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SK E&S 17일 합병 논의…“주주 설득이 관건”
에너지 공룡 탄생 초읽기
SK그룹의 에너지 부문 중간지주사인 SK이노베이션과 알짜 비상장사 SK E&S의 합병이 오는 17일 논의된다. 각사 이사회가 이날 합병안을 승인하면 자산 100조원이 넘는 초대형 에너지 전문 기업이 탄생한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오는 17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합병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SK에너지·SK온 등 9개 자회사를 거느린 이노베이션은 정유·석유화학·윤활유 등 화석연료 기반의 에너지 기업으로, 보유 자산이 86조원에 이른다. SK㈜의 자회사인 SK E&S는 액화천연가스(LNG)와 수소·재생에너지 등이 주력으로, 자산 규모 19조원의 비상장사다.
SK그룹은 두 회사의 합병을 통해 에너지 사업 시너지는 물론,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자금난 해소를 노리고 있다. SK그룹의 ‘캐시카우’로 손꼽히는 SK E&S는 지난해 매출(11조1700억원), 영업이익 1조3300억원으로, SK이노베이션(매출 77조2900억원, 1조9000억원)보다 수익성 면에서 뛰어나다. 합병시 SK E&S의 자금력으로 2021년 10월 출범 이후 10개분기 연속 적자인 SK온에 수혈할 여력이 생긴다. SK온은 지난해만 581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합병의 걸림돌은 주주 반발이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 모두 SK㈜가 각각 지분 36.22%, 90%를 보유한 최대 주주지만, 각사 주주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SK E&S는 비상장사지만 글로벌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을 설득해야 한다. KKR은 2021년부터 두 번에 걸쳐 3조원이 넘는 자금을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통해 SK E&S에 투자했다. RCPS는 만기 때 투자금 상환이나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만약 KKR을 설득하지 못하고 합병을 강행하면 상환권을 행사할 수 있는 2026년 KKR이 원금 등 3조3000여 억원에 대한 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부채 부담을 줄이고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합병 의미가 퇴색한다.
특히, 상장사인 SK이노베이션 소액주주의 표심이 변수다. SK이노베이션 주주를 설득하려면 양사의 합병 비율을 최대한 비슷한 수준으로 조율해야 한다. 하지만 KKR 설득을 위해서는 SK E&S의 기업 가치를 높이 평가해 KKR의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다.
재계에선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비율이 1대 2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상장사인 SK이노베이션 주가는 10만8100원(12일 종가 기준) 수준이다. 관건은 비상장사인 SK E&S의 가치 평가다. SK E&S는 2021년 상환전환우선주 409만주를 발행했는데 당시 우선주 1주당 발행가가 58만6182원이었다. 이를 보통주로 전환하면 절반인 29만3091원이다. SK이노베이션 대 SK E&S의 합병 비율이 1대 2로 정해진다면, SK E&S 주주인 SK㈜와 KKR의 신설 합병 법인 지분율이 1대 1 비율 합병 때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 SK이노베이션 주주 입장에선 지분 가치가 희석돼 반발할 수 있다.
‘불공정 합병’ 논란에 휘말릴 우려도 있다. SK E&S 지분 가치를 높게 평가할수록 최대주주(90%)인 SK㈜의 신설 합병 법인에 대한 지배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SK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합병안을 승인해도 SK이노베이션 주주총회를 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며 “양측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라 합병비율을 얼마로 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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