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석의 과학하는 마음] 알고 보면 별것 아닌 금과 다이아몬드

2024. 7. 15.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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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석 케임브리지대 교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은 금을 귀중하게 여겨왔다. 결혼하면 금반지를 끼고, 올림픽 우승자에게는 금메달을 걸어주며, 군주는 금관을 씀으로써 권위를 세운다. 화학은 금을 만들어 보겠다는 열망의 연금술에서 시작되었다. 서양에서는 20세기까지 금을 화폐의 근본으로 삼았다. 의심이 많은 사람은 다른 데 투자하지 않고 금괴를 사들인다. 어떤 재앙이 일어나더라도 금의 가치만은 유지되리라는 생각이리라. 금은 그야말로 인간의 욕망 그 자체를 대표한다.

「 동서고금 막론 귀하게 여겨온 금
실용 측면엔 크게 쓸모없는 물질
다이아몬드 성분은 100% 탄소
가치의 본질 재고할 필요 있어

변함없다는 건 화학반응 안 한다는 것

금 1돈 가격이 40만원 안팎으로 고공행진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금거래소의 골드바 모습. [뉴스1]

그런데 금이란 물질이 과연 무엇이기에 이렇게들 떠받드는 것일까? 과학적으로 본다면 금은 화학 원소 주기율표에 나오는 100가지가 넘는 수많은 원소 중 하나일 뿐이다. 게다가 실용적 관점에서는 크게 쓸모도 없는 물질이다. 강철처럼 튼튼하지도 못하고, 날카로운 칼이나 다른 도구를 만드는 재료가 되지도 못한다. 비행기를 만드는 가벼운 알루미늄이나 반도체의 기본 재질이 되는 실리콘처럼 특수한 성질도 없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미친 듯이 금을 추구하는 것일까? 그 모습이 아름답기 때문일까? 필자의 느낌에는 금보다도 은이나 구리의 모습이 더 멋지다. 또 제일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물질은 액상으로 흐르며 번득이는 수은이다.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비교적 흔한 금속 중에 거의 유일하게 금은 녹슬지 않고 변함이 없다는 점이다. 그런데 그런 것을 원한다면 사실 백금(platinum)이 더 훌륭하다. 그리고 잘 생각해 보면 변함이 없다는 것은 화학 반응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이고, 그렇기 때문에 쓸모는 더 없다. 물론 변하지 않고 다른 물질과 반응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맥락도 있다. 치과에서 금니를 해 주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이다. 그러나 금이 귀한 것이 금니 때문은 아니리라. 금이 높은 가치를 가지는 것은 희귀하기 때문일까? 금보다 더 희귀한 물질은 부지기수로 많다. 예를 들어 금과 성질이 비슷하면서도 좀 더 희귀한 오스뮴을 사람들이 애지중지하지 않는다. 금이 귀한 것은 모두 금을 원하기 때문이고, 그러므로 다들 많이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다들 금에 대한 욕망을 버리게 된다면 금의 가치는 경제학의 수요-공급 법칙에 따라서 폭락할 것이다. 그 가치는 인간의 욕구에서 나오는 것이지 내재적으로 타고 난 것은 아니다.

금보다도 더하게 인간의 욕구에 기반한 가치를 가진 물건은 다이아몬드이다. 특출한 성질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이아몬드는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건이므로 다른 물질들을 자르고 다듬고 하는 도구에 투입된다. 그러나 그런 유용성은 다이아몬드를 보석으로 여기는 이유와는 별 상관이 없다. 공업용으로 사용되는 다이아몬드는 크기가 작거나 결함이 있어서 보석으로서 가치가 떨어지는 것들이다.

인간 욕구에 기반한 금과 다이아몬드
또 인조 다이아몬드는 공업용으로 많이 쓰이지만 보석으로는 쳐주지 않는다. 허영에 가득 찬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천연 다이아몬드이다. 땅속 깊은 곳에서 어렵게 형성된 것을 다들 원하기 때문에, 그것을 채굴하기 위하여 특히 아프리카에서 아동을 포함한 많은 광부가 혹독한 노동을 하고 있고, 사고로 죽어가기까지 한다. 다이아몬드 채굴은 환경을 파괴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고려하여 윤리적으로 생산된 다이아몬드만 사자는 운동도 일고 있다. 하지만 다이아몬드를 보석으로 떠받드는 일 자체를 그만두자는 움직임은 없는 것 같다.

과학적으로 생각한다면 다이아몬드는 금보다도 훨씬 더 허망하다. 왜냐면 다이아몬드의 성분은 100% 탄소이기 때문이다. 탄소 원자들이 질서없이 뭉치면 검댕이가 되지만 더 조직적으로 모이면 단단한 흑연이 되고, 아주 더 규칙적으로 결정화한 것이 다이아몬드이다. 이렇게 동일한 원소로 이루어졌으나 다른 성질을 가진 물질들을 화학에서는 ‘동소체’(同素體, allotrope)라 칭한다. 다이아몬드는 탄소일 뿐이므로 높은 열을 가하면 타버린다. 산소와 화합해 이산화탄소 가스가 되고, 자취도 없이 공중으로 그냥 날아가 버린다. 그 현상은 1768년도에 프랑스의 화학자 다르세가 우연히 발견하였는데 라봐지에는 그것을 탄소가 연소되는 것으로 해석하였고, 큰 렌즈로 태양 빛을 모아 다이아몬드를 태워버리는 공개적 실험으로 사람들을 경악하게 하였다.

금보다 더 허망한 다이아몬드
다이아몬드가 탄소일 뿐이라는 것은 흑연에서 다이아몬드를 합성해 냄으로써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 이것은 20세기 중반에 개발된 공정인데, 높은 압력과 온도를 필요로 한다. 그런데 최근에 한국에서 고압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인조 다이아몬드 제작 방법이 개발되었다. 네이처(Nature)지에 올해 4월에 발표된 논문을 보면 액상의 금속에 탄소가 과포화하도록 주입하면 그냥 1기압 아래에서 다이아몬드 결정이 형성된다고 한다. 한국 기초과학연구원(IBS) 산하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에서 올린 성과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의 미국인 과학자 루오프 교수의 지도 하에 여러 국적의 과학자들이 협업한 결과이다. 이 기술이 더 발달하면 다이아몬드가 저렴하게 제작될 수도 있겠다. 그렇게 된다면 그에 대한 사람들의 허영이 좀 사라지려나? 다이아몬드는 물론 아름답지만 유리로도 더 예쁜 것을 만들 수 있으며, 옥이나 자수정 등 다른 천연 물질들도 그에 못지않게 우아하지 않은가? 다양한 아름다움을 찾으며 결혼반지도 자기 개성대로 골라서 한다면 좋겠다.

장하석 케임브리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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