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빈, 마침내 웃었다
스물 두 살의 영건 장유빈이 프로 무대에서 첫 승을 신고했다.
장유빈은 14일 전북 군산 골프장 토너먼트 코스에서 벌어진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군산CC오픈에서 우승했다. 최종 라운드 1언더파, 합계 16언더파 272타로 정한밀을 2타 차로 제쳤다.
파 5인 9번 홀. 장유빈은 티샷을 337야드 날렸다. 두 번째 샷은 229야드가 남았다. 남자 선수들에겐, 특히 장타 1위 장유빈에겐 부담스러운 거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린 앞에는 호수가, 장유빈의 앞에는 나무가 버티고 있었다. 돌아가야 할 듯했다.
장유빈은 이날 첫 번째 파 5인 2번 홀에서 2온을 시도하다 공을 물에 빠뜨려 더블보기를 했다. 2주 전 비즈플레이 원더클럽 오픈에서는 허인회에게 연장전 끝에 역전패한 아픔도 있었다.
이번 대회 마지막 날 3타 차 선두로 출발한 장유빈이 9번 홀에서 공을 또 물에 빠뜨렸다면 우승은 물 건너갔을지도 모른다. 역전의 명수, 군산상고로 유명한 군산에서 역전패의 명수가 될 뻔했다. 그러나 장유빈은 겁 없이 2온을 시도했다.
장유빈은 “나무 때문에 (탄도가 높은 클럽을 쳐야 해서) 제 거리에 맞는 클럽을 칠 수 없었다. 그러나 러프에 뒷바람이라 7번 아이언을 강하게 치면 그린에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 선택은 맞아떨어졌다. 장유빈의 볼은 홀 30㎝ 옆에 붙었고, 쉽게 이글을 잡아냈다.
장유빈은 올해 KPGA에서 가장 빛나는 선수다. 이 대회 이전까지 그는 톱 10에 7차례 들었고, 준우승을 세 차례 차지했다. 평균타수(69.3타, 평균 버디 수(4.53개),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312야드)에서 모두 1위다. 평균 퍼트 수(1.73개)는 2위, 그린 적중률도 11위로 정교한 편이다.
장유빈은 “간절히 원했던 우승이다. 우승 문턱까지 갔다가 돌아온 일이 많아 고민했는데 이 우승으로 걱정을 다 날려버렸다. 첫 홀 버디를 하고 두 번째 홀 더블보기, 이후 버디, 보기를 했는데 작년 우승할 때 스코어랑 비슷했다. ‘운명인가’ 생각해 초반 안 될 때도 마음이 편하더라. 전반 마지막 홀 이글이 우승의 원동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장유빈은 지난해 8월 군산CC 오픈에서 우승했다. 당시는 아마추어로 우승했고, 올해는 프로가 돼 첫 우승을 차지했다. 12회째를 맞은 군산CC오픈에서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첫 선수라는 영예도 얻었다. 장유빈은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1위와 평균타수 1위를 지켰고, 상금랭킹에선 2위(6억6462만원)로 올라섰다.
장유빈은 지난해 10월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땄다. 1m84㎝의 큰 키에서 나오는 장타가 매력적이다. 장유빈은 “어릴 때 연습장에서 타이거 우즈 스윙 동영상을 많이 봤다. 우즈의 하체 움직임을 따라 한 것이 장타를 치는 비결 같다”며 “골프를 할 수 있게 해주신 할머니와 할아버지에게 감사한다. 대회장에 같이 오시는 엄마, 고모에겐 ‘사랑한다’는 말을 전해드린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에게 이 우승을 바치겠다”고 덧붙였다.
군산CC오픈의 총상금은 9억7929만7000원으로 결정됐다. 상금은 최초 7억 원이었는데 대회 공동 주최사 군산CC가 대회 관련한 매출 전액을 추가하면서 상금 규모가 커졌다. 장유빈이 받는 우승상금도 1억9585만9400원으로 늘어났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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