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m옆 지붕서 탕탕…피격 직후 트럼프 주먹 쥐고 “싸우자”

박현준 2024. 7. 15.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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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암살 미수 사건이 발생한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는 전체 주민이 1만3000명에 불과한 소도시다. 백인 블루칼라가 대부분인 공화당 우세 지역으로, 15일 공화당 전당대회를 앞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세몰이’를 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이날 오후 6시3분 트럼프는 공연장인 ‘버틀러 팜 쇼’에 컨트리 가수 리 그린우드의 ‘신이시여, 미국을 축복하소서(God bless the USA)’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무대에 올라 군중에 손을 흔들며 노래가 끝날 때까지 서 있었다.

유세장 밖에 있던 그레그 스미스는 이날 BBC방송에 연설 시작 후 약 5분쯤 지나 “우리 옆 건물의 지붕 위로 곰처럼 기어 올라가는 남자를 봤다”며 “그는 소총을 들고 있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고개 돌리지 않았다면 큰 부상”
총격은 트럼프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이민정책을 성토하기 시작했을 때 울렸다. 6시11분쯤 그는 “정말로 안타까운 일을 보고 싶다면…”이라며 불법 이민 통계가 표시된 스크린 쪽으로 몸을 돌렸다. “대체 (국경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보십시오!” 바로 그때 멀리서 “따다닥”하는 연발 총성이 들렸다.

김영옥 기자

거의 동시에 트럼프는 오른손으로 자신의 오른쪽 귀를 만진 뒤 황급히 단상 아래로 몸을 숙였다. 총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고개 숙여!”라고 외치며 비밀경호국 경호원들이 무대 위로 다급하게 뛰어올라와 트럼프를 감쌌다. 한 여성의 날카로운 비명이 울려 퍼졌다. 유세에 참여했던 버네사 애셔는 NBC방송에 “트럼프가 제때 차트 중 하나를 보기 위해 머리를 돌리지 않았더라면 머리에 총알을 맞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약 1분 후 긴장한 표정의 트럼프가 대여섯 명의 경호원에 둘러싸인 채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무대 마이크는 여전히 켜진 채였고, 트럼프는 경호원들에게 네 번 “신발 좀 챙길게(Let me get my shoes)”라고 말했다. 그의 오른쪽 귓가와 뺨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경호원들이 신속히 현장을 벗어나기 위해 “이동합시다”라며 그를 연단 아래로 이끌었다.

갑자기 트럼프는 “기다려, 기다려”라고 말한 뒤 특유의 강렬한 표정으로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수차례 치켜들면서 “싸워라(fight), 싸워라”라고 외쳤다. 총성 후 충격과 공포에 질렸던 지지자들은 이에 “유에스에이(USA)”를 연호하기 시작했다. 트럼프는 경호원의 호위 속에 차에 올라타기 직전에도 또다시 주먹을 불끈 쥐는 모습을 연출했다. 6시14분쯤 트럼프는 유세 현장을 떠나 병원으로 이동했다.

미 뉴욕타임스는 이 장면을 두고 “트럼프는 자신이 괜찮다는 신호를 보내기 위해 피를 흘리는 얼굴 위로 주먹을 들어 보이면서 저항하는 모습을 연출했다”며 “역사에 잊히지 않을 이미지를 만들어냈으며 이는 그의 ‘본능’”이라고 평가했다. CNN은 “이런 이미지는 애틀랜타 감옥에서 찍은 머그샷이나 코로나19 치료를 마친 후 백악관 복귀 장면 때처럼 트럼프 신화를 풍요롭게 해줄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용의자는 경호원들의 대응사격으로 현장에서 사망했다. 유세장에서 120m가량 떨어진 공장 건물 지붕에 용의자의 시신이 널브러진 모습이 SNS를 통해 퍼졌다. 용의자가 트럼프를 향해 최대 8발을 발사했다는 보도가 이어졌지만, 그가 정확히 몇 발을 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용의자와 트럼프 사이 관람석에서 유세를 지켜보던 지지자 1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트럼프, 응급처치 뒤 개인 골프클럽 이동
6시42분 트럼프의 경호를 맡은 비밀경호국 대변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안전하다”는 성명을 냈다. 트럼프도 사건 발생 후 2시간30분가량 지나 직접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렸다. “총알이 내 오른쪽 귀 윗부분을 관통했다”며 “나는 윙윙거리는 소리와 총소리를 들었을 때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즉각 알았고 바로 피부를 찢는 총알을 느꼈다”고 적었다. 지지자들에게 “난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I WILL NEVER SURRENDER!)이라는 짧은 e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펜실베이니아 지역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은 트럼프는 14일 새벽 뉴저지 뉴어크 공항에 도착했다. 트럼프 캠프에서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고 있는 마고 마틴은 도착 영상을 자신의 엑스 계정에 올렸는데 노타이 차림의 트럼프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스스로 전용기 계단을 걸어 내려왔다. 영상을 촬영하는 사람에게 왼손을 들어 인사하는 여유도 보였다. 마틴은 영상과 함께 “그는 강하고 회복했다. 미국을 위해 싸우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트럼프는 뉴저지 인근 개인 골프클럽에서 이날 밤을 보낸 뒤 15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에 예정대로 참석할 예정이다.

박현준 기자 park.hyeon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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