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 클라이머 3인방 “첫 올림픽 메달, 우리가 터치”

김영주 2024. 7. 1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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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스포츠 클라이밍에 출전하는 이도현·서채현·신은철(왼쪽부터)이 전북 군산클라이밍센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암벽을 타고 하늘을 향해 오르는 스포츠클라이밍은 중력과의 싸움이다. 중력을 이기려면 근력이 뛰어나야 한다. 몸은 가벼워야 한다.

파리올림픽 출전을 앞둔 한국 스포츠클라이밍의 간판 서채현(21)·이도현(22)·신은철(25)은 이 어려운 문제를 풀기 위해 오늘도 암벽과 씨름 중이다. 이들은 지난 12일 전북 군산시 군산클라이밍센터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모든 준비는 끝났다. 파리올림픽에서 꼭 메달을 따겠다”고 다짐했다.

2020 도쿄올림픽 때 정식 종목이 된 스포츠클라이밍은 남·여 콤바인(리드+볼더링)과 스피드 종목에서 총 4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도쿄올림픽에선 스피드·볼더링·리드를 모두 합쳐 1개의 금메달뿐이었지만, 파리에선 스피드 종목이 분리되면서 메달 수가 늘어났다.

서채현은 도쿄올림픽에선 아깝게 메달을 따지 못했다. 8명이 겨룬 콤바인 결선. 그는 주 종목인 리드에서 막판에 실수를 범해 3위에 머물렀다. 종합 성적은 8위. 리드에서 1위를 했다면 동메달도 가능한 성적이었다. 서채현은 현재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리드 랭킹 3위다. 리드는 벨트를 몸에 두른 채 15m의 오버행(수직 이상의 경사) 벽을 6분 안에 오르는 경기다. 볼더링은 4.5m의 벽에 설치된 최소한의 홀드만 잡고 오르는 종목이다. 선수들은 홀드를 잡는 걸 “문제를 푼다”고 말한다. 스피드는 15m의 수직 벽을 빨리 오르는 경기다. 일대일로 맞붙어 승자를 가리는 토너먼트 경기다. 세계 정상급 선수의 기록은 4초대다.

서채현은 “평소 긴장을 안 하는 편인데 도쿄올림픽에선 무척 떨렸다. 파리올림픽은 두 번째 출전이니 (긴장감을) 이겨내고 내 실력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리드 종목에서 서채현의 장점은 뛰어난 지구력이다. 볼더링에선 슬랩(경사도 90도 이하의 벽에서 이동) 동작에서 밸런스가 뛰어나다. 그런데 볼더링에서 어려운 벽을 만났을 때는 고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는 도쿄올림픽 결선에서 3개의 문제를 모두 풀지 못했다.

서채현은 그동안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근력 운동에 집중했다. 서채현은 “(지난해 볼더링 월드컵) 메달을 딴 것을 계기로 자신감이 생겼다. 근력을 보완하는 등 올림픽을 앞두고 많은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팔·다리가 긴 이도현은 볼더링에서 강세를 보인다. 최근 세계대회 볼더링의 경우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려운 문제가 자주 등장한다. 루트를 어렵게 짠다는 뜻이다. 그만큼 선수들에게 창의적인 플레이를 요구한다. 이도현은 이렇게 어려운 벽을 마치 곡예 하듯 뛰어넘는다. 긴 다리와 팔을 이용해 몸을 던져 홀드를 잡아낸다. 그는 “어려운 동작을 콤비네이션으로 해내는 걸 좋아한다”며 “첫 올림픽이라 떨리기도 하지만, 내 기량을 발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신은철은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스피드 종목으로 전향했다. 그는 “그동안 사막과 설산을 찾아다니며 스피드 훈련을 해왔다”며 “토너먼트로 치러지는 스피드는 16등이 1등을 꺾을 수 있는 경기다.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신은철의 비공식 최고 기록은 4.8초. 공식 기록은 5.02초로 파리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 기준으로 8위에 해당한다.

파리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서채현은 평소 51㎏ 중반대인 체중을 50.5㎏으로 줄였다. 근력을 키우기 위해 평소 식단을 유지하면서도 찜질방에서 땀을 빼면서 체중을 조절한다.

서채현·이도현이 나타나기 전 한국 스포츠클라이밍의 간판은 김자인(36)이었다. 그러나 최근엔 20대 초반의 Z세대가 한국 스포츠클라이밍을 이끌고 있다. 특히 서채현은 서종국(51) 현 스포츠클라이밍 국가대표 감독의 딸, 이도현은 전 국가대표 감독을 지낸 이창현(52)씨의 아들이다. 두 사람 모두 아버지를 따라 초등학교 입학 전 일찌감치 스포츠클라이밍에 입문했다. 서채현은 “유일한 스승이자 멘토인 아빠와 함께 올림픽에 나가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도현은 “도쿄올림픽 때 아버지가 감독으로 출전한 것을 보고 나도 꼭 올림픽 무대를 밟고 싶었다”고 했다.

서종국 감독은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스포츠클라이밍이 ‘보는’ 스포츠로 진화했다. 그래서 미학적인 루트가 선호되는 등 경기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파리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은 8월 5일부터 10일까지 파리 르 부르제 스포츠 클라이밍 경기장에서 열린다.

서채현
◦ 생년월일 : 2003년 11월 1일
◦ 신장·체중 : 1m63cm·50kg
◦ 주요 성적 : 도쿄올림픽 콤바인 8위, 항저우 아시안 게임 은메달, 파리올림픽 예선시 리즈 2위(콤바인)
◦ 세계 랭킹 : IFSC 리드 부문 랭킹 3위

이도현
◦ 생년월일 : 2002년 10월 8일
◦ 신장·체중 : 1m76cm·58kg
◦ 주요 성적 : 항저우 아시안게임 은메달 파리올림픽 예선시리즈 2위(콤바인)
◦ 세계 랭킹 : IFSC 볼더링 부문 랭킹 3위

신은철
◦ 생년월일 : 1999년 5월 27일
◦ 신장·체중 : 1m73cm·63kg
◦ 주요 성적 : 파리올림픽 예선시리즈 11위
◦ 세계 랭킹 : IFSC 스피드 부문 랭킹 22위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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