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애 원장의 미용 에세이] 임초리에서 11

전병선 2024. 7. 14.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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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바래다주는 그에게 길에서 다 얘기를 했다.

나는 아직 결혼할 준비가 안 되어 있으니 1년만 연기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부탁을 했다.

누구나 자녀를 둔 모든 부모가 이 문제에서는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는 자녀들을 격려하는 것이야 옳다는 것에 동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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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바래다주는 그에게 길에서 다 얘기를 했다. 실망했노라고 정상적인 가정의 어른으로서는 거론해서는 안 되는 말이라고 모순된 부탁이며 오늘 듣지 않은 것으로 알겠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나는 아직 결혼할 준비가 안 되어 있으니 1년만 연기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부탁을 했다. 신랑이 될 그는 나의 곧은 성격을 충분히 파악하였다는 듯이 나를 위로했다. 한 쌍의 남녀가 미래를 약속하고 새 삶을 시작할 때 서로의 정절을 보증하는 것은 여러모로 나타날 수 있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곧 결혼할 대상인데 뭐가 그리 까다롭고 예민하냐고 할 것이다.

타향살이에 설움을 삭이며 결코 한순간도 허탄한 생각을 할 수 없었던 것은 매사에 삶의 지표와 좌우명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이 나의 마음을 읽고 계시며 내 손을 붙잡고 계신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매일매일 당당하게 살아왔다. 혹여 예민한 내 성격 때문에 곧 치러질 결혼식이 차질이 생기거나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라도 나는 전혀 두렵지 않았다.

나는 어릴 때부터 허술한 여자를 싫어했다. 미용실에서 곧 결혼을 앞둔 수많은 예비 신부들에게 첫 번째 부탁이 성스러운 출발을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곤 했다. 요즘은 유행처럼 혼전 임신을 당연시하는 사회 풍토다. 심지어는 결혼 전 혼전 임신을 예단처럼 생각하는 시대가 되었다. 크리스천으로서 성경적이 아닌 것이 분명한데 오히려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을까. 누구나 자녀를 둔 모든 부모가 이 문제에서는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어느 유명 여고 동창회에는 돌싱회가 생겼다고 하니 한심한 일이다. 유행병처럼 치솟는 개인주의는 가정을 해체하는 일등공신이다. 대부분 책임이 어머니들에게 있다고들 한다. 원론적으로는 가정교육의 실패라고들 말한다. 나도 자식을 셋을 키웠으며 피할 수 없는 아픔을 여러번 경험했다. 남녀 동등한 고학력과 더불어 전혀 불편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제도와 넘치는 자유함 때문이 아닐까. 자유는 누리되 책임은 떠맡지 않으려는 강한 개인주의가 만연한 시대임을 절감한다.

독신주의는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이젠 이러한 사회를 비관하기엔 너무 늦었다는 슬픈 생각이 든다. 예외가 있겠으나 남녀의 만남은 사랑 이전에 더 소중한 것이 믿음이며 신뢰라고 생각한다. 서로 존중하고 존경할 수 있는 덕목이 없이 남남이 만나 미래의 희로애락과 험산 준령을 어떻게 순탄하게 넘어서겠는가. 우선순위의 질서를 넘어선 충동적 무절제의 행위를 칭찬까지 해야 하는 이 시대의 문화풍토에 동의할 수가 없다. 그러나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는 자녀들을 격려하는 것이야 옳다는 것에 동감한다. ‘그러므로 이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나니.’(롬 8:1)

<조롱 표주박>
- 김국애

초가지붕 위에
초연히. 뻗어가는 박 넝쿨
탐스럽게 달린 뽀오얀 조롱박
저마다 동녘을 바라보며
바다 끝자락에서
금관 쓰고 나올 선녀를 기다린다
아침이슬에 반질반질 씻기운
고운. 조롱박의 살갗을 만지려
시샘 내어 달려온 높새바람 산바람 강바람
날벌레의 침입을 떨쳐내려는
보슬비 소낙비 장떼비,
빛은 세상에 널브러진 것들
하늘위의 하늘과 땅 아래 땅속까지
모조리 껴안아 준다

초가지붕 위에 올라앉은 조롱박
기껏해야 물바가지일 뿐인데
제 몸이 닳아 반 조각이 되어도
목마른 자의 목을 축여주는 사명
골고다 언덕에 죽음 같은 주님의 갈증,
조롱박은 하나님의 목을 축여드렸다
주인의 손에서 스러지기까지
형체가 다 없어질지라도
야훼의 손에 잡혔던 조롱표주박
어쩌다 주님 손에 잡혔을까
나는 목마른 자를 위해
무엇을 하려는가
저들 영혼의 갈증을
무엇으로 채워주려는가

◇김국애 원장은 서울 압구정 헤어포엠 대표로 국제미용기구(BCW) 명예회장이다. 문예지 ‘창조문예’(2009) ‘인간과 문학’(2018)을 통해 수필가, 시인으로 등단했다. 계간 현대수필 운영이사, 수필집 ‘길을 묻는 사람’ 저자. 이메일 gukae8589@daum.net
정리=

전병선 미션영상부장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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