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판도 흔들 사진 한장…퓰리처상 기자 "역사적 순간 직감"

한지혜 2024. 7. 14.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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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주 야외 유세 중 총격을 받고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무대에서 내려가며 지지자들에게 주먹을 들어 올리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총격 직후 피를 흘린 채 주먹을 불끈 쥐고 선 사진 한장이 올해 미국 대선의 판도를 흔들 '세기의 사진'이란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13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대선 유세 도중 총격으로 오른쪽 귀를 다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모습을 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호 요원들에게 둘러싸여 연단을 내려오면서 성조기를 배경으로 지지자를 향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인다. 결연한 표정까지 더해져 압도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당시를 포착한 사람은 AP통신의 사진기자 에반 부치다. 2003년부터 20년 넘게 AP에서 일한 베테랑 기자인 그는 2020년 경찰의 과잉진압에 다른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이후 미국 전역으로 번진 흑인 인권 시위 현장을 취재한 사진으로 이듬해 퓰리처상을 받았다.

부치 기자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평소처럼 평범한 유세였는데 왼쪽 어깨너머로 여러 발의 총성이 들렸다. 그 순간부터 나는 단상으로 달려갔고 트럼프 전 대통령 위를 감싼 경호 요원들을 찍기 시작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 귀에서 피가 흐르자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재빨리 옮겼고, 그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사로를 내려가면서 군중을 향해 주먹을 흔들고 손을 흔들었다고 한다.

부치 기자는 "총성이 들리는 순간, 저는 이것이 미국 역사에 남을 순간임을 직감했다"며 "이런 일을 기록하는 것이 바로 우리 기자들의 임무"라고 부연했다.

해당 사진은 곧 엑스 등 각종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퍼졌다. 특히 공화당 지지층 사이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의 건재함을 강조한다며 결집 효과를 낳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를 비롯해 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 더그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 등 공화당 주요 인사들도 엑스에 이 사진을 올리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 사진이 올해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정치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정치 컨설팅 업체 유라시아그룹의 이안 브레머 회장은 이 사진이 "내일 모든 신문 1면에 실릴 것"이라고 평가했다. 싱크탱크 퀸시연구소 트리타 파르시 행정부회장 역시 "2024 선거를 규정하는 이미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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