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침체에 공공청약·택지매각 줄줄이 취소…커지는 ‘공급’ 우려
고금리, 공사비 급등 등으로 건설 경기 침체가 길어지며 공공 주도의 주택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최근 공공택지에서 민간 사전청약을 진행한 단지가 사업을 중단하는 사례가 속출하는가 하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공동주택 용지를 분양받고도 대금 연체를 버티지 못해 계약을 해지하는 사업장도 급증하고 있다. 정부가 3기 신도시 등 공공 주도의 주택 공급을 강조하고 있지만 적기에 공급될 수 있을지 우려가 가시지 않는 모습이다.
14일 LH에 따르면 시행사나 건설사가 LH로부터 공동주택 토지를 분양받은 뒤 대금 연체 등으로 공급 계약이 해지된 용지가 올해 상반기에만 총 13개 필지, 952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상반기 해약 금액(1필지·222억원)의 약 43배에 달하고, 작년 연간 해약 금액(5개 필지·3749억원)과 비교해도 2.5배 많은 규모다. LH는 토지를 분양받은 업체가 대금을 6개월 이상 연체할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LH 관계자는 “대금이 연체되도 사업 의지가 있으면 바로 계약을 해지하지 않는데, 연체 이자가 계약금을 넘어서거나 분양받은 업체가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해 계약금을 포기하고 토지를 반납할 때 보통 계약이 해지된다”고 설명했다. 계약이 해지되면 시행사·건설사는 공급 금액의 10% 수준인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한다.
한 중견 건설사 임원은 “토지를 분양받고 3년간 금리·공사비가 다 올랐는데 공공택지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분양가를 올려 받을 수도 없다”면서 “사업성이 낮아져 차라리 계약금을 포기하고 발을 빼는 게 낫다고 보는 업체가 많다”고 귀띔했다.
이 때문에 공공택지에서 사전청약까지 진행됐지만 사업을 접는 단지도 나오고 있다. 올해 1월 인천 가정2지구 B2블록(우미건설)을 비롯해 지난달엔 경기 파주 운정3지구 주상복합용지 3·4블록(DS네트웍스), 화성 동탄2 주상복합용지 C-28블록(리젠시빌주택) 등 5개 사업장이 사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시행사인 DS네트웍스는 “급등한 공사비에 시공사를 구하지 못했다”고 했고, 리젠시빌주택은 “건설자재 원가 상승 등으로 아파트 건설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이들 단지에서 사전청약이 당첨된 1510가구는 졸지에 날벼락을 맞았다.
건설업계에선 사전청약 취소 단지가 또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아직 본청약을 진행하지 않은 민간 사전청약 단지는 24곳, 1만2827가구 규모다.
공공택지 공공분양은 본청약이 줄줄이 밀리고 있다. 다만 공공분양은 본청약이 늦어져도 민간분양처럼 사업이 취소될 우려는 없다. LH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 수방사 부지(사전청약 255가구), 3기 신도시인 인천계양 A2 블록(709가구)· A3 블록(341가구)은 9월 본청약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올해 본청약을 진행한다고 공지했던 13개 단지의 본청약은 최대 1년 7개월까지 늦춰질 전망이다.
3기 신도시인 경기 남양주왕숙2 A1·A3 블록, 하남교산 A2 블록은 오는 9월 본청약 예정이었지만 내년 3월로 연기됐고, 시흥거모 A6 블록 신혼희망타운 본청약은 올해 12월에서 2026년 7월로 1년 반 넘게 지연된다.
정부가 최근 서울·수도권 중심으로 집값이 들썩이자 연일 3기 신도시 공급을 강조하고 있지만, 현재 사업 중단이 속출하고 있는 일부 2기 신도시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LH 관계자는 “3기 신도시는 토지 조성 때 문화재가 나오거나 보상이 지연돼 착공이 늦어진 것”이라며 “금리·공사비 등 대외 환경이 급변해 차질을 빚는 최근 사례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연내 1만 가구 착공이 들어가고 나머지 사업장도 대금 납부 조건을 완화해 조기 착공을 유도해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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