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대학 교재된 차인표 소설... 현지에선 이 작가 추천하네요

김명주 2024. 7. 14.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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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서점가에서 주목하는 한국 문학... 한글과 문학을 세계에 알릴 가장 좋은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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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주 기자]

나는 영국에서 살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최근 '제1회 한국 문학 페스티벌'이 열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첫 초대 작가로는 유명 연기자이자 소설가인 차인표의 소설인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이 소개되었다. 저자가 직접 행사에 초대되어 강연하는 모습이 국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단다.

작가의 아내이자 배우인 신애라 님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소식을 전하며 더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는 학부 교재로 선정돼 오는 9월부터 여기 아시아-중동학부 교재로 쓰일 예정으로, 대학 도서관 곳곳에 비치된다고 한다.
 
▲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 책 표지 차인표 작가의 소설 표지
ⓒ 알라딘
 
고국을 떠나 70년 만에 필리핀의 한 작은 섬에서 발견된 쑤니 할머니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듣고, 차인표 작가는 처음에는 분노를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노여움만으로 글을 쓸 수는 없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용서를 빌지 않는 상대를 어떻게 용서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작품 속 주인공들의 삶과 이야기를 통해 결국 용서와 연민으로 치유하는 과정을 그린다. 

읽어보니 굽이굽이 백두산 전경과 호랑이, 마을 사람들의 일상, 침략 일본군에 의해 평화가 찢기던 세상, 그 세상을 살아가던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표현한다. 소설은 제비의 관찰자적 시점, 주인공들의 시점, 또 그들 간의 2인칭 시점을 오고 가며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섬세한 상황 묘사는 글을 읽는 내내 한국 민화를 보는 듯 장면들을 머릿속에 그리며 따라갈 수 있다. 이 작품을 다 읽고 나니, 최고 명문 사학으로 꼽히는 곳에서 이걸 필독서로 지정한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도 한국 문학을 모르는 내 주위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책 중 하나가 되었다. 

내친김에 알아보니, 이번 한국 문학 페스티벌을 기획한 옥스퍼드대 아시아-중동학부 교수는 한국계로 보이는 조지은(Jieun Kiae) 교수로, 현재 옥스퍼드 영어 사전의 한국어 컨설턴트로도 활동 중에 있단다. 그녀는 2023년 <미국의 소리>(VOA) 인터뷰에서 "한글이 한류를 타고 글로벌한 소통 언어로 진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세계 5억 명이 외국어 공부를 위해 사용하는 듀오링고(Duolingo) 앱에서 한국어가 7위에 올라섰고, 2021년에 K팝 관련 트위터 건수만 78억 건이나 된다고 전한다. 옛날에는 한국어가 교포 문화 중심의 한국어였다면 지금은 비(非) 교포들이나 K팝 등으로 한국어를 자진해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굉장히 많아진 현상을 설명한다.

책방 주인이 추천한 <1982년생 김지영>과 <엄마를 부탁해>

그렇다면 영국 서점가에서 어떤 한국 문학 작품들이 소개되고 있을까.

나는 책 읽기를 좋아하고 여러 주제의 책을 읽는 잡식형 독서를 즐긴다. 서점에 가면 여러 주제의 신간들을 살펴보는데, 어느샌가 자연스럽게 동북아시아 문학에 눈길이 닿아 있는 스스로를 발견한다. 영국 서점가에는 일본 소설이 참 많다. 그 사이사이 우리 한국 소설들이 눈에 띈다.

하루는 동네 조그만 독립서점에 갔다. 함께 한 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우리를 유심히 바라보던 책방 주인이 특별히 찾고 있는 책이 있는지 묻는다. 한국 소설이 있는가 물으니, 대번에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와 조남주 작가의 <1982년생 김지영>을 찾아 추천한다.

한국의 문화나 사회를 이 여성들의 시선을 통해 배웠다며 꼭 읽어보라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은 일본 소설팬인데 요즘은 한국 소설에도 관심이 생겨 찾아 읽는다고 덧붙인다. 한국 소설은 '사람들이 알고는 있지만 잘 말하려 하지 않는 주제'의 핵심을 감성 깊게 포착해 잘 표현해 내는 것 같다며, 책방 주인의 개인적 소감을 말해주어 흥미로웠다.
   
▲ 작가 한강 소설 매대 한강 작가의 소설인 희랍어 시간(영문명 Greek Lessons)이 포일즈 서점 중앙에 진열되어있던 모습.
ⓒ 김명주
   
이곳 워터스톤즈(Waterstones)는 영국 대형체인 서점이다. 한국의 교보문고처럼, 사람들이 좋아하는 책 최신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 보니 자주 가는 곳이다. 

찾아보니 한국 소설로는 단연 작가 한강의 소설이 많다. '흰', '채식주의자'를 비롯 요즘은 '희랍어 시간(영문명 Greek Lessons)'이 신간으로 배치돼 팔리고 있다. 서점은 일본 소설 <모리사키 책방에서의 날들(Days at the Morisake Bookshop)>을 전면 광고 중인데 그 옆, 한국 소설 작가 황보름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Welcome to the Hyunam-dong Bookshop)> 책도 판매 중이다. 잔잔한 사람 사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들이 많구나 싶다. 

런던 중심가 대형 독립서점 포일즈(Foyles)에도 가 본다. 이곳은 대형 출판사 작품들과 함께 독립 서적이나 이미 절판된 희귀본들도 찾아볼 수 있어 북마니아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책에 대해 질문하면 자신의 경험과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준 전문가인 경우가 많다.

활약하는 한국계 작가들... 한국 문학의 세계화 노력은 현재진행형

내가 수많은 책들 사이에서 갈 길을 잃을 때면, 종종 그분들의 도움을 받는다. 오늘은 서점 직원에게 동북아 소설을 따로 모아놓은 서고가 있는지, 요즘 사랑받는 한국 소설이 있는지 묻는다. 여전히 일본 문학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한국 소설들도 그 출간책의 종류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요즘은 여성 작가들의 작품이 많다고도 덧붙인다. 

이번 포일즈 서점에서 작가 황석영님의 <철도원 삼대(영문명 Master 2-10)>를 발견했다. 이 책은 2024년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The International Booker Prize)의 최종 후보작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다. 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힐 만큼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다. 조금 결이 다른 한국 작품을 영국 서점에서 만나니 무척 반가워 얼른 한 권 구입했다.
 
▲ 런던 대형 독립서점 포일즈 (Foyles) 런던 독립서점 포일즈 (Foyles)
ⓒ 김명주
 
영국 현지에서는 한국계 미국 작가들의 작품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Pachinko)>는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하고 있고, 미셸 자우너 작가의 〈H마트에서 울다>, 니콜라 윤 작가의 <태양도 행성이야(The Sun is also a star)> 등 꾸준히 신간들이 소개되고 있다.

기존에는 고국에 대한 그리움이나 영미권에서 살아가는 교민의 삶을 주로 이야기했다면, 요즘은 정신 건강과 같은 좀 더 개인적이고 내밀한 주제, 자유로운 상상의 픽션 소재 등으로 그 소설 장르가 다양해지고 있다. 

탈북민 박연미 작가의 <살기 위해서(In order to live)>는 작가의 자전적 경험담이다. 고향인 북한을 탈출하고 몽골 등을 거쳐 자유를 찾아 대한민국에 정착하는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현지 서점에서 꽤 오랜 기간 주목받았다. 
 
▲ 영국서점에서 구매한 한국소설들 영국서점에서 만난 귀한 한국소설들
ⓒ 김명주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은 한국 번역원과 함께 영어 및 다른 언어로 한국 소설을 번역 및 출판 지원하는 작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여러 작품들 중에 세계적인 명성의 문학상 수상작도 계속해서 배출되고 있다.

작가 편혜영의 '홀(The Hole)'은 2017년 미국 문학상인 셜리 잭슨상(Shirley Jackson Award)을 수상했다. 이 밖에도 김혜순 시인의 작품 '죽음의 자서전'은 2019년 아시아 여성 최초, 캐나다 그리핀 시 문학상(The Griffin Poetry Prize)을 수상했고, 아동 문학작가이자 일레스트레이터인 백희나 작가는 2020년 아동 청소년 문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스웨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Astrid Lindren Memorial Award)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앞으로 한국 문학은 어떻게 발전할까. 옥스포드대 조지은 교수의 VOA 인터뷰에서 힌트를 얻어 본다. 

"한류는, 한국의 문화가 전파되는 것만이 아니라 그게 글로벌 세팅(관점)에서 새롭게 재탄생·재해석되는 '한국 너머(Beyond Korea)' 현상입니다. 한류가 이렇게 발전 하면 한국의 국가브랜드에는 너무 좋은 거죠. 게다가 요즘은 모든 게 K만 붙으면 브랜딩 효과가 굉장히 좋잖아요. 지금이 한글과 한국 문학을 세계에 알릴 가장 좋은 때라고 생각해요." 

K 컬처가 살아 숨 쉬는 역동적인 세계 문화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기존 한국 문학 작품들을 발굴하고 지속적으로 세상에 알리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더불어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라던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상 수상 소감처럼, 다양한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느끼고, 표현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우리의 문학 저변이 넓어지고 살찌워질 것이다.

스스로 자신의 삶을 잘 관찰하고 자유롭게 표현해 보자. 이러한 생각들이 많아질수록 한국 문학이 더 세계화 되리라고, 나는 믿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브런치 사이트에도 게재될 예정입니다. <참고 자료> 1. 조지은 옥스퍼드대 교수 인터뷰 “한글, 한류의 중심…‘국가 브랜딩’ 최적” (voakorea.com) 2.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에 황석영 고배, 독일 작품 '카이로스' 선정 (businesspost.co.kr) KCCUK Korean Homepage | KCC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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