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골프의 미래 장유빈, 프로 되어 첫 우승

성호준 2024. 7. 14.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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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후 캐디와 함께 기뻐하는 장유빈. 사진 KPGA

한국 골프를 빛낼 스물 두 살의 영건 장유빈이 프로가 되어 첫 승을 신고했다. 장유빈은 14일 전북 군산시 군산 골프장 토너먼트 코스에서 벌어진 KPGA투어 군산CC오픈에서 우승했다. 최종 라운드 1언더파, 합계 16언더파 272타로 정한밀을 2타 차로 제쳤다.

파 5인 9번 홀. 장유빈은 티샷을 337야드 날렸다. 두 번째 샷은 229야드가 남았다. 남자 선수들에겐, 특히 장타 1위 장유빈에겐 부담스러운 거리는 아니다. 그러나 그린 앞에는 호수가, 장유빈의 앞에는 나무가 버티고 있었다. 돌아가야 할 듯 했다.

장유빈은 이날 첫 번째 파 5인 2번 홀에서 2온을 시도하다 볼이 페널티구역에 들어가 더블보기를 했다. 2주 전 비즈플레이원더클럽 오픈에서는 4타 차 선두로 출발해 마지막 홀 50㎝ 퍼트를 넣지 못해 허인회에게 역전패한 아픔도 있다.

이번 대회에서 3타 차 선두로 출발한 장유빈이 9번 홀에서 볼을 또 물에 빠뜨렸다면 우승도 물 건너가고 역전의 명수 군산상고로 유명한 군산에서 역전패의 명수가 될 뻔했다. 그러나 장유빈은 겁 없이 시도했다.

장유빈은 “나무 때문에 (탄도가 높은 클럽을 쳐야 해) 거리에 맞는 클럽을 칠 수 없었다. 그러나 러프에 뒷바람이라 7번 아이언을 강하게 치면 플라이어도 나고 해서 그린에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 선택은 맞아떨어졌다. 장유빈은 홀 30㎝ 옆에 붙여 이글을 했다.

장유빈은 올해 KPGA에서 가장 빛나는 선수다. 군산CC 이전까지 톱 10에 7차례 들었고 준우승을 세 번했다. 3위 한 번에 4위를 두 번 기록했다.

평균 타수(69.3타 1위), 평균 버디 수(4.53개 1위),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312야드 1위), 톱 10 피니시율 1위다. 평균 퍼트수(1.73 2위)와 그린 적중률(11위)도 정상급이다. 우승만 없었다.

장유빈의 드라이버 티샷. 사진 KPGA


장유빈은 “간절히 원했던 우승이다. 우승 문턱까지 갔다가 돌아온 일이 많아 고민했는데 이 우승으로 다 날려버렸다. 첫 홀 버디를 하고 두 번째 홀 더블보기, 이후 버디, 보기를 했는데 작년 우승할 때 스코어랑 비슷했다. 운명인가 생각해 초반 안 됐는데도 마음이 편하더라. 전반 마지막 홀 이글이 우승 원동력이었다”고 말했다.

장유빈은 지난해 8월 군산CC 오픈에서 우승했다. 당시는 아마추어로 우승했고 올해는 프로가 되어 첫 우승을 차지했다. 12회째를 맞은 군산CC오픈에서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첫 선수가 됐다. 장유빈은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1위와 평균타수 1위를 지켰고 상금랭킹 2위(6억6천462만원)로 올라섰다.

장유빈은 지난해 아마추어로 2부투어 2승을 했고 10월 항저우아시안게임에는 단체전 금메달을 땄다. 올해 기준 한국 최고의 장타가 매력적이다. 장유빈은 “어릴 때 연습장에서 타이거 우즈 스윙 동영상이 많이 나왔다. 우즈의 하체 움직임을 따라한 것이 비교적 정확하면서 장타를 치는 비결 같다”고 말했다.

장유빈은 경기 후 “골프 칠 수 있게 해주신 할머니와 할아버지에게 감사한다. 프로가 되어선 엄마, 고모도 대회장에 따라다니는데 사랑한다는 말 전해드린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에게 이 우승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장유빈의 조부모는 테니스·정구 국가대표였다. 운동을 좋아했고 손주를 골프 연습장에서 놀게 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할머니가 장유빈을 데리고 다니면서 골프를 시켰다. 장유빈은 어릴 때부터 두각을 나타냈으나 고등학교 1학년 때 키가 너무 빨리 크는 바람에 신체 밸런스가 맞지 않았고 볼도 맞지 않았다. 장유빈은 “그 때 골프를 안 하려고 했는데 할머니의 도움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군산CC오픈의 최종 상금은 9억7929만7000원이 됐다. 상금은 최초 7억 원이었으나 대회 공동 주최사 군산CC가 대회 관련한 매출 전액을 추가했다. 장유빈이 받는 우승상금은 1억 4천만 원에서 1억9585만9400원이 됐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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