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렬의 공간과 공감] 최초의 거대한 투명함, 큐 가든 팜 하우스
1840년 일반에 공개된 영국 큐 왕립식물학 정원(큐 가든)은 132만㎡(약 40만 평)의 광대한 면적에 2만7000종의 식물과 700만 종의 종자를 보관한 세계 최대 식물원이다. 특히 1884년 완공되어 열대 식물들을 생육 전시하는 팜 하우스는 길이 110m, 높이 19m로 세계 최초의 대형 유리온실이다.
건축가 데시머스 버튼의 기본 설계는 지나치게 기둥이 많았으나, 구조전문가인 리처드 터너가 합세해 기둥이 없는 대형 공간을 만들 수 있었다. 주철을 성형해 만든 전체 구조 틀에 수만장의 판유리를 끼운 본격적인 철골조 유리 건물이다. 대형 공간을 지지하도록 전체 모습은 배를 뒤집어 놓은 것 같은 유선형으로, 실제로 조선업의 공학적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근대 초기임에도 정확한 입체 곡률을 설계했고 정교한 시공에 성공했다.
대부분 열대 지대인 대영제국 식민지에 플랜테이션을 경영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식물 품종과 대규모 모종이 필요했다. 브라질에서 고무나무나 중국에서 차 씨앗을 영국에 들여와 개량하고 생육한 모종을 말레이나 스리랑카로 수출해 대규모 재배에 사용했다. 큐 가든과 팜 하우스는 그 식물 개량의 산실이었고, 대규모 야자수 전시는 곧 제국의 영광을 상징했다.
철과 유리라는 산업혁명의 성과를 제국주의 경영의 도구로 삼은 역사적 배경은 잠시 잊어버리고 공간에 주목하자. 비록 공업적인 건축이지만, 전체 모습은 바로크 궁전과 같이 우아하고 철골조의 섬세한 장식들도 아름답다. 밝고 투명한 내부는 인류가 최초로 경험한 초대형 공간이었다. 1851년 제1회 런던 엑스포의 주인공은 그 유명한 ‘수정궁’이었다. 564m 길이의 이 초대형 유리 전시장을 불과 9개월 만에 완공할 수 있었다. 공장에서 대량 생산한 규격 부재들을 현장 조립했는데, 팜 하우스에서 실험한 성과를 계승한 결과였다. 유리 천장을 덮은 밀라노의 갈레리아나 파리의 그랑 팔레, 그리고 대한제국 창경궁 대온실의 원조도 팜 하우스였다.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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