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벗’ 해도…대출 한도는 되레 줄어든다
하반기 대출 보릿고개, 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최근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하면서 한국은행도 하반기에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가계부채 증가를 우려한 금융당국 추가 규제에 나서면서, 금리를 내려도 대출 한도는 오히려 더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오는 9월부터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가 본격 시행된다. 스트레스 DSR은 대출 한도를 산정할 때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추가 부과해 한도를 더 줄이는 제도다.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도 시행 첫해인 올해는 스트레스 금리를 25%(1단계)→50%(2단계)→100%(3단계) 총 3단계에 걸쳐 순차적으로 올릴 예정이다. 이미 지난 2월부터 1단계 스트레스 DSR이 시행돼 0.38%포인트의 스트레스 금리가 적용 중이다. 여기에 9월부터 2단계가 시행되면서, 스트레스 금리 적용 비율이 2배로 올라가면 그만큼 대출 한도는 더 감소한다.
스트레스 DSR은 특히 금리 인하기에 대출 한도를 더 줄이기 때문에 한은이 본격적으로 피벗에 들어가면 대출 문턱은 더 높아진다. 스트레스 금리는 5년 간 가장 높은 월별 금리(은행 가중평균금리)에서 매년 5월과 11월의 금리를 뺀 값으로 정한다. 이 때문에 금리가 낮아질수록 스트레스 금리는 높아지면서 한도는 더 감소하는 구조다. 만약 9월에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시행되고, 10월에 기준금리 인하까지 이뤄진다면 대출 한도 감축 폭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의 은행권 대출 증가율 압박도 하반기 ‘대출 보릿고개’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 금융감독원은 오는 15일부터 5대 시중은행과 카카오뱅크를 대상으로 DSR 규제 이행 및 고(高)DSR 비중 준수 등을 확인하는 현장점검에 나선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2~3% 수준 내에서 관리하라는 사실상 대출 총량제를 시행 중이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경기 활성화로 상반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급격히 늘자, 현장 점검을 통해 대출 증가를 다시 죄겠다는 것이다.
금감원의 현장 점검은 은행들의 대출 관리를 암묵적으로 압박하는 효과가 있다. 실제 금융당국이 현장 점검을 예고하자 일부 은행들은 금리를 올리는 등 가계 대출 문턱을 이미 높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3일 주담대 가산금리를 0.13%포인트 올린 데 이어 지난 11일에는 대면·비대면으로 제공하는 모든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0.1%포인트~0.2%포인트 올리기로 결정했다. 신한은행도 오는 15일부터 금융채 5년물 금리를 기준으로 삼는 모든 대출 상품의 금리를 0.05%포인트 올린다. 하나은행은 지난 1일부터 주담대 금리를 0.2%포인트 올렸고, 우리은행은 지난 12일부터 주담대 5년 주기형 금리와 전세자금대출 2년 고정금리를 0.1%포인트 상향했다.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해도 인하 속도와 강도가 예상보다 강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결국 금융당국의 규제는 세지지만, 그것을 상쇄할 충분한 금리 인하는 이뤄지지 않으면서 대출 한도만 줄어들게 된다.
이미 돈 구하기가 어려운 서민들의 타격은 더 커질 수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립금리(물가가 목표치 수준에서 관리되는 적정 금리)가 과거와 달리 올라갔다는 연구 결과가 많기 때문에 미국은 물론 한국도 예전만큼 낮은 수준까지 금리를 내리기는 어렵다”면서 “다만 이미 높은 가계대출 비중에 대출 규제는 갈수록 더 세질 수밖에 없어 서민들의 돈 구하기는 그만큼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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