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 전 “곰처럼 사람이 지붕 올라가” 신고…경호실패 논란

강태화 2024. 7. 1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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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수사국(FBI)은 14일 성명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암살 미수범은 유세가 열린 펜실베이니아주 베델파크에 거주하는 20세 백인 남성 토머스 매슈 크룩스라고 발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펜실베이니아주 유권자 등록 기록을 확인한 결과, 용의자인 크룩스가 등록된 공화당원이었다고 전했다. 다만 크룩스에 대해 AP통신은 연방정부 재정보고서를 인용, 그가 2021년 1월 20일 진보정치운동위원회에 15달러를 기부했다고 전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진보정치운동위원회는 통상 재향군인 문제를 다루거나 민주당 성향의 재향군인 출마를 지지하는 단체다. 당시 크룩스의 나이는 17세였는데, 같은 해 9월 18세가 되면서 공화당 당원으로 투표 등록을 했다. 용의자 크룩스의 범행 동기를 파악하기 위해 그의 정치적 성향에 대해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영옥 기자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의 리처드 골딘저 담당 검사는 ABC방송에 “범행 동기는 알 수 없지만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지에선 X(옛 트위터)를 중심으로 크룩스에 대한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 한 사용자는 크룩스로 추정되는 사람의 사진과 함께 “토머스 크룩스는 2022년 베델파크 고교를 졸업했고, 내셔널 수학·과학 이니셔티브 스타상을 받았다”는 게시물을 올렸다. 내셔널 수학·과학 이니셔티브는 비영리단체로 스템(STEM) 분야에서 학업 성취도가 높은 학생에게 상을 수여한다.

수사 당국은 이날 브리핑에서 “더 많은 위협이 있다는 근거는 없지만, 이번 사건을 단독 범행이라고 결론내리기에는 너무 이르다”며 암살 미수범의 배후가 있을 가능성도 열어뒀다. 수사 당국은 이번 수사가 “몇 주에서 몇 달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크룩스는 13일 트럼프가 연설한 연단에서 불과 120m 떨어진 건물에서 조준 사격을 했다. 주변 곳곳에 비밀경호국 요원과 저격수들은 크룩스가 여러 발 사격한 뒤에야 대응 사격을 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미국 TMZ는 14일 크룩스로 추정되는 남성의 영상을 입수해 공개했다. 이 남성은 지붕에 엎드려 표적을 향해 총기를 조준하는 것으로 묘사됐다. TMZ는 “남자가 갈색 긴 머리를 하고 회색 티셔츠, 카키색 바지를 입고 있다”며 “표적을 정확히 겨누려고 조심스럽게 노력하다가 방아쇠를 당겼다”고 전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포된 이 같은 영상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경호가 부실했던 게 아니냐는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용의자가 대중이 뻔히 지켜보는 자유로운 상태에서 유세장이 내려다보이는 지붕에 올라가 정조준 후 방아쇠까지 당겼다는 사실 때문이다.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자신의 SNS에 암살범이 숨진 장소라며 올라온 영상과 함께 “도대체 이렇게 훤히 보이는 곳에 대한 보안을 확보하지 않았을까”라며 비밀경호국의 대처에 의문을 제기하는 글을 인용한 뒤 “바로 그거다”라고 글을 올렸다. 이날 유세장 밖에 있던 그레그 스미스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연설 시작 후 5분쯤 뒤에 총을 든 남성이 건물로 곰처럼 기어 올라가는 것을 봤고, 주변 경찰들에게 이를 알렸지만, 경찰이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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