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종부세·금투세·가상자산 완화…힘 받는 세법개정 ‘현실론’
상속세·종합부동산세(종부세)는 소폭 완화하고,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와 가상자산 과세는 부과 시기를 미루고…. 내년도 세법 개정안을 미세 조정하는 ‘현실론’이 힘을 받고 있다. 강경 모드로 일관하던 야당이 최근 감세(減稅)에 다소 유화적으로 돌아서면서다.
기획재정부는 7월 말 발표할 예정인 내년 세법 개정안 마련에 한창이다. 연초부터 윤석열 대통령이 종부세·금투세 폐지와 상속세 완화 등을 언급한 연장선에서다. 감세 기조는 기정사실이고, ‘감세의 폭’이 얼마나 될지가 화두다. 그런데 감세라면 일단 반기부터 들던 야당에 최근 변화 기류가 감돈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0일 당 대표 출마선언에서 “금투세는 원론적으로 필요하지만, 시행 시기를 고민해야 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종부세에 대해선 “상당한 역할을 했지만 불필요한 갈등과 저항을 만든 측면이 있다.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선이 유력한 야당 대표가 야당 내에서도 제각각 목소리를 낸 금투세·종부세 완화 논란을 교통 정리했다.
이날 언급은 빠졌지만, 상속세에 대해서도 야당 내 변화 조짐이 있다. 국세청 차장을 지낸 임광현 민주당 원내부대표(조세개혁 TF)는 “초(超)부자 상속세 감세보다 집값이 올라 상속세 대상이 된 중산층의 세 부담을 합리적으로 미세 조정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속세 일괄공제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세법개정안을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상속세의 경우 기재부는 지난 3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최고세율 60%→50%)와 가업상속공제 한도 확대를 이미 발표했다. 나머지 중 1순위로 검토하는 현실론은 기존 공제 한도(일괄공제 5억원, 배우자 최소공제 5억원) 완화다. 서울 아파트값 평균 거래가가 10억원을 훌쩍 넘긴 만큼 ‘중산층’의 세 부담 완화 측면에서 야당과 접점을 찾을 수 있다.
기재부는 종부세도 폐지 대신 완화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 보유자의 2.7%가 종부세 납부 대상자다. 종부세 납부액(4조2000억원)의 약 70%를 납부자 상위 1%가 부담했다. 종부세 전면 폐지를 추진할 경우 야당의 ‘부자 감세’ 주장과 정면충돌할 수 있다. 게다가 최근 서울 중심지의 집값 상승을 부채질할 우려도 있다. 기재부는 현실론으로 3주택 이상 다주택자에 적용하는 중과세율(최고 5.0%)을 기본세율(최고 2.7%)로 낮추는 방안 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대통령이 공약한 금투세 폐지는 이전 국회에서도 추진했지만, 야당 반대로 무산됐다. 최근 이재명 전 대표가 시행을 미루는 쪽으로 기류를 튼 만큼 여야 논의 과정에서 시행 유예로 절충점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야당은 금투세를 매년 두 차례(6·12월) 원천징수하는 대신 연 1회 확정세액을 납부하는 식으로 바꿔 2026년 상반기부터 처음 과세하는 식으로 가닥을 잡았다.
역시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투자소득 과세도 뒤로 미룰 가능성이 높다. 2022년 개정한 소득세법에 따르면 암호화폐에 투자해 얻은 소득은 내년 1월 1일 이후 양도·대여분부터 기타소득으로 분리과세(연 250만원 초과 시 22%)한다. 하지만 가상자산 과세는 금투세와도 맞물려 있다. 금투세 시행은 미루는데 가상자산만 예정대로 과세할 경우 형평성 논란이 나올 수 있다. 야당은 물론 여당도 4월 총선에서 가상자산 과세 연기를 검토하겠다고 공약한 만큼 시행 유예에 무게가 실린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예년의 경우 당정이 추진한 대규모 감세 법안에 야당이 브레이크를 거는 식이었다면, 올해는 야당이 감세에 기존보다 다소 열린 상황이라 (당정이 대대적인 감세를 밀어붙이지 않는다면) 중간 지점에서 접점을 찾는 식으로 세법을 미세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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