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邦無道 富且貴焉 恥也(방무도 부차귀언 치야)

2024. 7. 15. 00:1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조선시대에 성중엄(成重淹, 1474~ 1504)이란 분이 있었다. 연산군의 폭정에 맞서다가 유배되었고, 31세에 능지처참당한 인물이다. 훗날, 신원(伸冤)·복권됨으로써 본가는 물론, 시신을 수습하여 부안에 장사지낸 외손 집안까지 ‘가문의 영광’을 누렸다.

공자는 “나라에 바른 도가 행해질 때는 가난하고 천하게 사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고, 도가 행해지지 않을 때는 부와 귀를 누리는 게 오히려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했다. 바른 세상에서 비천하게 사는 것은 자신의 노력 부족 탓이니 부끄러운 일이고, 무도한 세상에서도 부귀영화를 누린다면 비열한 권모술수로 사는 것일 테니 더 부끄러운 일이다.

邦:나라 방, 富:부자 부, 貴:귀할 귀, 恥:부끄러울 치. 나라에 도가 없을 때 부귀를 누리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27x67㎝.

채 상병 사건을 비롯한 여러 사건에 대한 특검 문제로 공방이 뜨겁다. 공방하는 양자 중 누군가는 분명 진실을 알고 있을 테지만, 지금까지 누려온 부귀영화를 계속 누리기 위해 권모술수만 부릴 뿐 진실을 말하지 않고 있다. 이 어지러운 통에도 여전히 누리는 권세가 장차 가문의 ‘영광’이 될까, ‘치욕’이 될까? 권불십년(權不十年)! 정의롭지 않은 권세가 물거품처럼 사라진 자리에는 ‘치욕’만 남게 될 것이다. 죽기를 각오하고 진실을 말하는 자는 오히려 산다. 국민과 역사가 지켜주기 때문이다. ‘양심선언’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