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읽기] 싱하이밍과 한국통 대사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10일 한국을 떠났다. 그의 퇴장에서 한국어로 일어섰다 한국어로 스러지는 한국통 중국 외교관의 비애를 보는 것 같아 애잔하다. “김일성대학 나왔나?” 그가 불편해한 질문이다. 사리원농대를 나왔기 때문이다. 아무튼 유창한 한국어로 왕이 외교부장의 신임을 얻었고 시진핑 주석 앞에선 직접 한중 관계를 브리핑하기도 했다.
한데 그의 한국어가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6월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면 후회할 것”이라 말한 게 결정타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조선의 국정을 농단한 위안스카이가 떠오른다고 반응하며 사실상 대사로서 그의 한국 내 활동은 끝이 났다. 베팅 발언을 중국어로 했으면 그렇게 큰 풍파로 이어졌을까 하는 탄식이 나왔다. 대사 부임 후 그에겐 두 가지 바람이 있었다.
하나는 한·중 관계가 잘 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별한 전 부인과의 사이에 낳은 딸이 탈 없이 잘 사는 것이었다. 지난 9일 명동의 중국대사관에서 열린 이임 행사엔 500여 한국 지인이 참석했다. 그는 “앞으로 어디에 있든 중·한 관계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속마음 표현이라 본다. 이제 누가 차기 대사로 오나 관심이 많다. 역대 8명의 대사 중 한국통은 4명, 일본통 3명, 국제통 1명이었다.
한국통은 당연히 장점이 많다. 언어 장벽이 없어 업무 효율이 높다. 하지만 한국인과 자주 어울리다 보니 뜻밖의 문제가 생긴다. 3대 리빈 대사의 경우 폭탄주 회동이 잦았고 정보를 누설했다는 이야기가 돌며 공직 생활을 접었다. 당시 참사였던 싱하이밍 역시 곤욕을 치렀다는 후문이다. 한국통 대사에 대한 피로감은 일본통이나 국제통을 한국에 보내는 인사로 이어진다.
그 결과 2008년부터 12년간 5~7대 대사는 일본통과 국제통이 맡았다. 그러면 또 말이 나온다. 한국어 대화가 가능한 중국 대사와 만나 식사하는 등 교류한 걸 무슨 벼슬한 것처럼 떠벌리며 이용하는 이들이 있다. 주로 그런 곳에서 “비(非)한국통은 불통(不通) 대사”라며 불만을 터뜨린다. 솔직히 누구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는 게 한국의 민심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건 있다.
한국통은 중국 외교부 내에서 그 누구보다 한국에 대한 애정이 깊다는 점이다. 장팅옌과 리빈, 4대 닝푸쿠이가 그랬고 싱하이밍 또한 그랬다. 중국 대사가 중국의 국익을 위해 일하는 건 당연하다. 그렇지만 한국통은 한국 생각도 많이 한다. 주한 중국대사의 실패는 한국의 실패이기도 하다.
유상철 중국연구소장·차이나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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