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줄인다면서 스트레스 DSR 연기 ‘엇박자’ 내는 정부 [취재수첩]
정부가 올 7월부터 도입하려던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시행 시기를 일주일 앞두고 돌연 연기해 논란이 뜨겁다. 급증하는 가계대출을 억제하겠다던 정부 방침과 대출 정책이 ‘엇박자’를 내자 시장과 실수요자가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스트레스 DSR은 대출 한도를 산정할 때 일정 수준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하는 제도다. 쉽게 말해 변동금리가 올라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감안한 조치로 대출 가능 금액을 줄이는 효과를 낸다. 올 2월 1단계, 7월부터는 2단계 시행으로 대출 문턱을 더욱 높일 예정이었는데 갑작스럽게 당초 계획보다 두 달 미뤄졌다.
금융당국은 서민·자영업자의 어려움과 부동산 PF 시장 연착륙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한도가 더 줄기 전 미리 대출을 받아두라는 신호로 받아들인 분위기다.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6월 기준 총 708조5723억원. 한 달 새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5조3415억원 불었다. 2021년 7월 이후 2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DSR 2단계 시행을 앞두고 가계마다 서둘러 대출을 받은 결과다.
상황이 이렇자 시장에선 ‘집값 띄우기 아니냐’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7월 첫 주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0.2%)은 2년 9개월여 만에 최대치였다. 전셋값 역시 59주 연속 상승세다. 금융당국은 “말도 안 된다”며 진화에 나섰다. 애꿎은 은행권을 향해 관리를 주문하는 한편 현장점검을 예고했지만 이번 연기로 촉발된 논란은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는다. 대출 압박 조치를 미루면서 가계대출 수요를 자극해놓고, 대출이 늘어나니 다시 조이는 엇박자 정책이라는 비판이다.
부동산 시장이 불안할수록 가계대출은 늘어난다. 가계대출 뇌관을 제거하려면 금융 정책 엇박자를 방지하고 보다 정교하고 시의적절한 접근이 필요하다.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7호 (2024.07.03~2024.07.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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