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2035] 재미없는 전당대회
민주당 출입기자들은 요즘 강 건너 불구경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문자 ‘읽씹’과 배신자 논쟁으로 말 그대로 불이 붙었는데, 도무지 민주당에선 전당대회 때문에 바쁠 일이 없다. 자당 전당대회가 재미없기는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 만나는 민주당 의원마다 “TV토론 밸런스 게임(두 선택지 중 하나 택하기) 봤느냐” “문자 읽씹은 누구 잘못이냐”며 온통 화두가 여당이다.
‘노잼 전당대회’는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기류 탓이 크다. 한때는 차기 지도자 그룹으로 꼽혔던 86그룹의 불꽃도, 71명 초선의 패기도 지금 민주당에선 찾아볼 수 없다. 호기롭게 도전한 김두관 후보를 보는 의원들의 시선도 대부분 안쓰러움에 그친다. 이런 기류 속 10일 이재명 전 대표의 연임 도전 선언은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최고위원 후보들에 둘러싸인 그도 스스로 “지금이 (저의) 상종가”라고 말했다.
13명이 출마한 최고위원 선거도 차별화한 메시지를 찾아볼 수 없다. 컷오프 방식을 중앙위원회 투표 50%와 권리당원 투표 50% 합산 방식으로 바꿔 강성 당원인 ‘개딸’ 마음 선점이 선거의 확실한 유효타가 되면서다. 온라인 커뮤니티 ‘재명이네마을’에 ‘친명 인증글’을 올린 최고위원 후보만 5명(김민석·전현희·민형배·강선우·김지호)에 달했다. 이재명의 수석변호인을 자처하거나, 재판에 함께 다녀왔다며 인증샷을 올리는 게 사실상 선거운동의 전부니 특별히 취재할 변수가 없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노잼 전당대회가 아니다. 전당대회 이후의 ‘노잼 정당’이다. 한 최고위원 후보는 최고위 전망에 대해 “이 전 대표의 대선을 미리 준비하는 지도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공당 지도부가 특정인의 대선 준비조직이 되는 것도 문제지만, 지도부 개개인의 정치적 견해가 사라지는 건 장기적으로 더 큰 문제다. 친명 호소 전략으로 당선된 최고위원들이 이 전 대표 의견에 반기를 들기 어려울 테니 사실상 그가 지도부를 혼자 운영하는 격이 될 수도 있다. 이런 당에선 소신은 배신으로 치부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이미 검사 탄핵에 나 홀로 기권한 곽상언 의원을 원내부대표에서 ‘자진 사퇴’시켰다. 지난 8~10일 NBS 여론조사에서 검사 탄핵은 40% 동률로 찬반이 팽팽한 이슈인데, 단 한 톨의 기권도 허용하지 않은 셈이다.
여론조사업체 미디어토마토의 8~9일 여론조사에선 이 전 대표 연임에 대한 민주당 지지층(87.7%)과 일반 국민(44.9%)의 지지 격차가 40%포인트 이상 벌어졌다. 총선 압승 후 각종 조사에서 당 지지율은 여당에 밀리거나 비등한 정체다. 민주당이 똘똘 뭉쳐 재미없는 전당대회를 치르는 동안 여론의 공감도 관심도 멀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무플이 악플보다 무섭고, 거래량이 없으면 상종가 유지도 힘들다. 재미없는 전당대회의 결론이 궁금하다.
성지원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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