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만정 보급된 美 총기난사 단골…트럼프도 이 총에 당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에서 유세를 하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총격을 가한 용의자 토머스 매튜 크룩스(20)가 범행에 쓴 총기는 AR-15 소총이었다. 미국 내 총기 사건에서 수없이 쓰인 AR-15가 대선 후보까지 겨냥하면서 총기 규제 논란이 이번 대선의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건 직후 비밀 경호국에 사살된 토머스의 시신 현장에선 AR-15 계열 소총 한 정이 발견됐다. 크룩스는 이 총을 가지고 유세장에서 약 120m(130야드) 가량 떨어진 공장 건물 지붕에서 최대 8발을 발사했다고 현지 매체가 보도했다. 수사당국은 용의자가 5발을 쐈다고 발표했다.
AR-15는 미 총기 제조사인 아말라이트가 1958년 개발했다. AR은 아말라이트 소총(ArmaLite Rifle) 약자다. 미군 소총인 M16·M4의 원형 모델이다. 현재는 콜트사가 판권을 사들여 제작하고 있다. 미국 민간 시장에서 팔리는 소총의 대부분은 AR-15 모델에 기반을 둔 파생 모델로 AR-15 계열로 불린다.
AR-15은 미국 내에서 총기 소유 여부가 쟁점화될 때마다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무기다. 각종 총기 난사 사건에서 사용되며 악명을 떨쳐 왔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이후 미국에서 발생한 17건의 대규모 총기 살상 사건 중 10건에서 AR-15 계열 소총이 쓰였다.
60명이 숨지며 사상 최악의 총기 사건으로 기록된 지난 2017년 10월 라스베이거스 총기 난사 사건, 한 달 뒤에 벌어진 텍사스주 교회 총기 난사 사건(27명 사망) 뿐 아니라 2015년 샌버너디노 총기 난사 사건(14명 사망) 등에서 이 소총이 빠짐없이 등장했다. 6~7세 어린이 20명과 교직원 6명이 숨진 2012년 코네티컷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에도 AR-15이 사용됐다.
여기엔 AR-15가 미국 내에 가장 많이 보급된 총기 중 하나란 점이 크게 작용했다. WP에 따르면 미국 성인 20명 중 1명(약 1600만명)이 AR-15를 1정 이상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선 약 2000만 정 이상이 미국 내에 보급된 것으로 보고 있다. AR-15는 가벼운 무게(3.63㎏)에 반동이 적고 정확도가 높다. 가격도 평균 약 800달러(약 110만원) 정도로 비교적 저렴하다. 이 같은 장점으로 인해 인기가 높다.
총을 구하기도 쉽다. 미 현행법에 따르면 18세 이상 미국인은 대부분 지역에서 신분증만 제시하면 AR-15 소총 등을 구입할 수 있다. 범죄 이력이나 정신 질환 전력 등이 있으면 판매가 금지되지만, 신분 확인 과정에서 이런 이력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거나 신분증 검사 자체를 생략하는 일도 잦다. 총기폭력예방단체 기퍼즈 법률센터에 따르면 이날 총격이 벌어진 펜실베이니주에선 18세 이상 시민은 별도의 신원조회 없이도 소총을 살 수 있다.
이번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을 계기로 미 대선에서 총기 소유 규제 여부가 쟁점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제임스 앨런 폭스 미 노스이스턴대 범죄학 교수는 “이번 사고로 인해 총기 폭력이 (트럼프) 선거 운동에서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양측의 입장 차는 크다. 민주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은 AR-15 등 반자동 소총의 규제 강화를 주장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전에도 X(옛 트위터)에 “트럼프는 아무런 총기(규제)도 하지 않겠다고 전미총기협회(NRA)에 약속했다”며 “난 살상 무기 금지를 원한다”고 적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5월 NRA 연례 회의 연설에서 “바이든 행정부에서 무기 소지 권리가 포위당했다”고 말하며 총기 규제 완화 입장을 강력히 지지해 왔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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