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제3국 출생 탈북 자녀 지원…단 한 분도 돌려보내지 않을 것"
윤석열 대통령은 14일 “대한민국을 찾는 북한 동포를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단 한 분도 돌려보내지 않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회 북한이탈주민의 날 기념식’에서 “우리 정부는 자유를 향한 여러분의 발걸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해외 탈북자 강제 북송 문제와 관련해선 “북한 주민은 대한민국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이며, 국민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가장 기본 책무”라며 “북한을 탈출해 해외에 있는 동포들이 강제로 북송되지 않도록 모든 외교적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북한 정권을 겨냥해선 “지금 이 순간에도 주민을 폭정과 굶주림의 굴레에 가둬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희망의 보금자리가 될 수 있도록 ‘정착·역량·화합’의 세 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먼저 북한이탈주민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2005년 수준에 머물러 있는 초기 정착지원금을 대폭 개선하고, ‘미래행복통장’을 통한 자산형성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북한 출생 자녀뿐만 아니라 제3국 출생이나 국내에서 태어난 자녀를 위한 양육과 교육 지원도 제도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2023년 4월 기준 초·중·고교에 다니는 탈북민 자녀(1769명) 중 제3국 출생은 전체의 3분의 2가 넘는 71.1%(1257명)지만, 법적으로 탈북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국내에 입국하는 탈북민은 1인 세대 기준 1000만원의 정착기본금을 받지만, 제3국 출생 탈북민 자녀는 이런 정착금을 받을 수 없다. 제3국 출생 자녀 1인당 450만원의 양육 가산금을 지원하는 것이 전부인데, 이마저도 자녀가 만16세 미만이어야 가능하다. 또 제3국 출생 자녀는 주거·교육·취업 지원도 기대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이 제3국에서 낳은 탈북민 자녀도 북한 출생 탈북민 자녀와 같은 수준의 지원을 해주겠고 공언한 것이다.
북한이탈주민의 역량 강화에 있어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솔선수범해 탈북민 채용을 확대하는 한편, 탈북민을 고용한 기업에 대해 세액 공제와 같은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제17조 4항에는 ‘북한이탈주민을 채용하는 기업에 대하여 예산의 범위에서 재정지원을 하거나 조세 관계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세금을 감면할 수 있다’라고 돼 있다. 그러나 2010년 해당 조항이 신설된 이후 14년 넘게 ‘조세 관계 법률’에 탈북민 채용 기업의 세액공제 관련 내용이 포함되지 않아 탈북민 채용 시 세액공제 혜택은 적용되지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 ‘화합’에 있어선 올해부터 본격화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멘토링 사업을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먼저 온 탈북민이 나중에 온 탈북민을 보살피며 북한이탈주민의 자립공동체도 형성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여러 해외 인사들이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북한에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송환된 뒤 숨진 미국인 오토 웜비어의 부모는 “북한이탈주민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하고 용감한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다. 동독 출신 첫 독일 대통령 요하임 가우크는 “독재가 자유를 이길 수 없다”고 했고,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북한이탈주민의 날’ 국가기념일 제정은 “정의를 향한 귀중한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탈북민의 현실을 담은 영상을 참석자들과 함께 시청하다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국무회의에서 탈북민의 날 제정을 지시했다. 이후 탈북민 의견 수렴을 거쳐 탈북민의 법적 지위를 규정하고 정착 지원 정책 추진의 근간이 되는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1997년 7월 14일을 기념해 7월 14일을 북한이탈주민의 날로 정했다.
행사 뒤 윤 대통령은 ‘자유를 향한 홈런’이라는 슬로건으로 열린 탈북민 청소년 야구단 ‘챌린저스’의 미국 방문 출정식에 참석해 격려했다. 챌린저스는 2018년 창립된 국내 최초의 탈북민 청소년 야구단으로, 오는 18일부터 29일까지 미국을 방문해 뉴욕과 워싱턴에서 메이저리그 경기 관람을 하고 현지 청소년 야구팀과 친선 행사 등을 할 예정이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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