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윤상의 세상만사] 못난 남자들

“피고인의 범죄 행위로 인해 피해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이로 인해 피해자의 아버지를 포함한 유가족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방송 수익 등에 의존했으며, 피해자가 자신과 이혼하려 하자 협박을 해 비난 가능성이 커 실형으로 엄벌할 필요가 있다. 피해자와 가까이에 있던 다른 BJ 등이 피해자가 방송 스트레스로 인해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진술한 점 등을 비롯해 다양한 양형조건을 종합해 형을 정한다. 피고인을 징역 3년에 처한다.”

지난 12일 인천지방법원에서 한 남자에게 선고한 판결의 일부다. 이 남자는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아내를 자택에 감금하고 성관계 영상 촬영과 성인방송 출연을 강요한 혐의로 기소됐다. 자신의 요구를 거부하는 아내에게 ‘나체 사진을 장인어른에게 보내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는데, 결국 아내는 유서를 남기고 숨졌다. 그 죄질의 경중을 떠나, 못나도 너무 못난 남자가 아닐 수 없다.

못난 남자는 또 있다. 최근 100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먹방 유튜버 쯔양이 전 남자친구에 대해 폭로했다. 쯔양은 전 남자친구와 교제하던 4년 동안 그로부터 온갖 폭행·협박·갈취를 당했다고 한다. 쯔양의 주장은 이렇다.

“전 남자친구가 자신 몰래 찍은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며 둔기로 폭행하며 유흥업소에서 일하라고 강요했다. 일을 그만하겠다고 하자 매일 폭행하며 돈 벌어오라고 강요해서 먹방 유튜브를 시작했다. 거의 매일 맞으면서 방송했는데, 방송이 잘 되기 시작하자 전 남자친구가 소속사를 만들었다. 수익의 70%를 전 남자친구가 가져가고 자신은 30%를 가져가기로 계약했지만, 그마저도 지켜지지 않았다. 자신이 받지 못한 정산금이 최소 40억원이다.”

결국, 쯔양은 성폭행, 상습폭행·협박, 상습상해, 공갈, 강요, 통신매체이용음란 등 혐의로 전 남자친구를 고소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사건이 진행되던 도중 전 남자친구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면서 못난 남자의 악행에 대한 진실은 영원히 입증될 수 없게 되었다.

원시시대부터 20세기까지 남자의 완력은 가족의 생존을 위해 매우 중요했다. 외부의 침입을 방어하고 식량(돈)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남자의 완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 시기 남자는 가족을 지키고 부양을 책임짐으로써 권위를 얻었고, 가정에서 의사결정을 주도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완력을 폭력화하는 남자가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명이 고도로 발달하고, 생존을 위한 삶의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남자의 완력은 그 쓰임새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오히려 여자의 섬세함과 풍부한 감성이 지금 시대의 생존에 더 적합한 경우가 많아졌고, 사회 곳곳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여전히 전통적 권위에 젖어 완력으로 윽박지르는 남자는 가정은 물론 사회에서도 퇴출될 수밖에 없다. 앞서 완력으로 아내나 여자친구를 등친 못난 남자들의 추락이 이를 대변하고 있지 않은가.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은 국민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