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약정 무효”...‘불법 대부 근절’ 시동 거나 [국회 방청석]

조동현 매경이코노미 기자(cho.donghyun@mk.co.kr) 2024. 7. 1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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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서 대부업법 개정안 잇따라 발의
21대 국회서도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 폐기
‘등록대부업자라도 이자 약정 무효화’에
자기자본 요건 강화·이자 상한 하향 법안도
정치권에서 불법 사금융 근절을 위한 대부업법 개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침체 여파로 서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불법 사금융 관련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서 불법 사금융 근절을 위한 대부업법 개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대부업법 개정안만 5개다. 민생을 해치는 불법 사금융의 뿌리를 뽑겠다는 취지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9일 미등록 대부업자와의 이자 약정 전부를 무효로 하는 내용의 대부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 개정안에는 등록된 대부업자라도 법정 최고금리(연 20%) 이상의 이자를 수취한 경우 이자 약정을 무효로 하는 내용도 담겼다.

현재는 미등록 대부업자가 연이율 수십에서 수백퍼센트의 이자를 받다가 적발돼도 법정 최고이자율 20%까지 이자는 보장된다. 이에 미등록 대부업자가 어떠한 경제적 이익도 얻지 못하도록 하고, 이미 소비자가 이자를 냈더라도 돌려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 대부업자의 불법 영업 자체에 경제적 불이익을 주는 일명 ‘불법 사금융 퇴출법’인 셈이다.

민 의원은 “미등록 대부업자는 불법으로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얻으면서 적발 시에도 ‘이자제한법’에 따른 최고이자율 수준의 경제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문제가 있다”며 “미등록 대부업자와의 이자 약정 전부를 무효로 해서 미등록 대부업자가 어떠한 경제적 이익도 기대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21대 국회 당시 정부도 미등록 대부업자들이 받을 수 있는 최대 이율을 연 6%(상사 법정 이율)로 제한하는 내용의 대부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하지만 개정안이 임기 만료로 폐기되면서 금융당국은 채무자의 생존을 위협하고 일상을 파괴하는 반사회적 대부 계약을 무효로 하는 소송을 지원하고 있다.

대부업자의 무분별한 난립을 막기 위해 대부업 등록 자기자본 요건(법인이 아닌 경우 순자산액)을 강화하는 법안도 잇따라 발의됐다. 조정식 민주당 의원은 7월 9일 순자산액 요건을 1억원 이상으로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현재 대부업 등록 자기자본 요건은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법인은 5000만원 이상, 개인은 1000만원 이상이다. 금융위원회 등록 대상은 3억원 이상이다. 사실상 현금 1000만원만 있어도 대부업체를 설립할 수 있는 셈이다. 한정애 민주당 의원은 7월 3일 이 요건을 더 강화해 모든 대부업 등록 대상에 대해 순자산액 요건을 3억원 이상으로 하는 대부업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대부업법 개정안은 5개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갈무리)
또한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7월 4일 법정 최고금리를 연 15%로 낮추는 내용의 이자제한법과 대부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재 대부업법과 이자제한법은 각각 연 27.9%, 연 25% 이하의 범위에서 시행령으로 최고이자율을 정하도록 돼 있다. 다만 해당 법안은 대통령령으로 정한 최고이자율인 20%를 더 낮추자는 것이어서, 통과 여부에 금융권이 촉각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침체로 서민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등 취약계층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법정 최고금리가 연 15%로 낮아지면 2금융권을 이용하는 서민들마저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22년 이후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저신용 저소득 취약계층의 불법 사금융 의존 경향성은 더 뚜렷해졌다. 서민금융연구원이 지난 6월 17일 발표한 ‘저신용자·우수대부업체 대상 설문조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대부업체에서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이동한 저신용자(6~10등급)는 최소 5만3000명, 최대 9만1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조달한 금액은 8300억~1조4300억원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전년 최대 7만1000명, 최대 1조2300억원보다 높아진 수치다.

이 밖에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6월 19일 대부업체 방송 광고에 소비자가 알아야 할 필수 사항에 음성 안내를 포함하는 대부업법 개정안을 내놨다. “대부 계약의 중요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겠다”는 게 개정안의 취지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들 법안은 당내에서 이미 공감대가 형성된 사안으로, 곧바로 정무위원회 논의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될 것이란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해 민생 안정 대책 중 하나로 불법 사금융 근절, 엄벌을 주문한 바 있어 여야 이견도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민생 현장 간담회에서 “불법 사금융은 단속을 하면 없어지다가 조금 취약해지면 독버섯처럼 나온다”며 “금융감독원, 국세청과 검찰, 경찰의 어떤 팀워크, 팀 수사가 중요하다”면서 근절 의지를 강조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센터에 접수된 피해 신고·상담 건수는 모두 6만3283건으로, 2022년보다 2777건(4.6%) 증가했다. 이 중 피해(우려) 신고·상담 건수는 전년 대비 26% 늘어난 1만3751건 수준이다. 불법 대부 관련 신고·상담 건수는 1만2884건으로 전년 대비 24.5% 급증했고, 햇살론 등을 빙자한 불법 대출 중개 수수료 피해 신고도 606건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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