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중의 아메리카 편지] 평등의 복합구조
뉴욕에 살면서 오랫동안 친하게 지내온 미아우 왕이라는 친구가 감독한 다큐멘터리 ‘입학을 축하합니다(Admissions Granted 2024)’가 지난주 개봉했다. 아시아계 학생 지원자들이 2013년 하버드대학 입시 차별 문제에 대해 헌법소원을 낸 것을 시작으로 2023년 6월 29일 대법원 판결이 나기까지 소수인종 우대 정책을 둘러싼 논쟁을 담은 작품이다.
2023년 통계에 의하면 하버드 학부는 거의 30%의 입학생이 아시아계 미국인이고, 이는 2010년에 비해 두 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문제의 핵심은 인종 자체가 함수가 되는 우대정책의 적용 방식에 있다. 우대정책이 흑인과 라틴 계열 등 특정 인종에게 특혜를 줌으로써 객관적인 평가 기준에서 우세한 아시아계 지원자들에게는 불리한 상황이 초래된다. 한 통계 조사에 의하면 아시아계 지원자들은 SAT 시험성적 등이 월등하지만 ‘개인 성격(personal rating)’ 항목에서 낮은 점수를 얻는 바람에 다른 인종보다 하버드 입학률이 20% 정도 더 불리하다고 한다. 우대정책이 1990년대부터 불법으로 규정된 캘리포니아 주립대들은 이런 상황과 대조를 이룬다. 예를 들어 UC버클리대에서는 아시아계 학생이 무려 43%나 된다.
인종 차별의 오랜 역사적 짐을 진 미국에서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몇십 년간의 노력으로 사회 전반에서 적극적인 우대정책을 채택했지만, 지난해 대법원의 위헌 결정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재판 과정에서 하버드가 1920년대에 유대인 학생의 비율 증가에 대처해 도입한 할당 제도의 반유대주의 역사가 언급되기도 했다. 위헌 결정을 두고 아시아인들을 전략상 내세워 백인 보수파의 목표를 달성했다는 비판적인 견해도 적지 않고, 아시아계 커뮤니티 여론도 갈려 내부 갈등도 만만치 않다. 평등한 사회를 이룩하기 위해 인류는 아직도 많은 산을 넘어가야 할 것 같다.
김승중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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