적으로 지지 또는 반대 목소리를 내는 악순환이 이어져 왔다. 이런 정치 환경에선 상대의 주장을 경청하고 존중하며, 민주적 방식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기본적인 민주주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런 분열의 정치, 왜곡된 팬덤, 오작동된 민주주의가 트럼프 테러로 이어졌을 개연성이 높다. 그렇기에 이번 사건을 점점 쇠퇴해가는 세계 민주주의에 대한 경종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런 자성이 필요한 건 우리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여야 간 증오와 분열의 정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가 목도하고 있다. 여의도에선 협상과 타협을 하기보다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일방통행식 국회 운영과 거부권, 보이콧 정치가 일상화했다. 여야는 의견이 갈리는 일이 생기면 고소고발부터 하거나 헌법재판소로 달려가기 일쑤다. 아울러 극단적 지지층에 휘둘리는 팬덤 현상의 폐해도 심각해졌고, 팬덤에 의지해 득을 보려는 정치인들도 적지 않다. ‘민주’라는 말을 꺼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게 지금 한국 정치의 현실이다.
여야 정치권은 트럼프 테러 사건을 교훈 삼아 이제라도 혐오를 퍼뜨리고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정치를 중단해야 할 것이다. 극단적인 팬덤도 지양돼야 한다. 또 만나기만 하면 정쟁하는 정치가 아니라 반대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상대를 존중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마치 먼 나라 얘기 같은 ‘협치’를 속히 복원해야 한다. 지금도 늦었는데, 그런 정상적인 정치가 더 미뤄져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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